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590

그래..하늘을 보자


BY 딸엄마 2001-02-26

억지로 잠을 청하려니 눈알만 아프다.
가만히 천장을 올려보는데 괜시리 눈물이 찔끔...

남편이 어디선가 듣고와 무슨 과일이 맛있다며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랜다.
알았다며 접속을 해 주문을 할려는데 불현듯 엄마 아버지 생각이 났다.
그래 엄마한테도 보내주자라며 결심했을때 또 하나의 갈등에 잠시 쓸쓸하여 그만 컴을 끄고 나왔다.
차라리 이 돈으로 쌀을 보내드리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
나도 이런생각이 드는데 당사자인 당신들은 살면서 얼마나 이런생각을 많이 했을까.
아니 그분들은 이런 갈등조차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빠듯한 생활비에(너무적어 나는 감히 엄두도 못낼) 언제 바닥날지 모를 쌀통을 부여잡고 무슨 과일타령...
엄마는 이런 과일이 있는지나 알까.참 모르겠지 나도 얼마전에 알았으니까.
그 흔한 오렌지를 보기는 했을까.
난 쇼핑을 하다가도 항상 엄마 아버지를 생각한다.
싸면서도 예쁜 중년부인옷이나 상설매장의 아저씨들 티셔츠를 보면 더욱 사고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러나 난 한번도 살수가 없었다.
차라리 이걸 돈으로 드리면 훨씬 더 유용하게 쓰일테니까..
항상 이런식으로 울엄마 아버지는 변변한 옷가지하나가 없다.
늘 형부들이나 울남편이 입었던 옷들...

한번은 우리집 이사올때 엄마가 와서 도와주셨는데 마침 그때 헌옷가지들을 버릴려던 참이었다.
작아서 못입는옷들이 아니라 닳아져서 못입는것들..구멍난 양말..낡은 팬티등등..
근데 엄마가 그걸 가져가신다는거다.말도 안?쨈摸?이런걸 어떻게 입냐 했더니 입는게 아니라 일할때 잠깐잠깐 한번씩 신고 버린다는 거다.
그래서 그러라고...
나중에 친정에 가서 봤더니 글쎄..술이 거나하게 취해서 들어오신 아버지.
내 앞에서 비틀비틀 옷갈아입으시는데 울 남편의 목늘어진 러닝셔츠,엉덩이가 헤진 사각팬티며..뒤꿈치가 낡아 얼멍얼멍해진 양말..세트로 입고 있었다.
속이상해 그 길로 나왔지만...그 후에도 계속 엄마,아버지 용품은 사드리지 못했다.
차라리 쌀사야지 라는 생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