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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사랑 받는 법


BY 혜영 2000-09-15

안녕 하세요?
얼마전 동아일보에 소개된 아줌마닷컴을 보고 한번 접속한 후
팬이 되어버린 아줌마랍니다.(결혼7년차)
신랑은 오늘도 퇴근해서 컴앞에 앉아 있는 절 보고
"또 아줌마닷컴이야?" 하는군요.

이곳에서 많은 글들을 접하며, 그래도 난 행복한 여자구나 하고
생각했답니다.
시어머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고 평소에도 느꼈는데,
지금은 그 생각이 더 하네요

저는 4남1녀중 막내며느리입니다.
남편과는 첫눈에 서로 반해 3년연애 끝에 결혼했지요.
지금도 서로 죽고못사는 닭살 부부랍니다.(친구들 표현)

저희 어머님은 집에서 살림만 하시는 보통의 시어머니이십니다.
새댁때는 모든 새댁들이 그러하듯이 얼마나 어려운 어머니입니까. 저도 물론 그랬지요.
하지만 친딸처럼 대해주시는 어머님에 대해 지금은 친정어머니
이상의 정을 느끼고, 또한 그동안 저에게 베풀어 주신 사랑은 죽을때까지 다 갚지 못하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새댁때, 한옥인 시댁에서 새벽에 마당을 가로질러 화장실 가다가 나무뿌리에 걸려 엄지발톱이 그야말로 무지하게 아팠답니다. 다음날 아침 우스개 소리처럼 어머님께 얘기했더니,
우리 어머님, 당장 곡괭이 들고 와서 나무뿌리 파내 버리더군요. 그때의 그 감동, 고마움, 가슴떨림...
또 함께 시장이라도 가서 저 옷 예쁘다 하고 지나가는 말로
하고 나면, 다음날 제 가방속엔 검은 비닐봉지안에 둘둘말린채로
그옷이 넣어져 있답니다.

또한 신랑의 직업상 이사를 자주 다니는데,
그때마다 우리 어머님 찰밥이며, 떡이며, 음식을 바리바리 해 오시고, 심지어는 pet병에 물까지 끓여 담아 오신답니다.
대단한 어머님이시죠?
이번에도 제가 둘째딸을 낳았는데, 산후조리 어머님께서 해 주셨답니다. 물론 첫째딸도 해 주셨지요.
저희 친정 어머니께서 수고 하신다고 전화 드리니,
어머님께서는 "당연히 할 일을 하는 것 뿐입니다. 제 자식은 제가 거둬야지요" 하시더군요.
그러니 제가 마음편히 두달가까이 어머님 밑에서 산후조리를 할 수 있었지요.

제가 딸을 둘 낳았지만, 저희 어머님은 지금도 그러십니다.
"네 인생 네것이다. 애만 키우다 네 인생 묻혀 버리지 말고,
딸도 아들보다 더 잘키우면 된다. 난 열아들 부럽지 않다.
잘 키워라"
이런 말씀하시는 데에는 이유가 있으시답니다.
제가 첫째딸 낳을 때 저희 어머님 손을 꼭잡고 낳았고,
둘째딸 낳을때도 저희 어머님 간호사들의 온갖눈총 다 받아가며 제 곁을 지켜주셨답니다.(보호자는 못들어오는 병원이었음) 둘째는 난산이어서 제가 너무 힘들어 하니까,
저희 어머니 간호사 붙들고 우시면서 하시는 말씀..
"수술 해 주세요. 저러다 우리애 잡겠어요" 하시며, 제 손을 붙들고 벌벌 떠시더군요.
아픈 그 와중에서도 전 저희 어머님의 모습을 보며 힘을 얻어 결국은 자연분만으로 예쁜 둘째딸을 낳았답니다.
이런저런 소소한 일들까지 모두 글로 표현할 수는 없고,
하여간 저희 어머님의 사랑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높고 깊음을 느낍니다.

어느 날 저희집에 놀러오신 어머님께, 제 친구가 여쭤보았답니다. "어머님, ㅇㅇ엄마 어떤점이 그렇게 예뻐 잘 해주시는 거에요?" 그러자 저희 어머님 그러시더군요.
"뭐 별거 있나요? 그저 내 아들에게 잘하면 예쁘지요."
전 깨달았습니다. 그렇구나...
사실 전 아직도 세상에서 저희 신랑이 제일인줄 알고 사는 아줌마거든요.

너무 제 자랑만 늘어놓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 글 올립니다.
모두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