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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시댁 이야기 미주알 고주알 해볼께요


BY 들국화 2000-09-30

내가 <시누이를 생각하면 심장이 아파요>라는 글에서 나의 시댁

에 대해 미주알 고주알 쓰지 않고 내 생각만 쓰니까 시댁은 문제

가 없는데 나 혼자 잘난 척하는 것에 대해 마음이 불편해하시는

분이 많으시네요. 시아버지께 당할 당시에는 시아버지 엄청 미웠

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그런 감정도 옅어지네요. 다만 시누이에

대한 앙금이 남아있을뿐이죠. 같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매몰차

게 한마디하니까 서운한 것이였겠죠. 시누이도 시아버지가 권위

적인 것 엄청 싫어하거든요.

그리고 그 때는 한 시간 동안 인테넷 안에서 당장 쓰니까 내 상

황을 잘 설명하지도 못한 것 같구요. 남편이 전화비가 아까워서

그런지 한글에서 쓰고 옮겨오는 방법을 가르쳐 주어 지금은 조금

씩 생각하면서 쓰고 있습니다.

아무리 잘해주는 시댁이라도 시댁이 어려운 것은 사실아닌요.

시댁 문제는 사소한 말로도 상처받지 않나요. 그리고 같이 살거

나 자주 보지 않는 이상 갈 때마다 불편하고 어렵지 않나요.

난 사실 시부모님 이야기는 안할려고 했어요. 시부모님 인간적

으로 며느리 구박하는 분들이 절대 아니거든요.그런데 시댁 문제

는 인간의 선악의 문제만은 아닌 것같아요. 이른바 구조적인 문

제라할까. 그래서 개인적으로 시부모님 험담하고 싶지 않았거든

요.

그런데 내 상황은 더 알아볼려고 하지 않고 말꼬리잡고 늘어지

는 분들이 계셔서 나도 미주알 고주알 써야 겠어요, 시어머니는

시아버님께 평생을 무시받고 살아오셔서 그런지 누구한 테 싫은

소리 못하시는 분이지요. 주위 사람들이 며느리 군기 잡아야 한

다고 하면 그 때서야 하시는 척이라도 하다가 관두시는 분입니

다. 보통 그런 엄마를 둔 딸들이 엄마를 불쌍해하면서도 답답하

다고 짜증내하지 않나요. 나 짜증나지 않아요. 시어머니가 안된

반면에 시아버지가 미워지지요.

우리 시댁 분위기 한 번 들어 보실래요? 상차리고 음식 준비할

때 시어머님 말씀 안하세요.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말씀안하시

지오. 결혼 일 년 동안 제사 네 번 치르고 생일하고 명절치르는

데, 내가 어머님께 이거할까요, 저거할까요 해가면서 어머님 도

왔어요. 좋을 것 같죠? 하나 하나 알아서 해야 하니까 조금 불편

하죠. 나는 시댁 소금이 어디있는지도 모르는 초짜였는데. 그래

도 어머님은 그렇게 살아오신 거니까 그러려니 했어요.

다음, 시아버님은 거실에서 TV 보시다가 한층 일하느라고 바쁘

고 손에 기름묻혀 있는 데 물가져와라 해요. 시동생은요, 형은

나하고 전부치는 데 방에서 컴퓨터 바둑 두느라고 나와보지도 않

았어요. 나는 시동생 부분에 대해서는 형은 전에 엄마 도와주는

것 좋아하고 동생은 그렇지 않나보다로 이해했어요. 밥먹을 때는

요, 시아버님이 간장가져와라, 새우젖 가져와라 등등. 밥먹다가

두 세 번은 일어나야 했어요. 그리고 밥먹을 때 아무도 이야기안

해요. 시아버지만 음식 타박 몇 마디 하시지요. 식사 분위기 완

전 '고드름과'예요.

