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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며느리란 뭔가요?(3)


BY 며느리 싫어 2000-12-06

그래도 저는 계속 회사를 다녔고 시어머닌 계속 아기를 보셨고 매달 20만원씩 드리며 저는 모든걸 잊고 좋게좋게 지내려고 애썼어요.
아마 시어른들도 그러셨을 거예요.

그러다가 몇개월 안되서 어머님이 병이 드셨어요.
천식이래요. 아이를 못보시게 되었는데 저는 차마 친정엔 말을 꺼낼 엄두조차 낼 수가 없더라고요.
겨우 결혼 허락하시고 그래도 시댁을 좋게 보려 애쓰시며 제에겐 늘
"좀 어려워서 그렇지 마음들은 좋은 분들이다. 잘해 드리렴" 하셨는데 그 백일 사건 이후로 우리시댁에 대해서 아버지의 마음이 완전히 돌아서신것 같다고 동생이 그러더라고요.

그리고 우리 부모님도 평생 맞벌이 하시며 저희 키우시고 아들딸 모두 집한채씩 갖고 시작할 수 있도록 해주셨고, 이제 조금 엄마와 함께 인생을 즐기시려는데 차마 또 고생하시라는 말씀은 못 드리겠더라고요.
물론 시어머님 병원에 계시는 두어달 동안은 엄마가 보셨지만...

그러다 어머님이 다시 좋아 지시는 것 같았고, 아이가 아직 돌도 않된 상태라 어머님께
"어머니 어떡해요? 아직 돌도 안되서 어린이집도 못보내고..." 하는데 대뜸 "얘 어린이집 보낼수 있어. 돌 안되도 다 보낸다더라"
하시는 시어머니.

참 서운하더라고요. 당신이 못보시는 상황이면
"얘 안됐지만 이제 네가 봐야하지 않겠니?" 하시면 그만이지
어떻게 이 어린 걸 어린이집에 보내라 하시나 그것도 아직 핏덩이를...

결국엔 믿을 만한 어린이집을 찾으러 미친듯이 돌아다녀야 했죠.
마음은 내키지 않았지만 남편 월급도 제대로 안나오고 있었고 ,
결혼 삼년도 안돼서 남편은 벌써 세번째 회사를 옮기고 있었지만 거기도 그다지 안정적이진 못했었거든요.
당장 굶을 판이었지만 그래도 친정엄마에게 부탁하고 싶진 않더라고요

그러기엔 그간의 시어머니의 행동이 너무나 노여웠거든요.
그리고 친정에서 아무리 잘 해 줘도 은혜를 모르는 시댁을 위해, 더이상 친정 어머닐 희생시키고 싶지가 않더라고요.
어린이집을 보내겠다는 내말에 친정에선 노발대발 하시고 엄마는 눈물을 철철 흘리시며 '저 어린 걸 불쌍해서 어떻게 어린이집을 보내느냐' 하시고,
아빠는 키울 능력도 없는 것들이 애는 왜 나았느냐며 노여워 하셨지요.

부모님도 당신이 키워주고 싶었지만 시댁이 생각할수록 섭섭했던가 보더라고요.
그래도 어떡해요?
결국 친정엄마가 봐주시게 되었죠.

저는 또 고민이 시작 되었어요.
친정엄마가 애를 보시면 매달 시댁에 주던 돈20만원을 어떡하나?
남편에게 시어머니께 이러이러해서 못드린다고 말씀드리겠다고 했더니 남편은 또 자격지심인지 그런 얘기 할 필요 없다며 엄마가 그것도 모르실 줄 아느냐며 화를 내더라고요.

나는 속으로 그랬죠.
그래. 당신 어머니. 그러 거 모르시는 분이야. 어이 두고 봐라.

아니나 달러?

아이 맡기고 딱 한달이 지나고 또 일주일이 지난 일요일날 한반중에 큰시누이로부터 전화가 왔더라고요.
아버지가 할 말 있다고 오라신다고.
저는 감이 왔지요. 남편도 감 잡은 것 같더라고요.
마침 남편은 그때 회사가 너무 어려워 몇달치 월급도 근근히 나오고 있었고 바로 전날 회사에서 일괄 사표를 내라고 해서 가슴에 사표를 품은채 잔뜩 오그라져 있을 때였죠.

저는 분유도 못 사주고 엄마에게만 미루로 있었고..
아이를 친정을 옮긴후 남편이 매주 시댁에 전화를 했던가봐요.
그러다 회사일이 그렇게 꼬이는 바람에 한주 전화를 안했더니 그 핑계를 대시며
"네 들이 사람이냐? 에미가 다 죽어가는데도 전화도 안하고, 부모자식간에 인연을 끊자" 하시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더니
결국은 어머님이 말끝에
"지난번에 주던 돈도 안주고 말이야" 하시더군요.

