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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장이 시아버지와 그 아들


BY 화나 2001-04-16

결혼 5년차
5살 3살에 임신 7개월.
남편은 이천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고 나는 신혼 때부터 시아버지랑 둘이서 삽니다. 죽 직장생활을 해서 아이들을 모두 시아버지가 봐주셨어요. 그래서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잘 해드리려고 노력하죠.
남들은 시아버지가 어떻게 애를 둘이나 보나 하지만 보통 남자가 아니예요. 오히려 왠만한 여자보다 더 살림 잘하고 애 잘보는 좀 여성 호르몬이 많은 그런 남자예요.
문제는 이번에 38평짜리 아파트로 집장만 해서 이사를 가는데.
이사갈 집에 인테리어 공사가 다 돼 있어서 붙박이장이며 장식장, 씽크대 같은 것들이 아주 좋아요.
그런데 아버님 쓰시는 장이 안좋아서 우리가 결혼할 때 장만한 장을 아버님 쓰시게 하자고 남편하고 얘기를 했습니다. 돈 들여서 살 것도 없고 붙박이 장도 있으니까.
그런데 애가 셋이나 되니 세 짝 중에 두 짝만 쓰시고 옷 장 하나는 애들 옷장으로 주자고 했지요.
오늘 아침 출근하려다가 문득 이사가 며칠 남지 않아서 아버님은 어느 장을 쓰실 거냐고 미리 짐 정리 좀 하려고 여쭸더니 하시는 말씀이 두 짝은 당신 방에 놓고 쓰고 한 짝은 작은 방에 놓고 쓰시겠답니다. 장식장(부엌에서 쓰고 있는 그릇 장식장) 하나도 들여 놓고 약이며 장식품 책 같은 거 정리하고, 지금 쓰고 있는 3단 서랍장도 작은 방에 놓고 쓰시겠답니다.
방이 네 개인데 둘 다 책 욕심이 많은 관계로 방 하나는 책장으로 가득 채워야 하고 세 개 중에서 하나는 아버님 쓰시고 안방은 우리가 쓰고 하나는 애들 짐 놓으려고 했는데. 세상에 아버님이 방을 두 개 쓰시겠답니다. 직접 말은 안했지만 장롱 놓고 서랍장 놓고 작은 방에 있는 반침까지 쓰시겠다니 그게 그거 아닌가요?
내가 장롱 세 짝이 뭐하느라 다 필요하시냐고 여쭸더니 옷이며 이불이며 다 어디다 놓느냐고 오히려 나한테 반문하시니.
남자 노인네 한 분이 -침대 매트 쓰십니다.- 이불이 얼마나 많아서 이불장에 반침 두 개가 왜 필요한지... 옷이 얼마나 많아서 나나 남편이 하나 밖에 안쓰는 장롱이 두 짝이나 필요한지.
출근길에 그 얘기를 듣고 화가 나서 남편에게 핸드폰을 했더니 겨우 그깟일로 아침부터 전화하냐고. 되레 화를 냅니다.
어떻게 나하고 상의도 없이 장식장이며 장롱 다쓰시라고 했냐고 물었더니 자기가 말 안했냐고 하는데
남편 밉네요. 이 세상에 믿을 것은 나 밖에 없는 것처럼 아플 때는 나만 찾으면서. 정작 내 입장은 생각도 안네요.
그래서 휴직할 생각입니다. 교사거든요.
내가 돈 안벌어도 지가 그 잘난 체 하고 살 수 있나 두고 볼라구요.
어제도 저녁에 외식하고 들어오자마자 자기 밥 별로 못먹었다고 된장찌개에 밥 비벼 먹는다고 해서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팠지만-이상하게 임신만 하면 오른쪽 엉덩이부터 허벅지 부근이 그렇게 아파요- 찌개 끓여서 밥 비벼줬지요.
내가 바보인지.
남편을 아들처럼 키우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