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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못한 건가요?


BY 속상녀 2001-04-05

울 남편은 결혼 초 부터 이조시대 여인상을 원했었구요.
전....그다지 드세지는 않지만 전문직에 있는지라 내 주장이 좀 있는 편이었지요. 중매로 만나 다른점이 다 마음에 들기에 살면서 모든게 다 맞춰 지리라 생각했지요.

그런데...살면서 더 힘드네요.
지금 결혼 10년째인데...이 신랑 불만 있으면 대화로 풀자 해놓고도 제가 조목조목 얘기하면 괜히 소리만 버럭 질러요.
어떻게 여자가 하나도 지지않고 대든다네요.
지아비를 하늘같이 안여긴다나 뭐라나.
암튼 대화로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꼭 싸움이 되는거있죠?
또 한번 싸우고 나면 이 신랑 일주일이고 열흘이고 묵비권예요.
나 또한 살랑거리는 성격이 못되는지라 같이 묵비권이죠.
그래서 싸움 후가 더 지겹고 힘들어서 웬만하면 내가 참고 싸울일 안만들려고 노력하긴 하는데....

그저께 밤에 이런일이 있었어요.
밤 11시에 술집으로 자기좀 데리러 와달래요. 집에서 40분 거리죠.
요즘은 직장을 잠시 쉬고있는 상태라 이럴때 서비스나 하자 싶어 나가주곤 했죠. 그날도 가보니 20년지기 의형제 맺은 형님과 둘이 술마시고 있드라구요. 근데 그 형님 저 보자마자 제 손을 꼭 잡으면서 이러시대요. "제수씨, 내가 보기에 제수씨는 기가 너무 쎄. 우리 아우 고생시키지 말고 기좀 죽여봐." 참고로 그 분은 60이 가까운 분이고 전 30대라 자주 반말하지요. 친하기도 했고요. 근데 그날밤 그 말을 여러번 하시대요. 기분이 무척 나빴어요. 그 다음날 하루 꼬박까지도요.
그래도 이 얘길 신랑한테하면 또 싸우겠다 싶어 꾹참고 혼자 삭였지요.

그리고 어젯밤, 오래간만에 화기애애하게 둘이 술한잔을 했어요.
집에서...이 얘기 저얘기 하다가 내가 부드럽게 말했죠.
여보, 엊그제 형님이 그런소리 했을때 정말 기분 나빴어.
그랬더니 이 양반 눈을 부릅뜨고 큰소리 내대요.
당신 그거밖에 안돼? 그렇게 속좁은 여자야? 술취한 형님이 말한걸 좀 그러려니 너그럽게 받아 넘기면 안돼? 왜 그렇게 날카로와?

정말 기가 막혔죠. 내딴에 분위기도 좋고해서 조곤조곤 별로 감정 안실리고 얘기한건데 말이죠.
신혼초에도 매일 울집에서 세끼밥을 해결하곤 하던 자기 선배 흉좀 봤다가 대판 싸우고 보름넘게 말 안하고 해서 첫아이 3개월 무렵에 거의 유산될뻔 할정도로 제가 울고 울고 또 울고 한 사건도 있었어요.
남한테 그러니 시댁 흉은 또 어떻겠어요.
그저 애 낳고 사니 신랑인가보다 하지 마음속 얘기를 속시원히 제대로 못하고 살아서인지 항상 답답하고...그러네요.

제가 잘못한건가요?
그 형님이 말한건 보통인데 제가 넘 날카롭고 속좁게 반응한걸까요?
여러분 같으면 어떻게 하셨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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