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악역이 즐겁다.
남편의 바람이나 시댁의 문제나 내 부모님과의 문제나 난 언제나 기꺼이 악역을 담당한다. 나의 가족들은 내가 성질이 아주 못됐음을 익히 잘알고 있다. 남편은 내가 자기가 부부간에 무슨 잘못을 하면 내가 절대 참고기다리고 이해해줄거라고는 아예 기대도 않는다. 시댁이건 내 부모건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난 서슴없이 표현한다.
난 내가 맡는 악역들을 사랑한다. 왜냐구? 나의 진심과 애정을 다 쏟기 때문이다. 나는 좋은 아내 좋은 며느리 좋은 딸이 될려는 생각은 애시당초 없다. 난 대신에 행복한 아내 행복한 며느리 행복한 딸이 될려구 한다.
난이렇게 이렇게 해야하는데 하는 착한 사람되기의 강박감에서 벗어나는 순간 악역을 떠맡는 대신 난 행복해진다.
나를 둘러싼 가족들은 신기하게도 착한사람에 길들여져 그걸 그방 당연하게 여기듯이 나의 악역담당에도 쉽게 익숙해진다. 다만 그들은 이제 내가 다른 아내 다른 며느리 다른 딸보다 행복해한다는 것만을 느끼는거 같다.
내가 기꺼이 악역을 담당하기로 결심한건 내가 내가족 모든사람들을 마음속 깊이 사랑하고 있다는 확식을 갖고나서다. 시댁 사람들까지.(난 그들이 넘 좋다. 어떨때 보면 귀엽기까지하다.)
아컴에서 며느리에게 꽃을 생일선물로 준비하는 시엄마 얘기를 읽고 즉시 시어머니한테 전화했다. 어머니 내 생일날 저한테 꽃선물해주세요. 얘가 또 무슨 바람이 불었나? 그냥 그렇게 해주세요. 어머니한테 꽃받으면 동네방네 자랑할거에요. 넘 좋아서. 알았다 알았다.
시엄마는 이번 내생일날 꽃을 선물해주실거다. 어떻게 아냐구? 생일 이틀전에 전화드릴거니까. 그러구 난 시어머니한테 꽃생일선물을 받고 엄청 좋아서 입이 찢어질거다. 아 빨리 생일 와라. 생일날은 남편한테 케익을 사게해서 들구 시댁에가서 노래 불러달라구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