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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난다...


BY 나쁜 사람 2001-04-17

난 요즘 엄마때문에 화난다.

쓰려니...나만 나쁜사람 된거 같고...싫다 정말.

나 해외에 사는데, 시부모님이 자꾸 오시고 싶으셔서 전화 하신다.
오시는건 반대 하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비용이다.
요즘 경기가 좋지 않아 사업도 안되고, 우리도 힘들어 죽겠다.
잠도 안올 지경인데, 두 분이 오시면 비용을 우리가 다 해야한다.
시부모님은 가진게 아무것도 없으시다.
생활비 매달 부쳐드리는 것도 힘들지만 겨우겨우 하고 있는데, 비행기표 왕복 두장이 웬말이란 말인가...

속이 상해서 엄마에게 그런말을 했다.
물론 그렇게 오시고 싶어하시니, 나중에라도 한번 모셔야 할거 같다는 생각은 나도 한다.
그런데, 엄마는 한술 더떠서....비행기표만 달랑 어떻게 하냐고...오시면 관광도 시켜 드리고 용돈도 드리고, 선물도 사드리란다.

우리 사정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남은 속상해서 말하는데, 엄마 사정이 시부모님과 다를 바가 없으니...엄마도 그렇게 말하는거다.

가슴이 답답하다.
비행기표만 기백만원이다. 거기에 관광까지....선물에 용돈까지 하려면, 그야말로 우리는 2년장사 거덜내야 한다.

친정도 못사니까, 엄마는 없는 노인네 심정을 백프로 이해하는거다.
거기까진 좋다..
나도 나쁜 사람 아닌데, 해 드리면 서로 기분 좋겠지만, 상황이 그게 아닌데, 나보고 어쩌란 건가.

시부모님은 비행기표 이제나 보낼까 저제나 보낼까...안부전화 하면 그 소리만 묻고....
그때마다 뭐라고 할 말이 없어서, 얼버무리고..
엄마한테 하소연하면, 엄마는 빚을 내서라도 즐겁게 해드리라고 한술 더 떠서 사람 답답하게 만들고..
사시면 얼마나 사시겠냐고...아들이 못살아도 노인네들은 다 하고 싶을거라고...그러니...엄마도 그걸 바라고 있는게 아니냐고.

그래...사시면 얼마나 사시겠어. 없어서 꿔서라도 비행기표는 보내드리겠다고....생각하다가도....오셔서 답답해 하실걸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우리 둘다 일하러 나가고 얘들 학교 가고 나면 뭐하실거냐고.....집에서..

그러니..엄마는 그런다.
여행을 보내 드리면 되지 않냐고...그걸 누가 모르나.
여행이 한두푼 해야 말이지...엄마는 그런다. 거기까지 가서 그럼 여행도 못하냐? 자식이 여행도 못시켜 주냐?

나 환장하겠다.
엄마때문에...
이젠 비행기표 언제나 보내냐고 묻고 또 묻는 시부모님보다, 비행기표 당장 보내고, 관광시켜 드리고, 선물 사 드리고, 용돈 드리라는 엄마때문에 더 미치겠다.
자식이 조금만 신경쓰면 노인네 들은 좋아한다고..

그러니, 힘든 자식만 바라보고 즐거움 찾으려는 부모님 덕분에, 뼈빠져야 하는 자식은 뭐란말인가.

엄마도 가진거 없고, 자식에게 바라는게 있으니, 그런말을 하는거 아니겠나..양쪽다 답답하다..
모든 부모님들이 다 같을까? 속마음은 다 같은데, 아닌척 하는 부모님도 있고, 우리 시부모님이나 엄마처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부모님도 있고, 한...그런 차이일 뿐일까?

사는게 힘들다고 해도, 시부모님은 여전하시다. 비행기표도 비행기표지만, 두분 여권 비자 만드는 비용까지 다 해드려야 한단 말이다.
공항세까지, 공항에 도착할 차비까지 해 드려야 한단 말이다.
그러니....생각만해도 갑갑하단 말이다.

늙은 시부모님 두고, 돈계산이 먼저 앞서는 나는 나쁜 사람인가?
나도 좋은 며느리 되고 싶다. 정말! 나라고 이러고 싶어서 이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