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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절한 시어머니 빚과의 전쟁 이야기


BY swoman 2001-04-29

시댁과 살림을 합치는 문제로 고민에 빠져있는 결혼3년차 주부에요.

결혼즈음부터 좀 시어머니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돈 문제에 대해선 알 수 없는 점들이 있더라구요.
결혼 당시 imf였지만 적지 않은 액수를 예단으로 보냇는데, 그쪽에선
한푼도 돌아오질 않았죠. 그리고, 시아버지가 마련해주신 저희
전세금의 일부를 시이모가 급히 돈이 필요해 꿔?다면서
남편 이름으로 대출을 받아 모자란 금액을 충당하더라구요.
알고보니 시어머니가 진 빚을 갚기 위해 한 일이었죠.
참 이상하다 싶었어요.
결혼후 집으로 여러 은행에서 전화가 왔어요.
대출이자가 너무 많이 연체되어 있으니 조치를 취해달라는...
모두 시어머니가 남편이름으로 받은 대출이었죠.
이런 사실을 시아버지는 전혀 모르고 계시구요.
더욱 기가 믹힌건 그 대출이자를 너희가 갚을 수 없냐는 요구였어요.
내용도 모르는 대출이자를 어떻게 갚겟어요.
저희가 무슨 여유가 있겠내면서 거절했습니다.
imf로 인해 남편 월급도 줄어있었던 상태였으니까요,
시아버지가 수입이 워낙 좋으셨기 때문에(과거에, 요즘은 수입이
있다가 없다가 하시지만) 저는 이런 분위기를 이해할 수 없었죠.
남들이 보기엔 돈이 많을 것 같은 집이었고, 시아버지는
외제치를 몰고 다니시거든요.
하지만 동네에서 삼천만원을 꾸고 갚질 않아 분란이 일어나고,
시아버지가 결국 알게 되시면서 집안이 한 번 발칵 뒤집힌 적이
있었답니다. 그 돈은 시아버지가 수입을 꼬박 모으셨다가
해결을 하셨어요. 하지만 알고보면 시아버지가 모르는 시어머니
빚이 무려 2억 가까이 된답니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전 서울 강북의 부촌에 200평짜리
남편 명의로 땅을 계약하셧답니다. 저희한테는 일절 상의도
없으셧구요,
물론 계약금만 지불한 상태지만 땅을 아주 헐값에 구입했다며
흥분상태랍니다. 이상하지 않아요? 집에 빚이 산더미인데다가
천만원도 없는 집에서 그런 땅을 계약을 덜컥 한다는것이...
그렇다고 특별히 수입이 많은 식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시아버지가
일이 있으시면 버는 상태고, 신랑도 이제야 연봉 3천만원이
넘었답니다. 시동생은 연봉 3천도 안된다고 들었구요.
정말 소시민의 집안에서 왜들 그러시는지...
그렇다고 뾰족한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걱정스러운 저의 남편은 자꾸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느냐고
여쭤보면 딴 소리만 하시죠.
집주인이 너무 좋다. 터가 너무 좋다. 그 집 며느리가 하버드 대학
나왓다는데, 그런 집 땅을 갖게 되서 기분 좋다..는 말씀만
되풀이 하시더라구요.
한가지 너희 아파트 빼라는 말은 분명히 하시더라구요.
이번 일로 성격이 좀 독특하시긴 해도 돈 문제에선 깔끔하셧다고 믿은
시아버지에게도 실망을 했고,
저희 시댁이 살고 있는 집이 지금 월센데, 그런 집에서 나오게
됐다고 좋아만 하는 시동생도 생각보다 별로 똑똑하지 못하것 같아
싫어졌습니다.
그리고, 땅을 담보로 2억을 융자받을 수 있다고 돈 문제가
많이 해결된것 처럼 떠드시는데, 2억 융자는 이자만 저희 남편의
월급만 맞먹습니다. 게다가 요즘 잘 나가는 양진석같은 건축가 알아
보라 하십니다. 집 짓게요. 미치겠어요.
땅값 4억과 집 짓는값을 2억으로 추산을 해도 벌써 6억인데,
6백만원도 없는 집에서 왜 이런 계산이 나오는지 이해가 안되요.
어떻게든 들어가기만 하면 행복한 삶이 펼쳐질거라고 믿는건지
저희 신랑을 비롯해서 시댁식구들은 인생을 굉장히 쉽게 보는
경향이 있긴해요. 마치 계획처럼 돈이 생겨줄줄 안다거나,
무슨 요행이나 대박이 터지지 않겠냐는 그런 자세들...
저랑은 근본적으로 다르더군요.
저도 처녀땐 굉장히 소비적이었습니다. 수입도 좋았고, 집에 돈을
드리지 않아도 되는 형편이라 열심히 치장하고, 한달에 두어번은
미장원에 가기도 했구요, 하물며 머리 마사지도 정기적으로
