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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멋내면 감각있고 며느리가 멋내면 사치스럽고???사줘도 못입는 바보...


BY 386아줌마 2001-01-29


명절때 시누이랑 시어머니랑 같이 백화점을 갔던 내가 바보지.

십몇만원짜리 코트를 만지작 거리다가 결국 말았는데 시누이가 옆에서 30만원짜리 쟈켓을 턱하니 샀지요.

시어머니 내눈치를 조금 보시는 것 같더니 그날 저녁 아들한테 며느리도 옷하나 사주라고...

어제 어머니 말 잘 듣는 신랑이 옷사러 가자고 해서 나섰더니 간 곳이 아울렛...

그곳에서도 계속 3-4년전 옷 싸게 파는 곳만 기웃거린다.

코트 하나에 2-3만원부터 6-7만원정도 하는 곳만 보면서 나보고 안 고른다고 성화다.

사실 아가씨때야 몸이 바쳐주니까 아무곳에서 골라입어도 괜찮지만
지금은 몸도 불고 어쩌다 한번 사입으면 적어도 몇년은 그옷만 입어야 하는데 좀 제대로 된 옷 하나 사입고 싶은 마누라 마음은 모르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입어봐도 늘어난 뱃살때문에 허리라인이 들어간 옷은 꽉 끼기만 하고 짧은 숏다리 덕분에 요즘 애들 옷은 치렁치렁 롱스커트가 되고, 촌스런 머리와 주름진 얼굴에 안 어울리는 공주옷은 완전 남의 옷 빌려입은 것 같기만 해서 결국은 못골랐다.

신랑 돌아오면서 산준데도 안사고 괜히 돌아다니기만 한다고...

나도 백화점 정품코너에 가면 입을 옷 많다고...

사실 옷도 자주 사입어보고 백화점도 자주 드나들어야지 옷 고르는 안목도 생기는 것 같아요.

이젠 돈 쓰라고 줘도 아깝기만 하고 고르기도 겁나고 ..이렇게 주고 샀는데 몇번이나 입을까 싶은 생각만 들고...

신랑 미워 하다가 사실은 내탓이라고 생각했어요.

신랑이 못사게 해서 못사는게 아니라 사실은 내가 못나서 못사는거지.

나도 이젠 이렇게 안살꺼라고 몇번이나 다짐해 봐도 쓰고 나면 속쓰리고 아까운 생각드는 아줌마인걸 어떡하지요.

12월에 50만원짜리 롱코트도 턱 사입고 한달만에 30만원짜리 반코트 사입는 우리 시누이를 보면서 사치스럽다고 욕했는데 그런 시누이가 보기에는 나는 얼마나 촌스럽고 궁상스러울까?

사위가 딸한테 옷 사주고 처갓집에 잘하면 우리사위 통도 크고 잘났다고 하는데
아들이 며느리한테 옷사주고 처갓집에 잘하면 바보같은 자식 넋나간놈이라고 한데요.

딸이 가계부 열심히 쓰고 남편 용돈 가지고 실랑이 하면 알뜰한거고
며느리가 그렇게 하면 궁상떨면서 남편기죽이는 거고,

딸이 좋은 옷입고 집안 예쁘게 꾸며놓으면 감각 있는 거고
며느리가 그렇게 하면 씰떼없는 데 돈쓰는 사치스러운 거고

살면서 겉모양이 뭐그리 중요하랴 그런 것에 가치를 두고 살지 않겠다고 생각했었어요.
학교다닐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하나도 관심없고, 신문한줄 안읽고 책 사는돈은 아까워도 옷사입는데는 아까워하지 않는 멋내는데만 관심있는 아이들을 경멸했던 시절도 있었기에 난 그런 사람들을 한수 아래로 보았다.

그래서 아이키우면서 추리닝 바지입고 싸구려 티셔츠나 사입고 어쩌다 외출할때는 청바지로 1년내내 때우고, 화장품은 할인코너에서 싼걸로 사고 신발도 웬만하면 할인매장같은데서 편한 운동화 한켤레로 나고..

돈도 돈이지만 아이키우고 살림할때는 편한게 최고라고 생각했지요.

이번명절에는 큰맘먹고 메이커 츄리닝 한벌 사가지고 시댁 갔는데 ..
시댁가서 일할때는 츄리닝이최고잖아요.

우리 시어머니 왈 색깔도 개운찮고 별 좋아보이지 않는다고...

확 열받아서 어머니 이 정도면 전 큰맘먹고 산거에요.

우리 시어머니 시누이들 옷장열면 철마다 새로산 옷이 몇벌씩 ...

감각도 좋아서 고르기도 잘하고 사기도 잘하는데

처음엔 우리 며느리 알뜰하다고 요즘 젊은애 같지 않다고 하는 소리가 그냥 듣기 좋았는데 요즘엔 욕으로 들린다.

만약 내가 굉장히 화려하고 옷사입기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

명절 지내고 와서 며칠동안 가슴앓이했는데 어제 신랑이랑 쇼핑나갔다가 더 크게 상처받고 ..

이젠 내 식대로 살겠다고 위로해본다.

그래 실컷 멋부리고 살아라. 난 백화점 가서 쇼핑하고 옷사입는 시간에 책이나 보고 컴퓨터에서 더 좋은 사람들 만나 좋은 이야기 하고
세상에 대해 더 넓게 복 살란다.


난 이렇게 편하게 살란다. 그렇게 멋부리고 살아도 다 똑같이 늙어서 주름살 바가지 되면 그 얼굴이 그얼굴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