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왜 이리도 추운지 아침마다 일어나기조차 싫어요.
시댁과는 불과 10분거리. 아침마다 시어머니와 시아버지께서 전화를 하셔요. "오늘 춥단다. 옷 두툼하게 입고...아침밥은 먹었니? 추운데 기름 아끼지 말고 넉넉히 때고 ..기름은 있냐? 없으면 넣어 줄테니 말해라. 추운데 어떻게 출근하누...길 미끄러우니까 운동화 신고 가. 체면 차리지 말고. 응?" 우리가 먼저 전화를 드려야 맞는건데 엄니와 아버님은 좀체로 순번을 놓치지 않으시지요.
어제는 오랫만에 시댁에 놀러갔어요.
엄니께서는 작은방에서 부시럭 부시럭 한참을 뭐를 찾으시더니 남색의 겨울 치마를 하나 꺼내셨어요.
"이거 입어 볼래? 내가 느그 신랑 낳고 입었던 치마인데 딴 건 다 버려도 이건 너 주려고 안 버렸지. 엄마가 그렇게 날씬했단다. 지금은 다리도 안 들어가지만. 너 입어봐. 꼭 맞겠는데."
시댁은 아들 둘 뿐이예요.
울 신랑은 큰 아들이구요.
시부모님은 저만 가면 아들들 보다 저를 먼저 찾아요.
신랑이 자꾸 발바닥을 간지럽혀서 엄니께 일렀더니 엄니는 tv리모콘으로 신랑 등짝을 막 때리면서 "왜 괴롭혀, 왜 괴롭혀?" 하셨어요.
저는 키도 작구 체격도 비리비리하구 하는 짓도 애들 같아서 아무도 25살로 안 봐요. 다들 애기같다구 그래요.
그래도 전 아들만 둘 있는 종손집 맏며느리예요.
시동생이 세상에서 젤 무서워하는 어머니 성에 안차는 며느리라는 거 저도 알지만 어머니는 금이야 옥이야 하시며 설거지도 안 시키세요.
저희 친정도 시댁에서 10분 거리에 있어요. 무슨 인연인지 같은 동 사람을 만나게 되어서 우리는 친정,시댁이 다 한 동네예요.
우리는 시댁에서 놀다가도 친정엄마가 부르면 쪼르르 달려가요.
시부모님께서도 싫은 내색 안하시고 "얼른 가거라."하시죠.
저도 장녀라서 밑에 동생이 줄줄이 셋이예요.
딸만 셋에다가 막내가 아들인데 걔는 이제 겨우 고등학생이예요.
그러니 당연히 친정에서는 우리 신랑을 큰 아들 부리듯(?) 하지요.
어델 갈때도 데리고 가고 싶어하시고 무슨 일을 할때도 사위를 먼저 찾고 일주일이 멀다하고 보고 싶어 하시고....
그런데도요 우리 시부모님은 아무 말씀도 안하세요.
오히려 신랑에게 "니가 처가에 잘해야지. 장인어른 시중도 잘 들고.."하세요.
울 시아버지 저만 가면 배불러서 터질 지경인데도 "통닭한마리" 사주신다고 하셔서 다른 식구들은 먹기 싫어도 저 때문에 통닭을 먹어야만 해요.
그래도 아무 문제 없어요.
"파란한복님"과 비슷한 환경임에도 저희는 너무나도 화목하고 서로 사랑하면서 살아요. 저는 오히려 시부모님이 아니었음 무뚝뚝하기가 하늘을 찌르는 신랑하고는 결혼 할 생각도 안 했을걸요?
시부모님께서 막내 딸 대하듯 저를 이뻐해 주시니까 저는 정말 온 몸을 받쳐 시댁에 충성한다니까요.
"파란한복님"은 무엇이 불만이세요. 며느님이 날씬하고 예쁘기까지 하시면서요. 저희 시부모님은 예쁘게 생기지도 않은 며느리한테도 넘넘 잘해주시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