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시댁분들 참 좋으십니다.시아버님이 자상하셔서 외식도 시켜주시고 어머님은 김치랑 국도 해서 갖다 주시지요.하나 있는 아랫시누는 저 먹으라고 꼭 간식거리를 사오고 특히 아이를 너무나도 잘 봐주시기 땜에 우리아기는 저보다 시어른과 아가씨를 더 좋아하는거 같아요.
얼마나 잘 놀아주시고 사랑해주시는지 너무나 고마운거 있죠.
근데 문제는 거기에 가장 큰 스트레스가 있다는 겁니다.
아이에게 너무나들 잘해 주시는데 아이가 이제 눈치가 빤할 때라 어른들만 오시면 그순간부터 자기 멋대로 하려고 하는데 이게 장난이 아니라는 겁니다.밥도 잘먹고 잘놀고 잘자는 순하고 건강한 아이인데 갑자기 밥이라곤 입에도 대지않고 사탕 내놔라 요구르트 내놔라 이거 달라 저거 해라 어른들에게 막 떼를 써댑니다.그러면 어른들은 그래도 귀엽다고 그래그래 너 다해라 하시면서 냉장고를 뒤져 이것저것 먹여 보시고 숨겨놓은 과자랑 사탕을 다 꺼내 먹이시고 비디오는 있는대로 다 틀어주시고 온집안을 헤집어 놓듯이 다 해주십니다.그러면 아이는 기가 살아서 괜스리 찡찡대고 저한테도 안그러던 애가 대들고 떼를 씁니다.
사실 이것만 해도 저는 무지 속상하거든요.저 나름대로는 책도 보고 주위에 여러이야기도 들으면서 아이에게 좋은 본보기를 보이고 가르치려고 엄청 애쓰는데 그게 잠깐사이에 도루묵이 되는걸 보는건 정말 속상하답니다.
그래도 얼마나 애를 이뻐하시면 그럴까 싶어 참고 있는데 정말 속상한건 그 다음이랍니다.
애가 이것저것 군것질만 잔뜩 하고나니 밥을 입에도 대지않는거에요.그러면 어머님은 뭐라시냐 하면 `애한테 우유 안주냐?`그러면 저는 `우유는 뗐고 하루에 한번씩만 간식으로 먹여요`그거러거든요.그러면 `아직 물같은 거한테 우유를 안주면 어떡하냐 봐라 애가 밥도 안먹잖냐 아직 밥이라고 해봐야 걔가 얼마나 먹냐 니가 우유를 안주니까 애가 갈수록 빼빼 마르잖냐 우유를 안먹으니 배가 고파서 저렇게 찡찡거리는데`이러십니다.평소엔 그렇게 밥 잘 먹던 애가 자꾸 군것질만 해대는데 밥정이 있겠어요?전 밥 먹기전엔 아무것도 안주거든요.밥 먹고나서나 식사시간 중간에 간식거리를 주기 때문에 아이가 입맛 버리는건 절대로 하지않으려 합니다.그리고 분유를 먹이다가 17개월에 거진 떼고 요즘은 점심 때 한번씩 먹이거든요.그리고 이제 생우유도 잘 먹구요.이것도 12개월에 떼라는 의사말에 아무래도 좀 불안해서 늦게 뗀건데 이런 억지를 들으려니 너무 속상합니다.예전에야 먹을게 귀했으니 애한테 우유라도 좀 더 먹이는게 나았겠지만 요새는 다르잖아요.그리고 저는 될수 있는한 간식거리도 영양가 있고 입맛 안버리는 걸로 주려고 합니다.하루에 치즈 한장씩,요구르트 하나씩,과일 두번씩 이렇게 먹이지요.사탕이나 과자는 가끔 줍니다.그런데 애가 달라는대로 사탕이랑 과자를 주시고 요구르트도 너댓개씩 먹이라는 겁니다.그러시구선 아이 이 닦으려고 하면 애 귀찮게 한다고 그건 하지말라시네요.
