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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녀가 밉다 ....


BY berval13 2001-03-20

내가 말하는 그녀는 나의 손윗 시누이다.
속으로만 수없이 하고싶은 말을 곱씹다가 속상해 방을 찾기로 했다.
몇년전 전세를 찾으러 며칠씩 다리품을 팔며 돌아다니다가
마침 우리 친정근처에 싼값에 좋은 평수의 아파트가 있어서
그냥 어디 한번 보기나 하자고 갔었는데, 친정 근처를 알아볼
생각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시누한테 눈물이 쏙 나올정도로
억울한 소리를 들었고, 장남은 항상 시댁옆에 살아야한다는
시어머니의 뜻을 전해 들었다.
결국 원대로 시댁 근처에 집을 얻어 이사를 한 바로 한달 후에,
시누이는 시어머니와 안맞는다며 홀로 사는 시어머니 두고
그리 멀지도 않은 남편 직장근처로 이사를 갔다.
그때는 좀 미안했는지 왜 그런말을 했나 모르겠다면서
사과를 해왔다. 물론, 집들이는 도와달라는 말은 잊지않고.
다시 전세계약이 끝날때가 되고, 요즘같은때 또 어디로 전세를
얻어가나 머리싸매고 고민중인데, 소식이 들린다.
시누이가 집을 사서 이사를 온단다. 그것도 자기 친정 (나의 시댁)
아파트의 바로 앞동으로. 친정앞으로 오는데도 물론 이유는 있다.
남편 퇴근이 너무 늦어서 외롭다나..
비록 남의 돈을 얻어서 샀다고는 해도 내집을 마련했다니
축하할 일이다. 눈씻고 찾아보면 나한테도 잘된 면이 있을것이다.
그런데.. 나는 요즘 정말 표정관리가 힘들다.
전에 시누가 했던말이 가끔씩 내 속을 후벼파는데, 그녀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친정앞으로 이사오는데 아주 들떠있다.
그몇년전, 마침 병중에 계셨던 친정어머니 가까이서 챙겨드리고
싶은 솔직한 심정도 없지않다고 눈물로 얘기했지만,
눈하나 깜짝않던 그녀였다.
이제 일주일에 몇번이나 내가 시댁에 드나드는지, 전화는
얼마나 자주하는지 너무나 빤히 보이는 곳으로 이사를 온단다.
마음을 곱게 먹어야지, 좋은 일이라고 축하해줘야지 그렇게
다짐을 하다가도, 속에서 뭔가 치밀어오른다.
나 듣는데서는, 친정은 멀어야 된다면서 시누를 나무라는
시어머니도 속으로는 좋아한다는 것도, 남에게 자랑삼아 얘기한다는
것도 다 안다.
잊어야지.. 참아야지.. 앞으로 살면서 얼마나 이런 불덩이들을
가슴에 떠안고 살게 될런지.
그래도 풀고 나니 좀 후련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