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734

정말 괴로운 것은...


BY 짬보 2000-08-21

많은 분들의 격려와 대안 제시는 정말 뭐라 말할 수 없이 고맙습니다. 제가 정말로 괴로운 것은 제 양심과의 갈등입니다. 제 생활을 말씀드리자면, 종교는 없지만 취미생활을 하고 있고, 나름대로는 인생을 개척하면서 남 못지 않게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 합니다. 저는 친정엄마가 둘째이면서도 별난 시어머니를 아무 불평없이 모시고 사는 것을 보며 자라서인지 제 남편이 외동이면서 장남인데도 아무런 주저없이 결혼을 했습니다. 그리고 갈등없이 열심히 살았구요. 그러나 그 세월이 너무 오래 되고, 몇번인가의 대소변 수발을 들다 보니 이제는 지쳐버린 겁니다. 시설에 보낸다는 것은 주변 여건상, 체면상, 상상도 할 수 없구요, 시누이들은 손위인데도 빨리 안돌아 가신다며 친정엄마인데도 전화 한 통화 할 줄 모르구요. 아예 포기 상태랍니다. 시어머니가 치매로 늘 애를 먹였지만 처음 쓰러졌을 때는 저도 정성을 다했고 같이 기도를 하면서 좋은데 가시라고 기원을 해 드렸답니다. 그러나 그것이 여러번이 되고 오똑이처럼 다시 일어나고 할 때마다 저의 마음은 싸늘해 져서 이제는 동정심마저도 없는 지경입니다. 늘 억울하게 생각되는 것은 남들은 단란하게 자기 자식들을 사랑하면서 살 때 나는 노망든 시어머니 수발들면서 내 자식은 제쳐놓고 살아왔는데도, 언제나 내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양심에 갈등을 겪어야 하는 그게 너무나 고통스럽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내 팔자겠지요. 그래도 이런 팔자가 있을 까요? 남편과의 이혼을 심각하게 고려하면서 그 사람과의 인연의 고리만 끊어 버리면 그만인데 하는 생각이 너무나 커서 자식에 대한 의무감조차도 눈 멀게 합니다. 자신의 부모인데도 모든 걸 나한테 맡겨 놓고 오랜 세월동안 무관심으로 일관해 온 남편이 이제는 원망을 지나 밉기만 합니다. 그래도 참고 살아야만 할까요? 여러분의 위로에 다시금 내 인생이 비참해 집니다. 눈물나도록 고맙긴 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