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591

전세 사는게 죄인가....


BY 현이 엄마 2000-08-29

전 오늘 전세 재게약을 했습니다.
원래는 9월 초 인데 짐주인이 빨리 해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21일에 돈이 마련됐으니 필요하신 날 연락을 주고 오시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오늘, 아니 어제군요.
어제 오전 12시에 전활 해서는 4시쯤 갈테니 재게약을 하자고 하더군요.
제가 무슨 현금지급기입니까?
지금 돈 달라고하면 나오게...
분주하게 은행에 가서 돈 찾아 오고 집도 다시 한번 치우고 신랑에게 연락도 해서 4시에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2시 반에 다시 전화해서는 집에서 3시에 만나자고 하더군요.
여기까지는 좋았습니다.
근데 저희는 이렇게 갑자기 올줄 모르고 등기부도 떼놓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아주 정중하게 여쭤 봤습니다.
등기부에 저희가 알고 있는 다르게 올라가 있지 않냐구요.
은행 융자는 얼마나 남아 있냐구요.
전세금이 전재산인 저희로서는 당연히 알고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집주인 아줌마는 사람이 믿고 살아야지 자길 못믿냐며 화를 내더군요.
사실 누굴 믿습니까.
전산이 걸린데다가 시간이 없어서 등기부도 못떼 봤는데...
(원래 계약만료일은 9월4일입니다)

집주인 아줌마는 모든 방을 훑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는 볼때 마다 한마디씩 해댔죠.
안방 - '원래 우리 안방이 큰데 이리 좁아졌지?'
주방 - '기름기 봐라...'
아이방 - '무슨 짐이 이렇게 많아'
서재방 - '늘어 놓고 사네'
앞베란다 - '재털이 좀 비워 놓지.냄새나게...'
뒷베란다 - '대단해. 이러고도 사니...'
거실 - '걸래질 좀 하지'

그러곤 일장 연설에 들어 갔습니다.
"사람들 말이 맞았네.집 잘못 줬다고 하더니 아주 엉망이야.
베란다 창은 닦지도 않나?(거실쪽 창이 아니라 바깥창 말입니다) 살림은 왜이렇게 많아?
살림 이렇게 많은 줄 알았으면 진작에 세 안줬지.
우리 며느리둘도 다 세살지만 이렇게 살지는 않아. 거실에 머리카락하나 없고 늘어 놓는게 어딨어. 다 애키우고 살아도 윤기가 번쩍번쩍 나는데... 나중에 우리가 다시 들어 오면 집 싹 수리해야겠네. 팔아도 이 상태로는 너무 지저분 해서 팔리지도 않겠어."
그러면서 나중에 재계약 만료가 되기 4일전에 나가 달라고 하더군요.
집을 엉망으로 써서 수리를 해야겠으니 나중에 이사갈때 날짜 며칠 당겨서 나가래요.
우리가 엉망으로 썼으니가 수리일을 우리 계약 기간에서 제하겠다고...
전 너무 기가차고 어의가 없었습니다.

저희집이 정말 더러우냐구요?
한번 와 보세요.
어떻게 해놓고 사는지.
정말 열받습니다.
살림이 많은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모두 정갈하게 제자리에 있고 쓸데 없는거 하나 없습니다.
저희 서재를 보면서 쓸데 없이 책만 많다고 하더군요.
근데 저 아직 학생입니다.
더 배우고 싶어서 학교에 다시 다니는 주부 학생입니다.
근데 책상에 책 펼쳐 놓고 치우지도 않는다고 게으르다고...
저희 시어머니께서도 저에게 그런 말씀 하시지 않습니다.
오히려 너무 깔끔하게 하고 살면 피곤해진다고 스트레스 받지 않는 선에서 치우고 살라고 하십니다.
며칠 전에 왔다가신 아버님께선 깨끗게 잘하고 산다고 칭찬까지 하셨습니다.
그전에 세살던 집 이사 나올땐 집주인 사장님(임대업을 하시는데 아파트를 8채나 갖고 계시는 분이었습니다)께서 자기가 임대업 하면서 이렇게 집 깨끗하게 쓰고 나가는 사람 첨이라고 했습니다.
집 세줄때 보다 더 깨끗해졌다고 고맙다는 말까지 들었었습니다.

근데 이 집주인은 시어머니보다 더 심하게 살림에 대해 꼬치꼬치 깨묻고 집을 훑어 보고 한마디씩 하는데...
정말이지 재계약이고 나발이고 다 때려치고 싶었습니다.
심지어는 베란다에 내어놓은 화분이 지저분하다고 트집을 잡고 계속 담배 냄새에 속이 울렁이네 쓰레기 냄새가 나네 하며 사람 속을 발칵 뒤집에 놓더군요.
몇번이고 올라 오는 분을 삭히며 재계약을 마치고 엘리베이터르 타고 내려가는것 까지 본 후, 전 넘넘 열을 받아 쿠션을 집어 던졌습니다.
저희 신랑이 잘 참았다고 절 안아주며 위로하더군요.
하지만 전 열받아서 그릇들을 모두 꺼내 설겆이 하고 바닥에 세제 풀어 박박 닦고 유리창 싹 닦고...
근데도 분해서 이렇게 잠도 못자고 있습니다.

집안을 둘러 보는건 좋아요.
하지만 아무리 집주인이라고해도 그런 말을 하는건 잘못한거 아닌가요?
같은 아파트 사는 언니가 이 말을 듣더니 엄청 화를 냈습니다.
그렇게 깨끗한 집이 몇집이냐 되냐고.집주인집 한번 보고 싶다고하더군요.
어떻게 해놓고 사는지 말이예요.
정말 분하고 열받아서 잠이 안와요.
눈물도 나도 서럽고....
정말이지 전세 산다고 사람이 우습게 보이나 봅니다.
자기 자식들도 전세 산다면서 집주인이 그렇게 대하면 좋겠는지
모르겠네요.
전세 사는게 죈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