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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이 가지 않는 남편에 대한 마음


BY 무너지는 2000-10-16

참 힘든 분들 많은데
제 얘기는 혹 사치가 아닌가 싶어
많이 망설이다 글 올립니다.

전 결혼 3년 반이 된 두 딸아이의 엄마입니다.
전 남편에 의해 내 인생이 망가졌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남편은 결혼할 때 많은 거짓말을 했습니다.
대학을 나왔다고 했고, 학원원장이었던 직업을 계속 하며
결혼한 그 지방에서 계속 살거라고 했으며,가족관계의 원만하지
않은 상황은 물론 정신병자인 큰 형이 있다는 것도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돈도 많은 듯이 얘기 하기도 했구요.
그 가족관계역시 굉장히 복잡합니다.
시아버지의 두번째 결혼으로 그는 두번째 부인의 자식이고
아버지는 친아버지가 아닙니다.
그러니 가족관계는 시아버지의 첫번째 부인에게서 얻은 5남매와
그, 그리고 다시 지금 시아버지와 시어머니사이에 낳은 두 시동생...너무 복잡한 구조 속에 있습니다.
물론 어렵고 힘들지만 그 가족관계는 그리 자주 부딪치지 않고
특별한 일만 챙기면서 다들 살기 때문에 어려운대로 참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 때때로 이런 말을 합니다.
"난 당신 하나 믿고 사니까 나한테 잘 하라고..."
그런대 남편이 잘 한다고 할때는 그런대로 참고 살기도 하지만
가족 보다는 일을 더 챙기고, 또 너무 독한 모습으로
세상을 사는 데만 급급하고,처갓집에 마음을 두지않고,
본인도 뻔히 살갑지 않다고 느끼는 본가에 대해서 내가
힘들어 푸념이라도 할라치면 어느새 자기가 바람막이가 되어
시댁식구들을 두둔하고 나서고 할때면 난,
믿바닥에 힘들게 가라앉혀 두었던 흙탕물이 끓어올라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내 인생을 이렇게 제 멋대로 좌지우지
해 놓고는, 날 속여 결혼한 주제에,무슨 할말이 있다고 그래"
근본적인 문제로 그가 미덥지 않습니다.
그는 결혼후 2개월이 지나 상의 한마디 없이 직업을 바꾸었습니다. 갑자기 서울로 이사도 해야 했습니다. 아무 말도 없이 갑자기..
그는 결혼후 본인도 갑자기 한 결정이었다고 하지만
알고 보니 결혼 4~5개월 전부터 계획했다는 걸 친구에게 들었습니다. 또 속였구나 싶었습니다.
그에게 믿음이 가질 않습니다.
그는 어느땐 마치 나에게 잘 하는 듯 행동하기도 하지만
전혀 마음이 있어보이지 않고 가식 투성으로 비칠때가 많습니다.
8개월전,
제가 둘째 딸아이를 출산했을때 아들을 낳고 싶었던 그 욕심이
채워지지 않자 돌변해 아이도 2개월동안 쳐다보지도 않고
저에 마음도 무척 아프게 했습니다.
그때 전 정말 그가 싫어졌습니다.
그나마 그에 대한 연민으로 버티고 있었던 마음이 모두 무너져
버린것 같습니다.
그는 한 여자의 인생방향을 송두리째 바꾸고도 조금도
미안한 마음을 갖지 않을 뿐더러,
자기를 위해 아이를 지우고 또 지워가며 아들을 낳아주기를 바라는 뻔뻔한 인간입니다.
마치 난 그에게 속아 그에 인생에 희생양이 된 듯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어렵게 자란 탓인지 너무 너무 독하기만 한 그에게 나도
언젠가는 그에게 필요없어지는 순간 또 다시 뒷통수를
맞을 것 같은 생각에 그는 더 이상 내 맘에서 남편이 아닌 지도
모릅니다.
둘째 아이를 낳은 이후론 알뜰이 살아 그에 인생계획에 동반자가
되고 싶었던 마음조차 떠나
그에게 화를 자주내고 폭언으로 그에게 상처주고 헤어지고 싶다는 얘기도 서슴없이 합니다.
그는 그때마다 어영부영 내 이야기를 철부지 아이취급하며
지나칩니다.
그러는거 그에게 아직 내가 있는편이 낫다는 생각에서지
사랑이나 정이라는 생각 전혀들지 않습니다.
헤어지자며 얼마간의 위자료를 달라 했더니
법대로 하라내요.
참 일말의 양심도 없는 듯한 그가 더욱 싫어집니다.
하지만 내가 괴로운 건 헤어져서는 안된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내 의지로 이 세상에 나오게 한 아이들을 무시할 수가 없기 때문에 살긴 살아야 함을 알지만 이런 인간미 없고 지독한 인간과
평생 어떤 방법으로 나를 달래며 살아야 할지 막막할때가 많습니다.
다 떨쳐버릴만큼 현명하지도 못하면서 이런식으로 서로 상처주면서 살아야하는지 도무지 인생관도 가치관도 맞지 않는 그와
아무 문제없는 듯 그의 바램대로 그렇게...답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