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남편은 38살이고, 저는 33살입니다.
남편은 가난한 집에서 9남매의 막내로 태어났읍니다.
위로 형님이 다섯분, 누님이 세분계십니다.
큰 시숙되시는 분은 아들만 일곱을 두셨읍니다.
그러니까 남편의 성장과정은 대충 짐작이 가지요
남편보다 나이많은 조카가 5명이나 있읍니다.
9남매중에 대학을 졸업한건 남편뿐입니다.
조카 일곱은 모두가 대학을 나왔구요
그러니까, 큰시숙, 큰형님은 제자식을 돌보기도 빠듯했겠지요
나머지 형님들의 도움으로 이 사람을 대학을 무사히 졸업했고,
그래서 형님들의 기대와 관심은 각별합니다.
남편은 자기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연매출이 20억이나
되는 회사의 사장입니다.
저는 그 회사의 경리를 처음부터 보았구요
그런데 사고의 발단은 99년입니다.
외항선 선박을 구입했읍니다.
대출을 받고, 형님돈도 빌려고, 집도 팔았읍니다.
그래서 구입은 했기만, 남편이 그 자금때문에 많이 힘들었나봅니다.
하루도 그르지 않고, 술에 술을 먹고
구타에, 맞고 오는 날도 많았고, 매달 2000만원이 넘는 돈을
쓰고, 그래서 형님들에게 맞기도 했읍니다.
이때부터 남편에게서 고자질쟁이가 되었읍니다.
이런 불신이 저에게는 무엇보다도 제일 힘이 듭니다.
형님들에게 흐트러진 모습을 보였다는게 너무 자존심이 상한가봐요
그후로 남편은 형님들이 그 관심을 간섭이라 생각하는 듯했고
그 뒤부터 반기를 들었읍니다.
시간이 약이라 했나요
평온한 날들도 숱하게 지났읍니다.
남편이 또 좋은 사업아이템을 생각했나봐요
그런데 남편이 예전처럼 또 흔들립니다.
술에 술을 먹고, 돈도 흥청망청
간다, 온다는 얘기조차 없읍니다.
그리고 남편은 평소에도 감정에 기복이 심한편입니다.
그리고 한달째 연락이 없읍니다.
어디에 있는지는 알고 있지만, 남편이 연락을 취해온적은 없읍니다.
저와 남편사이에는 7살짜리 사내아이가 있지만,
가족이라는 존재가 이 사람에게는 별의미가 없는가봐요
병원에 물어보니 남편이 알코올 환자랍니다.
병원에 입원해야만 완치가 가능하대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술 먹는데도 이유가 있다고
그 이유를 알고 치유했는데도 술을 먹을리가 있을까요
제 남편은 마음이 따뜻하고 아주 여린사람입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현명하고 똑똑한 사람이구요
저는 남편이 환자라면, 최소한 저는 그의 보호자입니다.
치료할때까지는 보호할 의무가 있고, 그후에 사는냐 마는냐의
결정은 그때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남편이 법인회사를 설립한지는 8년째되었고, 그 설립할때의
남편의 나이는 31살이였고, 그래서 주위에서의 곱지 않은 시선들도
많았읍니다.
이제는 제가 많이 지쳤읍니다.
기다리는데 지쳤고, 그의 관심을 바라는것도 지쳤읍니다.
제 친구들은 네가 "성춘향"이라고 되는줄 아는냐구
"너처럼 미련한 사람도 더물다"고 야유를 보냅니다.
언니는 있을때 돈부터 챙기라고..
어떻게 해야 되나요
이런 망아지 같은 제 남편을
많은 조언 바랍니다.
저희는 결혼 9년차입니다.
늘 바쁘다고 가족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남편이지만
늘 믿고 의지하는 마음은 여전합니다.
열심히 일하는 남편을 늘 곁에서 보았는지라
안에서 내조하시는 세상 모든 아줌마들게에 감히 말합니다.
남편들은 전쟁중이라고요
그 전쟁중에 조금만 방심해도 죽는다고요
그 전쟁중에 가족을 돌보는건 불가능합니다.
그 마음만으론 부족할까요
집은 남편들이 가장 편하게 쉴수 있는 안식처입니다.
그 쉼터에서 쉴수 없는 남편들은 그 전쟁에서 도태합니다.
내 남편의 건강과 생활속에, 모두가 행복할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큰 선물도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