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906

고부간의 갈등


BY 정신차린 며느리 2001-03-09

결혼9년차로 한때는 시어머니가 싫어서 평생을 등지고 살려고 했다.
아니 남편과 이혼도 생각해 보고 정말 죽고도 싶었다. 흔히 이야기하는 홀어머니에 외아들인 상황이 아무리 착한 남편이라고 해도 받아들이기에는 짐이 너무 무거웠다. 시어머니한테 나는 며느리도 자식인데 그런 위치가 아니라 단지 아들을 빼앗아 간 사람에 불과했던 것을 느끼면서 갈등이 더 깊어지고 남편과도 시어머니 이야기가 나오면 하루가 멀다 하고 싸웠다.
그러던 어느날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시어머니와 직접 부딪치면서 서로 상처를 주었다. 마치 지옥을 연상케 하는 시절이었다.
그래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어느날 어떤 계기로 인해 나부터 바라보기 시작했다.
자존심 강하고 성격이 깐깐했던 나이기에 어지간한 것은 잘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 나였다. 그래 더 힘들었나 보다.
시어머니와 나! 크고 작은 갈등이 많았지만 갈등의 원인에는 크게 두가지가 있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남편에게 집착하고 있었고 남편에게만 매여 있었다. 또 하나는 내 자신에 대한 손익계산이었다. 겉으로는 잘 포장해서 그럴듯한 며느리로 보이지만 사실 속을 들여다 보면 언제나 내쪽으로 이득이 되는 것을 고르고 있었던 것이다.
홀로 되셔서 힘든 세파를 거치고 살아오신 분께 머리로는, 이성적으로는 '그래 많이 힘드셨지. 여자로서의 인생을 이해해.' 하면서도 마음은 늘 진실이 살아 있지 못했다.
그렇게 문제를 풀고 나니까 전보다 더 잘하는 것은 없는데 그저 진실로 대하려고 하다 보니까 마음이 통했나 보다.
시어머니와 나 서로가 많이 변했다. 전에는 서로 만나면 상처만 받았는데 내가 먼저 고치고 반성하고 진심으로 위해 드리려고 하니까 어머니도 나한테 잘 해주신다.
왜 전에는 그걸 몰랐을까? 진심으로 상대의 입장에서 최대한 생각해 주고 이해하려는 마음이 결국은 나에게 배가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그러면서 가끔씩 내 주장을 조금씩 이야기 한다. 물론 어머니께서 전적으로 내 편을 들어주신다. 전에 같으면 있을 수 없었던 일인데 그리고 며느리 많이 챙겨 주신다. 아들과 손자들만 아시는 분이었는데..
그래! 이제는 조금 살만 한 것 같다. 여기까지 오느라고 마음 고생도 숱하게 했지만 지나고 나니까 보람이 있었다.
남을 위하는 것이 진정으로 나를 위하는 길이라는 것을 알았다.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내가 마음 먹기에 세상이 달리 보인다는 아주 평범한 사실이 가슴 깊이 새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