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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누구처럼 부부지간의 호칭때문에 고민 한번 해 봤으면~


BY 2000-10-04




후후후..
일단은 웃고 시작하게 되네....쩝.

동갑부부끼리도 남자가 존댓말을 써주기를 바란다?

남자들이 존댓말을 써주기를 바라는 이유는 딱 2가지일 것이다.

첫째. 아내에게 웬지 크게 보이고 싶을 때

둘째. 남들에게 '나는 아내에게 대접받으며 살고 있다'는 걸 과시하기 위해.

그 집 남편은 어느 쪽이었을까.


우리집은 어떨까.

홈페이지를 오픈한 덕에 많은 사람이 이제는 우리집 사정에 대해 비교적 거의 훤히 꿰~고 있지만.....

우리집은 남편이 나보다 2살 적다보니 재미있는 일이 의외로 참 많이 벌어진다.

남편의 선배가 나와 동갑인가 하면, 내 바로 아랫남동생과는 남편이 동갑이다.

내 동생은 처음에는 같은 동갑의 '매형'을 어떻게 불러야할지 무척 곤혹스러워했다.

그래도 그중 다행인 것이, 그나마 남편의 생일이 조금 빠른 덕에 오뉴월 땡볕이 어디냐며 구렁이 담 넘어가듯 호칭문제는 그럴 듯하게 해결되었는데......

우리 부부는 확실히 말을 '트고 산다'
그래서 가끔씩 학교시절 이야기를 하게 되면 더 가관이다.

가령 남편이 '나, 중학교때 말이야....' 이렇게 운을 떼면,

나는 배시시 웃으면서 이렇게 맞받는다.
'어, 내가 고등학교 다닐때 말이야? 그래서?? 계속 해봐!'

이런 식이다.

이러니 남편이 나에게서 존댓말을 듣기란 이자없이 과부돈 얻기보다 더 어렵다.

그렇지만 가끔 내가 기분 내키면 '옵빠~' 이렇게 콧소리 섞어서 불러도 준다. 둘 다 결국은 킬킬대지만....

그렇지만 시부모님 앞에서나, 아이 앞에서는 철저히 말조심을 한다.

우리 둘이만 있을 때는 비교적 친구사이처럼 이야기하는 편이지만, (우리집은 어떻게 된 게, 남편이 나에게 더 애교를 떤(?)다~) 우리 주변에 누가 있을 땐 우리나름대로는 무쟈게 무게잡는다.

게다가 남편이 목소리톤을 낮추면 거의 형사(?)분위기가 되기 때문에 남편회사 여직원은 나에게 그런다.

사모님, 팀장님 무서워서 어떻게 사세요? 라고...

무섭다니? 얼마나 장난꾸러기 서방인데.... 밖에 나가서 뭘 어떻게 무게를 잡고 다녔길래 여직원들에게서 무섭다는 소리가 다 나오는지.

***

내 친구들은 대부분 2~6살 연상의 남편과 살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존댓말을 쓰는 친구들도 있고, 반말하며 사는 친구들도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어느 한쪽이 강요해서가 아니라, 연애할때부터 들여진 습관으로 계속 이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교시절부터 만난 사이는 대부분 반말로 하고, 사회에서 만났거나 혹은 중매로 만나 결혼한 사이는 존댓말을 하였다.

그러나 예외없이 여자쪽만 존댓말을 쓰는 편이지, 남녀 공히 다 존댓말을 쓰는 경우는 단 한 경우도 없었다.

그러면 그렇지, 요즘 우리나라 젊은 남자들이 어떤 사람들인데, 자기 마누라에게 꼬박꼬박 존댓말을 쓸꼬!

종합방송인(?) 박 철씨의 경우에는 아내인 옥소리씨에게 존댓말을 쓰는 듯 했다.

그는 보기보다는 훨씬 가정적인 남자같아 보였는데, 아내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져 느낌이 좋았던 생각이 난다.

나도 남편에게 박 철씨가 아내에게 존댓말쓰는 게 보기 좋다고 했더니, 우리 집 남자는 아주 질색을 한다.

마누라보다 나이가 적은 것도 억울한데, 존댓말까지 쓰고 살면 진짜 누가 보면 쥐여잡혀사는 것 같잖아... 그러네.

그러길래 내가 그랬네.

그럼..... 아니야???



어쨋든 남편이 존댓말써주기를 바란다면 장난삼아라도 들어주는 게 어떨까?

남자들은 아이같아서 아내에게 웬지 '군림'하고 싶은 동물적인 근성이 있다는데, 남도 아니고 남편인데 그런 정도의 정신적인 만족감은 아내가 채워줘도 괜찮지 않을까?

다행히 우리집 남자는 내가 존댓말써주기를 원치 않는다.

이유는!

나는 부부싸움할 때는 굉장히 말을 정중하게 한다. 그래서 싸울때 가끔씩 존댓말을 썼더니, 내가 존댓말쓰면 내 기분이 나쁜 줄 지레 짐작하고 질색하거덩!


칵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