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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윽~ 저, 하마트면 과부될 뻔 했어요. 엉엉~


BY 칵테일 2000-08-04

어제 저녁 1시쯤 싱가폴에서 남편이 전화를 했다.

남편 :(기쁜 목소리) 여보.... 나, 여기 공항이야. 이제 집에 간다. 보고싶어~
나 :(역쉬~ 기뻐하며) 응~ 어서 와. 빨랑 와. 내일 공항에서 봐~

새벽4시던가? 무섭고 섬뜩한 흉몽에 시달리다 또 다시 받은 남편의 전화.

남편 :(어리벙벙한 목소리)여보..... 나, 죽을 뻔 했어. 비행기를 탔었는데, 갑자기 이륙하자마자 불이 번쩍하는 거 봤어. 다 내렸어. 아시아나에서 호텔로 다 가래. 고쳐서 아침 9시쯤에 어쩌면 떠날 수도 있대. 난 그래서 그냥 공항에 있을거다.

나 :(놀라서) 괜찮아??? 당신, 몸은 괜찮아? 그럼, 9시에는 진짜 다시 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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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시작된 국제통화가 무려 7통화.
남편은 시시각각으로 자신의 상황을 전화로 알려왔다.

비행기가 이륙하자마자 엔진결함으로 사고가 날 뻔했다. 대부분의 비행기 사고는 이륙후 난다는데 (그것도 대형사고!) 다행히도 빨리 발견되어 모두가 무사했다고!!!

아침이 되고나니 난리도 아니었다. 뉴스에선 이미 아시아나 352편이 엔진결함으로 결항된다는 게 나오고.....
시어머님께선 이게 무슨 일이냐고, 혹시 아범 비행기아니냐고 사시나무떠는 목소리로 전화가 오고......

"아범 탄 비행기는 맞는데요, 아무 일 없대요. 통화했어요. 걱정하지말고 기다리면 된대요."
나도 가슴이 두방맹이질 치는 중에도 시어머님 안심시키고.....

나는 아시아나 항공 이곳 저곳에 대체 편을 알아보느라 분주하게 전화를 해대고.....

결국 아침 9시에 떠나기로 했던 것도, 정비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관계로 밤 11시35분에 떠나는 걸로 결정되었다고...
그래서 승객들은 전부 호텔에서 쉬고 있다는 아시아나측의 대답.

하지만 조금 전 남편에게서 전화가 다시 왔다.
남편은 아시아나가 아닌 싱가폴 항공편으로 그쪽 시간 오전 10시 45분 출발 편으로 오겠노라고.

싱가폴은 남편이 다니는 회사의 본사가 있는 나라기때문에, 아마도 아시아나를 불신한 그 회사측의 배려로 그렇게 된 것 같았다.

어쨋든 나로서는 다행한 일이었다.
아무리 고쳐서 다시 운항한다해도, 그 352편 아시아나 비행기에 다시 내 남편을 태우고 싶지 않았으니까.

아니, 이제 다시는!!!! 아시아나 비행기는 타지 않을 것이다.
(우리 부부는 절대로 아시아나를 다시 탈 일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내가 아시아나와 통화를 하면서 느낀 점은, 물론 나도 싱가폴항공(한국 주재)측에 계속 접촉을 하긴 했었지만 너무도 극명하게 아시아나와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느낄 수 있었다.

어느 한 군데 일원화된 데 없이, 서로 여기로 전화해라, 저기로 전화해라하면서 사람을 돌려치는데, 난 거의 돌 뻔했다.
정작 대체 항공편인 싱가폴항공측은 어찌나 친절하고 자세하게 안내를 해주던지, 아시아나 욕이 절로 났었다.


*****
나는 정말 너무 놀랐다. 꿈자리가 뒤숭숭해서 소름이 오싹끼치는 중에 받은 남편의 전화도 그랬고.....
그야말로 조금만 더 시간이 지체되어 엔진에 아예 불이 붙어버렸으면 어떻게 될 뻔 했을까.
안돼.... 생각만 해도 너무 끔찍한 일이었다.

다행히 남편이 지금 출발해서 오늘 저녁 6시에 도착한다니..... 그의 무사 귀가를 진심으로 빌어본다.

여보..... 정말 아무 일 없이 와줘. 오면 절대로 바가지 안긁고, 안 튕기고, 당신 말 잘 들어줄게. 무사히만 와 줘.
여보야. 사랑해.


칵테일
하마트면 과부될 뻔한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