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황정희
술집여성이 흡연을 하는 이유
여성의 흡연을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만약 당연하게 여긴다면 또다른 질문을 하겠다. 남자가 여자처럼 화장하고 귀걸이 하고 다닌다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런데 사실은 필자가 이 질문을 하면서도 좀 하찮은 느낌이 들어서 논의를 계속하고 싶은 열정이 식어지는 느낌이다. 왜냐하면 이 질문이 문화의 다양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문화는 각 나라마다 달라서 서로 다른 모습을 얼마든지 가질수 있다.
가령 동남아시아의 많은 나라에서는 흡연이 완전히 개방되어 었으며 갓난아이때부터 피우는 것이 바로 담배이다. 그러니 흡연여부로 인격의 됨됨이를 판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떻게 보면 사람이 배 고플 때 음식 먹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듯 담배 피우고 싶을 때 담배 피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로 받아 들여 진다. 즉 문화란 선택의 문제일뿐 도덕의 문제는 아니므로 여성의 흡연을 도덕의 잣대로 평가할 수는 없어 보인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여성흡연에 대해 (필자부터) 관대하지 못하지만 연령적으로도 제한이 있다. 즉 미성년자들에게는 흡연이 금지되어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이유는 건강상의 이유를 갖다 붙이고는 있지만 필자가 볼때는 좀 유치하게 여겨진다.
사실 그 내용대로라면 어른들의 건강은 나빠도 되고 미성년자의 건강은 좋아야 한다는 논리인데 좀 웃기지 않는가? 솔직히 우리가 언제부터 어른들의 건강을 희생시켜 가면서 까지 미성년자들의 건강을 그토록 염려했다는 말인가? 그리고 그것을 미성년자들이 진정 고마워 하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따라서 여성의 흡연은 나쁘다고 볼수 없으며 나쁜것도 아니다. 만약 그것이 나쁘다고 한다면 담배를 피우는 남성들 역시 나쁜놈일 테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왜 여성흡연을 특별하게 여기는가? 사실 필자는 젊은 여성이 담배 피우는 장면을 볼때면 -필자는 아직껏 담배를 피우지 않고 있다- 왠지 묘한 느낌에 빠진다. 왜 그럴까? 그 이유를 이 기회에 좀 말해 보고자 한다.
분명히 흡연 그 자체는 도덕적 평가 대상과 무관하다. 그리고 건강상의 이유로 금연을 강조하는 논리에도 별로 관심이 없다. 그럼 무엇인가? 필자의 관점은 사회적 일반 인식을 지키고 따르려는 인간과 그렇지 못한 인간 사이에 발생하는 도덕적 의식수준과 그 관계이다. 다시말해서 담배 피우는 행위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금하는 사회적 도덕통념을 구태여 어기고 반항하는 인간들은 그 도덕적 의식수준도 함께 낮다는데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가령 중고등 학생의 흡연과 도덕율을 비교하면 금방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즉 '문제아'로 불리는 대부분의 불량학생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담배 피우는 부류의 학생과 담배를 피우지 않는 부류의 학생을 놓고 보면 당연히 담배 피우는 집단에 문제학생이 더 많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알수 있다. 쉽게 말해서 학생이 담배 피울 정도면 정신 상태도 이미 갈때까지 갔다는 뜻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그렇게 하지 말라는 것을 구태여 반항하면서 까지 담배를 피울 정도라면 다른 도덕 기준에 대해서도 지키지 않으려는 태도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처럼 흡연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사회적으로 지킬 것을 요망하는 도덕이나 사회적 인식을 무시하는 인간성에는 반드시 그 만큼의 도덕관에 구멍이 뚫려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한편 흡연이 나쁜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옳은 것도 아니다. 따라서 사회적 인식과 도덕관을 무시하면서 까지 반드시 흡연을 실행에 옮겨야 할 만큼의 가치는 없는 셈이다. 그리고 그 가치없는 것에 대해 갖는 고집은 하나의 반항일뿐 권리가 아니다. 미성년자에 흡연을 금한다고 해서 미성년자의 권리가 손상되는 것은 아니다. 흡연이 꼭 옳은 것도, 꼭 필요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요컨데 사회적 정의를 위해 고집을 피우는 것과 사회적 도덕을 부정하기 위해 고집을 피우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그것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하며 바로 그것을 구별하지 못하니까 '문제아'로 전락하는 것이다.
필자가 담배피우는 여성을 다소 경멸하는 것은 여성의 건강을 염려해서가 아니라 사회적 도덕 인식을 무시하거나 구별못하는 낮은 도덕관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서 구태여 반항할 가치도 없는 기준에 대해서 조차 민감하게 반항함으로써 너무 가볍고 너무 경솔한 인간됨을 보이고 말았던 것이다.
세상에는 얼마나 할 일이 많고 얼마나 가치있는 일이 많은데 별 가치도 없는 일에 인격을 포기하면서 까지 반항할 필요가 있을까? 오죽 인간이 못나고 내세울 것이 없으면 별 가치도 없는 문화의 다양성을 주제로 반항하는가? 참으로 딱하고 한심한 일이 아닐수 없다.
여성흡연은 술집여자처럼 타락한 여성들 사이에서 흔히 볼수 있다. 이미 갈때까지 간 여성에게는 사회적 인식과 도덕을 지키는 일쯤은 너무나 귀찮고 사소하게 보이는 것이다. 그녀들에게는 웬만한 것이 모두 허용된다. 그녀들은 바람을 피운다던지 몸을 판다고 하는 것이 도대체 왜 나쁘다고 하는지 도리어 의아해 하는 것이다. 그러니 그들에게 있어 도덕이란 하나의 사치일 뿐이다.
이제 독자들은 젊은 여성의 흡연을 보면서 필자가 왜 묘한 느낌을 받았는지 알 것이다. 형편없는 도덕의식을 갖고 있는 부류의 사람들이나 하는 행동을 보이면서도 전혀 부끄러워 할 줄 모르는 뻔뻔함 그것 때문일 것이다. 즉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하는 흡연이 아니라 부끄러움을 무시하는 흡연이었던 것이다. 어쩌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부끄러움의 도덕조차 모르는 사람에 대해 느끼는 일종의 충격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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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스타를 꿈꾸는 사람들의 열등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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