내가 정이 없다구요. 뭐 그런 부분도 있어요. 그런데 나는 친

정 엄마랑 이야기를 많이 해서 그런지 시댁 분위기 처럼 사람 앞

에 두고 입다물고 있는 데 익숙하지 않아요. 시어머니하고 있을

때는 이야기도 잘했어요. 요즘 취미 생활에 대해, 건강에 대해

이것 저것 여쭤봤지요. 시어머님 한 세 마디로 끝내세요. 그렇

게 10 분 있다 보면 할 이야기도 떨어지고 테레비보지요. 그런

데 테레비 채널권이 시아버님께 있어 시포츠나 바둑만 틀거든

요. 정말 테레비만 바라보지요. 남편도 말 안해요. 시아버지 옆

에 계시면 나하고 한 마디 안해요. 난 그러면 있을 데가 없지

요. 안절 부절이예요. 시동생이 장가를 안가 있을 방도 없었어

요. 그러니 시댁에 오래 앉아 있을 수가 없지요.(내 올캐는요.

나하고 엄마하고 수다를 많이 떨어주어서 그런지 안부 전화하다

내가 친정 집에 있는 것 알면 직장 갔다 오는 길에 나 본다고 들

르지요. 나 그렇게 인정없고 비인간적인 사람 아니랍니다)

다음, 시부모와 며느리를 예의를 지키는 관계로 살자고 한 말

이 나온 이유를 들어보실래요. 밖에서 잔치가 있었고 잔치 끝나

고 시댁에서 다시 친척들 모여 식사를 하려고 했나봐요. 나는

한 달 전부터 불면증이 생겨(이 불면증도 시아버지 때문에 생긴

거예요. 중간 중간 사소한 일로 시아버지 때문에 스트레스받은

것까지 써야 나 좀 동정해주실 건가요?) 시아버지께 집에 가서

쉬고 싶다고 했어요. 잔치 장소에서 시댁까지 택시로 한 시간.

시댁에서 일해야 하고(많은 분 일하는 것 하나도 안힘들다고 하

지만 난 두 시간만 서있어도 허리아프고 머리아프고 하거든요).

시댁에서 나의 집까지 전철로 약 두 시간. 몸이 힘들어 엄두가

않났어요. 그리고 경우없는 아버님 형제들 보기도 겁났거든요.

(예를 들자면 고모 한 분은 나만 보면 "너 애기. 안 생기니? 너

피임하니?를 볼 때마다 묻지요. 나는 좀 그런 질문이 황당해요.

그렇다고 어른인 데 그러지 마세요 라고 할 수도 없고. 내 고모

가 내 올캐한 테 그런다면(나의 고모가 그럴리도 없지만) 난 고

모한테 그런 말씀하지 마세요라고 할 것 같에요. 내가 시어머니

래두요)

택시를 막 잡았는 데, 그 말을 하니까 아버님 버럭버럭 화를 내

시고 소리를 막 치시대요. 뭐라고 소리쳤는지 무섭고 떨려서 생

각도 안나요. 무섭고 택시 운전사보기 챙피해서 시댁으로 끌려갔

어요. 시어머님은 먼저 집으로 가셨구요. 지금도 시어머니나 시

누이는 그 때 사건 모르지요. 내 남편도 옆에서 보고 하얗게 질

리고. 그 이후 내 남편도 시댁에 대한 나의 행동에 왈가불가 하

지 않아요. 그 뒤 1 년 동안 우리 부부 한 번 도 싸운 적 없어요.

나는 사람들이 자기 마음이 편한대로 살았으면 해요. 시부모님

께 도리를 못하는 것이 마음이 불편하면 잘하여 마음을 편하게

하고, 시부모님께 도리를 제대로 하는 것이 마음이 지옥이면 기

본적인 도리 또는 예의만 지키고 살았으면 해요. 시부모님께 잘

하여 인정받고 행복한 사람에게 너 자신을 위해 살라고 하지도

말고, 시부모님과 부딪히는 것이 불편한 사람에게 도리를 다하라

고 하지도 말았으면 해요. 동서 관계, 시누이 올캐 관계도 그렇

게 했으면 좋겠어요. 사람한테 잘 하는 데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

도 있고 나 자신을 위해 사는 것이 행복하지는 못해도 편한 사람

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조선

시대와 지금이 뭐가 달라진 것이 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