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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적한 마음에


BY 가을바람 2000-08-27

연애 3년 결혼 2년차 되는 주부입니다.
양쪽다 어느정도 사는 집이었으나 IMF때 양쪽 집안이 무척 힘들
어서 예물이고 예단이고 하나도 주고받지 않고 둘이서 반지하나
주고받고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둘이 벌어서 결혼식때 들였던
비용도 갚고 전세용으로 대출받은 돈도 갚으며 살기로 하고 식을 올리면서 친정과 시댁에서 돈을 보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남는 살림들을 지원해주고 친정오빠가 어려운 살림속에서도 냉장고를 사주어서 새살림이라고는 냉장고 하나뿐이었습니다. 물론 결혼식때 축의금은 저희에게 주기로 했기에 다소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친정에서는 돈을 좀 받았고, 시댁에서도 백여만원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참 지금 생각해도 야속한게 그돈 백여만원을 만져보지도 못한채 시동생이 꿔달라고, 너무 급하게 쓸돈이 필요하다고, 금방 갚는다고 해서 신랑이 꾸어주었는데 꿔준사람도 받을생각도 않고 꿔간사람도 2년이 다되도록 줄생각을 안하네요.
물론 꼭 그돈이 필요한건 아닙니다만 한참 어려울때 큰맘먹고 꾸어준돈인데 갚을 생각도 안하고 있으니 너무너무 속상합니다.
그런데다가 제가 교통사고를 당해 허리가 아픈데다가 임신을 하고나니 복압이 높아져 골반이 아파 회사를 그만두고 1달쯤 되었는데 그 시동생한테서 연락이 왔답니다. 동거하던 여자와 헤어지면서 갈데가 없는데 형네집에 방이 두개니깐 와있으면 안돼냐고...참고로 시동생은 저보다 두살이나 많고 저희는 신혼이었으며 임신 6개월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신랑은 한참 예민한 저에게 미리 상의할것도 없이 일단 오라고 해놓고 나중에 통보하듯이 다른 방법이 없으니 어쩔수없다며 시동생을 데리고 왔습니다.
처음 한달동안의 스트레스는 툭하면 저를 눈물짓게 했고 애기를 가진후 태교를 하던중 태교를 포기하게 했고, 지금은 4개월을 같이 살고 있는 중인데 외박은 기본이고 밤늦게 1-2시에 들어오기도 다반사입니다. 텔레비젼 보면서 너무 크게 웃으니 그것도 신경이 거슬리고 말하는 것도 듣기싫고 뚱뚱한데다가 엄청 먹어대니 혐오스럽기까지 해요. 텔레비젼에서 예쁜여자들이 나오면 몸매까지 손으로 그려가며 얘기하고 형수인 저한테도 야한 농담을 하고...
얼마전 애기가 사내아이인것같다고 병원에서 얘기가 나온뒤로 신랑이 그러더군요. 위로 형님들이 딸만 낳았기때문에 셋째인 우리가 아들을 낳고나면 홀시아버님이 손자랑 같이 살러 우리집에 눌러앉으실지 모른다고.
저희집은 18평에 방두개짜리 아파트고 이미 시동생이 작은방을 쓰고있는데 그래도 오실 가능성이 크다고하더군요.
제가 맞며느리도 아니고, 시집올때 예단하나 받은게 없고, 축의금도 시동생한테 자진납세한데다가,현재 시동생을 데리고 있는데 거기에다가 식성까다롭고 잔소리많으신 시아버님까지 모셔야 할 입장에 처하니 뱃속에 있는 아이가 애물단지인듯도 하고 제 처지가 기가 막혀 밤에 잠도 안옵니다.
게다가 신랑이 애기를 양자보내는 것에 대해 별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걸 보니 더 속이 상하고요. 어차피 제가 결사반대할거고 싸움나도 하는수없다고 작정은 하고 있지만 지금 제 처지가 못견디게 괴롭습니다. 출산예정일이 8월 26일 어제인데 제가 지금 이런일로 이렇게 괴롭힘을 당해야 하는게 너무너무 속상합니다.
평소 다정다감한 남편이지만 마음이 약하고 곱게 자라서 생활고를 모르는 편이라 이번 가을비에 작은방 베란다에 물이새서 줄줄줄 흐르고 있는걸 대책없이 보고만 있는걸 보니 한심스럽고 제 결혼생활에 회의가 오네요. 한바탕 하고싶을정도로 화가 났지만 억지로 누르고 눈물짓다가 이글을 씁니다. 저보다 더 힘든분들 많을텐데 이럴땐 어떻게 해야할지 조언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