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나 일요일엔 평일보다 훨씬 일찍일어나는 울 신랑
쉬는 날엔 얼굴보기가 하늘에 별 따기다.
그런 신랑이 미워서 주말이나 쉬는 날 아침엔 난 일찍 일어나지 않는다.
산으로 바다로 주말마다 빠지지 않고 휘바람을 불며 나가는 신랑에게
왜 따뜻한 아침을 해줘야 되는지 짜증만 나기 때문이다.
내 이런 기분을 눈치챘는지 요새는 자기가 직접 아침을 해서 아이들이랑 먹고 혼자만 가는게 미안한지 아이들 손에 군것질 비용까지 들려주고 나간다.
난들 왜 산과 바다가 그립지 않으리이까?
하지만 그이가 가는 곳은 험한 산봉우리와 바닷물에 미끈거리는 험한
갯바위 아차 하면 큰일날 장소.
가끔씩 쇼핑이라도 할라면 일주일은 졸라야 겨우 같이 가던가 아이들 보아줄 정도....
그런 그에게 사정하기도 싫고 집에서 있는 기분이 우울하기에
아이들이랑 쇼핑을 나섰다.
지난번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작은녀석 윗도리 한 벌사고
햄버거 집에서 아이들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랑 치킨 사먹고
시내구경 하면서 내가 입을 정장도 한 벌 샀다.
한참을 백화점 이곳 저곳을 구경하고 돌아다니다가
화장실에 가고 싶어 아이들을 불러서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라고
신신당부하고 소변을 본 사이 작은 녀석 그새를 못참고 어디론가 숨기 바쁘고 큰 녀석은 작은녀석 찾기에 바쁜 목소리가 들렸다.
다급해진 마음에 볼일을 대충보고 짐을 대충 챙겨서 나와
작은녀석을 찾아 눈살을 몇번 찡그린다음 빨리 집에 가자고 보채는
큰아이 손을 붙잡고 집으로 왔다.
아 ! 그런데 참 속상하게도 화장실에다 새로산 정장바지를 그만 나두고 온 것 같아 백화점에 전화했더니 그런옷이 없댄다
들렸던 매장에도 혹시나 해서 전화했는데 거기도...
그래 화가 잔뜩나고 속이 상해 신랑한테 전화했다.
닌 맨날 혼자다녀서 나 같은 건망증 생길 일 없어 좋겠다구...
그랬더니 울 신랑 잃어버린 바지 값이 얼마냐며 자기가 바지값만큼
돈으로 준단다.
내가 한 얘기가 무슨 뜻인지 뻔히 알면서 그런식으로 둘러부친 울 신랑 난 지금 너무 밉다.
주말이나 쉬는 날은 자기시간이라고 가족들과 함께할 생각은 아예 하지를 않는다.
난 지금 무지무지 화가난다.
신랑 들어오면 무서운 목소리로 왕창왕창 퍼 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