남편이 지금 상황이 이러이러 하다고 설명은 했지만, 그래도 아버님은 나에게 받으려고 했던 돈을 돈받는다는 게 분하셨던지
계단을 내려오는 우리 등뒤에 대고
"너희들 은행에 있는 2천만원 이번주내로 당장 갚아.
그래야 나도 융자얻어 살거 아니야" 하고 소리를 지르는 것 이었어요.

결혼할 때 아버님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2천만원 융자 얻어서 아파트를 샀었거든요.
헌데 참 정말 기가 막혀 말도 안나오더라고요.
아무리 나이든 노인데 심술이라지만 경우가 없어도 너무 없는게 아닌가요?

돈 안주는 며느리가 밉고 화가 나도 그 말은 해서는 안될 말 아니었던가요?
솔직히 엄밀히 말하면 결혼 할 때 한푼 도움도 못주고 친정에서 다 해 준 거에, 또 아들 돈도 제대로 못벌어 며느리가 벌어서 먹이고 입히고 살고 있으면 그정도도 고만운거지.
내가 당신들에게 빚을 진 것도 아니고.
며느리 등 뒤에 낯간지러워서라도 어찌 저런 말씀을 하실 수 있나 싶더라고요.

정말정말 결혼 잘못했다고 생각했어요.
정말정말 기가 막히더라고요.
밤새 그런 생각을 하고 그런 부모를 둔 남편이 너무 안쓰러워 혼자 속만싹히다 출근을 했는데 도무지 일이 손에 안잡히더라고요.

조퇴하고 집에 들어가서 아무리 생각을 해도, 내가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더군요.
난 정말 잘 하려고 햇는데.

남편도 내가 시부모님 때문에 펄펄 뛰어도 절대로, 내가 책임과 의무를 저버릴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에, 내 투정 다 받아주며 다독여주곤 했었죠.
나또한 화날때 뿐, 돌아서면 다시 좋아지겠지 좋아지겠지 하며 살았는데 정말 이건 아니다 싶더라고요.

난 정말 잘하고 싶었는데....
우리가 맞벌이해서 돈을 벌면, 결국 그돈이 어디로 가겠어?
친정이 살만하니 친정에서 뜯어 갈 일도 없고.
결국 우리 모두 오손도손 잘 살아보자고 이러는 것인데.
나는 뭐 어머니 딸처럼 놀 줄 몰라서 안노는 줄 아시나.

내딸이 눈에 밟혀도.
친정엄마 등골을 빼면서 돈을 벌어도.
결국엔 누구 입에 밥을 넣어 주게 되는 것인데.
도대체 왜 이러시나..

너무나 서운하고 도저히 이해가 안되더라고요.
시어머니 말씀마따나 오로지 결혼 잘못했다는 생각밖에는 ...

아버님은 일주일내에 2천만원을 다 갚으라고 하시고...

울다울다 시댁에 전화를 걸었지요.
펑펑 울면서 "어머니 저 도저히 힘들어서 더이상은 못살겠어요" 했더니 시어머니 왈
"그럼. 회사 그만 둬. 네가 몸이 약해서 그런걸 어쩌냐?"
정말 할말이 없더군요.


그제야 이해가 되더라고요. 한달전에 어머님이 아파서 애 못본다고 하시면서도 왜 날 더러 회사 그만두라는 말씀을 안하셨는지.
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맞겨도 된다고 하신건지....


결국 애를 어린이집에 맡기고라도 돈을 벌어 당신들 갖다 달라는 뜻이었겠죠.
그러다 결국엔 내가 상황이 어려워 돈을 못드린다고 하니, 이제는 한번 의 망설임도 없이 "어. 회사 그만둬" 라고 하시는 우리우리 시어머님.

이런 사람이 시어머닌가요?
귀하신 당신 딸에겐
"에유. 취직 못하는 우리딸이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니?" 하시며 잘도 이해 하시면서,
핏덩이 떼어놓고 남편 밥값 대주며 회사 다니는 며느리 마음은 한푼 헤아릴 가치도 없고.

취직자리 알아봐 줘도 놀고 먹는게 편하다는 시누이와 하루종일 오순도순 집안에 들어앉아 감자 쪄먹고 방바닥 딩굴며 비디오나 보고....
그러면서도 새벽에 나가 밤늦게 들어오는 며느리는 돈안주는 년이라 나쁜년 이고.........

답답합니다.
정말 답답합니다.

나 아주 독하고 나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정말이야.
아주아주 독하고 나쁜사람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