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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하네요.


BY 며느리 2000-09-05

아줌마닷컴을 알고부턴 매일 여기 게시판에 들어와봅니다.
결혼한지 얼마 안되어서 우리 주부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어떤 고민을 안고 또 어떤 해답을 주는 분이 계신지 살펴보면서 저도 같은 며느리의 입장에서
동감이 가는 부분이 참 많았던거 같아요.

요즘들어 부쩍 시댁과의 갈등문제가 많이 나오는것 같네요.
명절이 다가오니까 벌써부터 두통을 호소하는 분도 계시구요.
저또한 결혼후 처음 맞는 명절이지만 하루하루 다가오는 명절이
너무 싫으네요.

무엇보다도 명절은 우리 며느리들이 죽도록 일하는 날이라는게
넘넘 싫어져요. 저도 신혼여행 갔다와서 시댁에 인사드리러 간날부터 부엌일, 청소,
게다가 해보지도 않은 소밥까지 줘야하고 왜이렇게 할일이 많은지 잠시도 쉴틈이 없었죠.

저희집에선 그래도 막내라고 귀엽게만 자라왔는데 정말 화가나더라구요.
물론 제남편을 제가 선택했으니 그 모든걸 다 안고가야 한다는거 알지만
전 결혼한 이후로 남녀평등이 이리도 심한지 첨 알았어요.

남자들은 결혼하면 "우리사위 우리사위" 하면서 우리 엄마들이 떠받들어주고
tv나 보면서 갖다주는 음식 받아먹고 하는데 여자들은 결혼하는 그날부터
이눈치 저눈치 다보면서 엉덩이 한번 바닥에 붙이고 앉아있을 겨를이 있나요?
잠시라도 쉴려고 하면 "이거좀 해라, 저거좀 해라"하면서
눈치주기 바쁘구.며느리가 뭐 일꾼인가요?

친정에 가는것도 이것저것 눈치봐야하구 더구나 아예 친정엔 가보지도 못하는
며느리들도 많다는데 정말 서글프네요.
저희 세째 형님은 결혼해서 지금껏 명절엔 아예 포기하고 친정에
가지 않았다고 하데요. 하지만 전 그러지 않을겁니다.
아니 그러구 싶지도 않아요. 절 시집보내면서 눈물을 훔치시던 저희 엄마의
쪼글쪼글한 손을 생각하면 시집갔다는 이유로 엄말 섭섭하게 하고 싶지 않아요.
하룻밤 자고 얘기할겁니다.
친정에 가야겠다고 말이예요. 남편에게도 분명히 얘기해뒀어요.

사실 남자들은 결혼해도 항상 자기 식구들하고 가까이 지내고
부모님얼굴도 수시로 뵙고 하지만 우리 여자들은 어디 그런가요?
부모님 보면 얼마나 본다고 안찾아갑니까. 아니 정확히 말하면
못찾아뵙는다는 말이 맞겠죠. 제가 이렇게 속상한 마음에 글을
올리게 된건 우리 며느리들도 이제 자기 실속을 찾았으면 하는 바랩에서입니다.
며느리가 죄인인가요? 왜 시댁눈치보며 친정에도 못가야합니까. 우리들도 모두 귀한 딸들입니다.

이젠 우리 스스로가 지금의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우리의 권리를 주장하자구요.
그렇지 않음 언제까지 여기에 머무를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딸들에게는 이런 서러움을 물려주지 말자구요.
난중에 우리도 애지중지 키운 딸이 시댁눈치보느라 명절날 얼굴한번 비치지 않는다면
얼마나 슬프겠어요.
이럴땐 정말 남편마저도 밉고 싫어지네요. 시부모님들은 도대체 왜그럴까요?
자기자식 귀한거 알면 남의 딸도 귀하다는거 알아야죠.
넘화가나서 말을 막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씁쓸한 이기분 어쩔수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