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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끝없는 한탕주의, 차라리 바람 피는게 나을 것 같아요.


BY 힘들어 2001-04-07

남편과 결혼한 지 16년입니다.
아무것도 없이 단돈 100만원을 받아쥐고 결혼 생활을 시작했어요.
그래도 걱정은 없었어요.
시댁에선 오히려 뺏아갈게 없나 하는 눈치였지만,
저의 직장 생활로 모은 돈으로 혼수 대신 전세를 얻고,
약간의 돈이 남아서 이자도 조금 받고......

남편은 대그룹의 신입사원이었기에
많지는 않아도 꼬박꼬박 수입이 있고.
난 그저 열심히 아끼며 생활했어요.

첫아기가 태어났을 때도 친구들 옷을 얻어다 입혔고
하루 찬거리 500원을 정해 놓고 살았어요.

그러면서 87년 주식이 한참 잘 될때 주식을 해서 땅을 조금
사기도 하고.....
정말 3년안에 집을 갖겠구나 하는 희망이 보였어요.
그 작은 땅에다 내 집을 짓고 마당에는 상추라도 심어
거름 주고 열심히 가꾸는 꿈을 꾸었어요.

그런데 처음 생각보다 괜찮은 수익이 오히려 독이 된것 같아요.
남편은 그 땅을 3배 정도 받고 팔아서 재개발 주택을 사고
그 다음엔 남의 돈을 빌어서 땅을 사고......

매달 들어가는 이자를 감당하기가 힘들고,
재개발은 10년을 끌고 우린 스무평자리 아파트에서 다섯식구가
삽니다.
아이들은 커서 제 공간도 필요하고 교육비도 너무 많이 들어가는데
빚을 지고 살려니 하루하루가 지옥 같습니다.

"우리 이 빚 정리 되고 나면 다시는 빚 지고 살지 말자.
나는 남의 돈이 제일 무서워.
그저 월급 받아서 모자라는대로 아껴쓰고 그렇게 살자"
오랜 생각 끝에 말을 꺼내니 오히려 화를 내면서
"무슨 얘기야?
우리 같이 집에서 10원 한장 도와 줄 것이 없고
기댈 데도 없고, 내가 언제 정리해고라도 당하면 어떻게 살꺼야?
그러니까 더 많이 돈을 빌어서라도 빨리 자본을 만들어서
내 사업을 해야돼!"

그러면서 남편은 IMF 이전에 아파트 경매가 돈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또 경매를 받았습니다.
그러고는 은행 빚을 총동원해서 대금을 치르고나니, 명도 때문에
근 반년을 끌고
그러는데 IMF가 터져서 은행이자는 끝도 없이 오르고
반대로 집값은 끝이 없이 내리고......

난 매일 어떻게 하면 이번 달 이자를 막나 그 생각만 하고 살았어요.

지금은요?
재개발은 겨우 완료가 되었지만, 그동안 받아 쓴 이주비며 중도금
미납분을 전세금으로 겨우 막고 우린 그집 들어갈 꿈도 못 꿉니다.

경매 받았던 아파트는 겨우 팔았지만, 그동안 이자 감당한 것을
제하면 반값이나 되는 셈이고.....

남편은 그 돈으로 그렇게 소원하던 조그만 사업체를 차렸지만
이제 빌어 쓴 이자를 또 빌어서 갚고 그렇게 하는 사이 눈덩이처럼
커진 빚덩이에 저희는 압사 직전입니다.
한달에 300만원 정도가 마이너스 나고 있으니.....

요즘은 길을 갈때도 생각합니다.
어떻게 죽으면 돈을 많이 받을 수 있을까?
내가 죽어서 그 보상금으로 빚을 갚고 내 아이들이 공부를
할 수 있다면 나는 죽을 수 있다고.....

보험 범죄도 이해가 가고
자살하는 사람도 이해가 가고
예전엔 그런 사람은 미쳤다고 생각했었죠.

우리 아이들 공부도 잘하고 착하고 머리도 좋은데
제대로 뒷받침을 할 수가 없어요.
남편은 한탕주의에 대한 허상만 버리면
나무랄데가 없어요.
평생 여자라고는 지금껏 저 하나고,
부모에겐 효자고 처가 일에도 등한시 하지는 않아요.

그 덕분에 저는 결혼 16년동안 시동생 둘과 친정동생 둘을
번갈아 가며 계속 데리고 살았지만, 그에 대한 불만은 없어요.

지금은 매년 그래도 작년 그때가 차라리 나았어 하는 후회로 삽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일요일이면 가끔 북한산 암벽을 탑니다.
수없이 머릿속으로 내가 여기서 손을 놓아 죽으면 남들은
사고로 죽었다고 하겠지 하면서 산을 오릅니다.

정말 지금 생각 같으면 차라리 돈 걱정 없이 살게 해 주고
그대신 남편이 바람이라도 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남편하고 잠자리를 해도 아무런 느낌이 없어요.
여자는 몸이 원해서가 아니고 감정이 중요한데
나는 아무런 생각이 없어요.

죽고 싶을 때 그래도 사는 것은 내가 여지껏 살아 온게
너무 억울해서입니다.
나는 한번도 헤프게 살지 않았고,
결혼 후 이때까지 내 옷 한벌 산 적이 없는데
내가 왜 이렇게 거지가 되어야 하는지
너무 억울해서......

나의 삶이 어떻게 끝이 날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정말 해피엔딩이면 좋겠는데.....

더 좋아지든,
더 나빠져서 마지막 인사를 하게 되든 여기다 짧게라도
내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