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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너무 좁은지-정말 속상해요.


BY 세비 2000-10-02

속상한 마음에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데, 경험 많으신 선배 주부님들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아닌일인데 유난떤다고 흉보실까봐 걱정도 돼요.
저는 결혼 3년째인 직장 다니는 주부예요.
물론 시댁에서는 막내 며느리이지만, 저희 형편상 지금은 시댁에서 같이 살고 있지요.
시댁과 합가한지는 1년이 조금 지났구요.
시댁은 3남 3녀로 큰아들과 막내인 우리는 대전에, 둘째아들은 서울에 살아요.
큰아들은 차로 15분 거리에 우리는 시댁에 같이요.
제가 오늘 속이 상항 것은 어머님 생신때문이예요.
얼마 안 있으면 어머님 생신이거든요.
결혼한 첫해의 생신은요. 어머님 생신이 추석지나고 얼마 안돼서 있으니 추석때 의논을 했
겠죠? 물론 생신은 평일에 있었고요. 그해의 생신은 서울 아주버님네가 일이 있어서 예정보
다 많이 앞당겨서 차려 드렸어요. 그리고 그 자리에서 큰며느리인 형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생신 날에는 내가 미역국이라도 끓여 드리면 되니까 이렇게 해먹으면 된거지 뭐.' 순진한
저 그렇게만 하면 되는지 알고 정작 생신 전날은 일도 늦게 끝나고 해서 퇴근하는 길에 케
익하나 사고 용돈 조금 준비해 놓고 퇴근을 했죠. 생신날 아침에 일찍 시댁에 들렸다가 출
근할 생각으로요. 퇴근해 와서 큰형님댁에 전화를 드렸더니 형님 왈 ' 어머 내일이구나, 나
는 생각도 못했네. 나는 애들 때문에 아침에는 못가. 니기(그형님은 동서라는 말 한번도 안
하시죠) 미역국이라도 끓여서 갖다 드려라. 그러면 돼지 뭐'. 저 속상한 마음에 전화 끊고
시간보니 9시 30분이었어요. 그때 저희 집 근처에는 큰 슈퍼도 없었고, 재래시장이 있었는데
그 시간에 얼른 시장에 가보니 다 문을 닫고 뭐가 있겠어요. 겨우 겨우 시장보고 냉동실 다
뒤지고, 서울언니에게 전화해서 음식 어떻게 해야 하나 물어보고 해서, 생선굽고 국끊이고,
전부치고, 나물하고 불고기하고, 김굽고(또 뭐한 것 같은데)해서 새벽2시까지 준비하고 잠
조금 자고 아침 일찍 시댁으로 가서 아침상 차려 드리고 용돈 드리고 택시타고 출근했죠(없
는 살림에 10만원 이상 생각지도 않던 돈이 들어가니 허리가 휘청하지요-그때 결혼하고 얼
마되지 않아 우리 신랑 사업한다고 해서 제 월급으로 생활하고 부족한 것은 친정에서 가끔
용돈 주시는 것으로 해결하던 때였죠. 지금도 신랑한테 생활비 못 받는 생활은 마찬가지고
요.) 우리 시어머님은 원래 천사표시라 괜한짓 한다고 펄펄뛰시죠. 출근하기도 힘든데 사서
고생한다고 하셨죠. 둘째해인 작년에는 어떻게 형님들이 참여해서 그냥 지나 갔나봐요. 삼년
째인 올해 생신은 다음주 월요일 이죠. 그러면 대개는 그 앞 주말에 생신을 하죠. 그런데 올
해는 서울 둘째 아주버님네 큰 아이가 중학교 2학년인데 중간고사가 걸려서(그사이 첫째 아
주버님이 이혼을 하셔서 둘째 며느리가 큰며느리 역할을 하게 됐지요) 둘째 며느리가 어머
님 생신을 못할 것 같다고 어머님께 지난 주말에(어머님이 지난 주말에 광주에 가실 일이
있었거든요, 광주에는 큰딸 둘째딸이 살고 있고요)광주에 가셔서 딸들에게 맛있는 것 얻어
먹고 오시고, 자기 아이 시험 끝나는 날 서울로 올라 오시면 맛있는 것 해드리겠다고 했데
요. 근데 우리 어머님 생신 드시러 서울까지 가시겠어요. 9개월된 우리 아기도 봐주시고 계
신데요. 그래서 저는 생각했죠. 큰아주버님네 식구야 주말마다 와서 밥먹고 하는 거니 다음
주말에 갈비나 좀하고 국끓이고 잡채나 좀해서 큰아주버님네 식구들이랑 먹고 생신 당일날
은 이웃집 아주머니들이랑 점심에 국수라도 드시라고 용돈 조금 드릴려고 생각했어요. 그런
데 문제는 어제 서울 며느리가 큰아주버님께 전화를 드렸데요. 시부모님께 이번달부터 자식
들이 용돈 드리기로 했거든요. 그래서 그 통장 만들은 계좌번호 알려 드리고(대전에 같이
사는 사람은 난데 왜 서울사는 형님께로 돈을 보내드려야 하는지 저는 아직도 의문입니다.)
이번생신이 위의 상황처럼 될 것 같다구요. 그랬더니 큰아주버님이 아버님도 계시고 하니
그래도 내려 와야 한다고 하셨데요. 그래서 그 일정이 갑자기 내일(3일)로 변경이 되었데요.
그렇다고 어제 밤 9시돼서 저에게 전화해서 정말 미치겠데요. 그러면서 죽는 소리를 하시네
요. 그 형님이 빨리 도착해야 오늘 밤 9시나 10시 이래요. 집에서 과외하는 애들이 있어서
그 수업을 하면 빨라야 집에서 6시에 나설수 있다네요. 그러면서 시장볼 걱정을 해요. 제 생
각은 어차피 아이들 오후 3-4시 되어야 수업하러 오는 거니까 아침 일찍 시장 보다가 고기
재우고 준비하면, 여기서 준비할 수 있는 것은 제가 퇴근하면서 시장봐서 준비하면 될 것
같은데요. 저보고 시장을 봤으면 하시네요. 말이 쉽게 갈비하고 불고기하고 국거리하고 등등
등. 저는 손이 두 개밖에 없는데 다 어떻게 들고 가지요. 또 저희 식구들 먹는 것 장난이 아
니거든요. 그래서 저 오늘 출근하자마자 대형 할인마트에 전화해보고 있었어요. 배달해주는
데 찾느라고요. 제가 너무 속좁게 못된 마음을 먹은 것인지요. 저 나름대로는 속이 상한데
그래서 너무 속좁다고 꾸중들 하셔도 할 수는 없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