겨울엔 추운데 샤워시키지 말라고 하시고 애가 땀을 뻘뻘 흘리는데도 솜이불을 겹쳐 덮으라고 하셔서 아이가 더워서 잠을 못잡니다.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애 데리고 바깥출입을 아예 못하게 하시구요.콧물이라도 나서 면봉으로 닦아주려고 하면 그것도 귀찮게 한다고 내버려두랍니다.애가 뛰거나 하면 몸살한다고 못 뛰게 하시구요 외출도 안하셨으면 하십니다.말그대로 깨지는 유리그릇 다루시는거죠.
사실 저는 나름대로 애 키우는 노하우가 있다고 자부합니다.결혼전엔 친정엄마가 조카를 봐주셔서 애크는걸 옆에서 봤구요.결혼하고는 임신도 계획해서 건강한 아이 낳으려고 노력했습니다.아기 낳고는 아이 건강을 위해 이것저것 책을 탐독했고 주위에 애 키워본 아줌마들의 얘기를 청취했답니다.그덕인지 저희 아이가 되게 건강해서 감기도 잘 하지 않는답니다.그런데 그런 노력이 헛수고가 되고 억지소리까지 들으려니 너무 억울하더라구요.
저번에 시댁에 갔을땐 애가 응가를 했길래 욕실에서 엉덩이를 씻기는데 평소엔 가만있는 애가 우는 겁니다.하여튼 어른들만 계시면 조금이라도 하기 싫은건 무조건 울고불고 하지요.근데 밖에 계셨던 어머님이 `니가 애를 때렸재?그 쪼매한게 뭘 안다고 때리냐?`이러십니다.안때렸다고 해도 안 믿으세요.그리고 잠자리가 바뀌니 애가 자꾸 깨서 떼를 쓰는데 `니가 우유를 안먹여서 애가 배가 고파 그래 울었잖냐`이러시는데 정말 미치겠더라구요.
저희 아이가 딸이긴 하지만 전 건강하고 씩씩했음 합니다.그런데 제 생각에 저희 시어머님과 시누이는(시아버님은 아이에게 다 해주시지만 저한테 억지를 쓰시진 않거든요) 건들면 깨지는 또한 멋대로 하고 이기적인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수 없는 애로 키우려는 것만 같아요.곧 둘째를 계획하고 있고 그때는 그렇게 귀여워하는 손녀를 시댁에서 좀 데리고 있겠다고 벼르고 계시는데 걱정이 됩니다.무슨 행동을 하기전에 지금 당장에 아이가 원하는것보다 나중에 아이에게 미칠 영향을 더 생각해야 하는거 아닙니까?
정말 속상하기도 하고 죄책감도 듭니다.어른들은 제가 이만큼 원망하는지 모르실테니까요.손주한테는 그렇게밖에 안된답니까?저도 아이가 원하는대로 다해주면 몸은 차라리 편하겠죠.애 울릴 일도 없고 고민도 안할거고 애한테 점수나 후하게 따서 엄마만 최곤줄 알고.그렇지만 제가 낳아놓은 애 제가 제대로 키워야할 의무가 있잖습니까?어릴때 버릇이 여든까지 가는데 무조건 오냐오냐 해서 건강 버리고 성격 버리고 그럴수는 없잖습니까?사실 우리신랑도 어머님이 무조건 해주시며 키우신거 같아요.그나마 아버님이 엄하셨다는데 아버님도 손주한테는 그게 안되시나 봐요.그래서 우리신랑 사랑 받고 커서 효자이고 바른생각 가졌는데 그래도 좀 표시가 난다고 해야 하나요?남자가 좀 나약하고 무조건 자기 맘대로 안되면 성질 나오더군요.그래도 지금은 자기도 마음 수양하려 애써고 멋대로 성질 부리는 일은 자재합니다.그래도 집안에선 자기가 알아서 뭐할줄 아는게 없어요.어지르기만 하지 치울줄 모른다든가 하는 늘 받던 습성 말입니다.
그래도 마음 착한 분들이시니 무조건 예예 하고 따라야 합니까?정말 답답합니다.전 애한테 잘 한다고 하는데,몸도 마음도 튼튼하게 자랄수 있게 도와주고 싶은데 어떡해야 합니까?우리신랑 저 그것도 이해 못한다고 속좁다고 그러는데 답답한 사람 시시콜콜 말하기도 싫어요.괜히 시댁 흉이나 한다고 그럴거구요.
정말 어떡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