받을 정도엿으니까요, 하지만 신랑의 카드 빚 갚고, 살림하다보니
기존의 생활방식대로 살다보면 큰일 나겟더라구요.
그래서 열심히 허리띠 졸라맷습니다.
둘이 버는거 빚 다 갚고, 전세금 천오백만원 올려줬습니다.
저는 원래 체질적으로 빚지고 사는게 싫고, 자기가 버는 한에서
쓰며 사는게 정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축을 하는거, 아님 그냥 엔조이 하면서 사는거 그건 다
자유지만 저희 시댁처럼 빚을 지을망정 등심아니면 안 먹고
일주일에 한두번은 꼭 외식을 하고, 입고 싶은 옷 사 입고,
속옷은 비너스 아니면 안 입고.... 이렇게 시어머니처럼 살지는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늘 대한민국에서 우리처럼 자식 사랑하는 부모없다고
강조하시지만 자식이 후배보다 선배가 많은 말단인데, 매번
대출을 서달라거나 보증을 서달라는 이유로 근무시간에
불러내는 어머니가 과연 자식을 생각하는 어머닌지....
부모 빚 당연히 자식이 갚아야 한다면서 은근히 강요하시지만
저희 남편 연봉은 이제 3천만원이랍니다.
있으면 왜 못 갚아드리나요? 그렇다고 저희도 빚져가면서
그돈 갚으라는 말씀인지.... 무조건 부모이기에, 자식 부모간은
그렇게 끈끈한거야..라면서 저희에게 가져간 돈이 지금까지
5백만원이 넘어요. 그것도 수시로 대출이자 대신 갚아드렸던거,
꿔가고 안 갚으신것, 남편 카드로 빚 갚고, 안 갚으신것...
목돈으로 덤펑덤펑 가져가는 것도 아니고, 막말로 삥 뜯듯이
가져간돈이 삼년동안 그러다보니 저도 약이 올라잇는 상탭니다.
지난번에 살던 소규모아파트 융자금을 못 갚아 현재 월세집으로
몰래 이사오던 날을 잊을 수 없어요.
관리비를 반장이 걷는데 세달치 관리비 백만원이 밀려있더군요.
반장이 저를 찾아와 돈을 내지 않으면 아줌마들이 이사짐 못나가게
한다고 아파트 입구에 진을 치고 앉아있더라구요.
시어머니는 저에게 이사를 맡겨놓으시고, 현장에 안 계셨구요.
험한꼴 당하기 싫어서 끼고 있던 다이아 반지를 팔려는 요량에
감정가를 맡겼더니 가장 후진거라 얼마 받지도 못한다고 하더군요.
아들에게는 최고급으로 해줬다면서 너도 최고급으로 받으라고
했다던데, 뒷통수 엄청 세게 맞았죠.
신랑은 자기 어머니의 단점을 알아 화도 내곤 하지만
결국 어머니의 가식적인 눈물에 맘이 녹아내려 늘 시어머니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듭니다. 시어머닌 늘 남에게 양보하고,
배려하고,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베풀고... 이런 말씀하시죠.
그런데, 자기 부모님에게도 잘 하지도 못하고, 자식들에게
괴로움 주시고, 심지어 친정동생들과도 돈문제로 의절하셧답니다.
아이러니 투성이 우리 시어머니를 말릴 사람은 시아버지 뿐이지만
시아버지도 시어머니의 위선에 늘 속으시고,
이번 땅계약건은 시아버지가 더 솔선수범이십니다.
왜냐면 집에 그렇게 산더미 같은 빚이 있단걸 모르시니까요.
저희 신랑도 지금 고민이 대단합니다.
아무 해답이 없으니까요. 빚만 산더미 같은 집에서 어떻게
그많은 돈을 마련할 것이며 어떻게 빚을 져서라고 해결한다해도
앞으로 그 빚을 어떻게 갚을지....
하지만 그렇다고 부모 뜻을 거절하지도 못하고, 계약을 한 상태라
난감해 하고 있습니다.
저는 요즘 불면증과 무의욕증에 빠져서 기껏 한다는 일이
친한 친구와 메일 주고 받는것, 그리고, 생계를 위해 나가서
일하는거 이것뿐이지만 일할 맛도 안 납니다.
저도 친정부모님이 열심히 희생하시면서 최고학부 가르쳐서
시집보내주신 귀한 딸인데, 이러고 사니까요.
저희 부부는 신랑이 좀 목소리가 큰 편이었지만, 시어머니때문에
신랑의 그런 성격도 누구러지고, 이젠 신랑이 눈치를 보며 요즘은
더더욱 잘해줍니다.
하지만 모든게 다 싫고, 돈을 떠나 그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나와는 다른 사람들이다...란 생각뿐이에요.
부모의 어리석은 행동을 보고도 말리지 못하는 남편도 그렇고,
그저 남들눈에 좋아보이면 된다는 사치스러운 시동생의
사고방식도 그렇고...
마치 우리대까지만 살고 죽자는 식이 아닌가요?
저희도 이제 아이 낳고, 교육시키며 살아야 하는데, 그런건
전혀 염두해 두지 않으니 말이에요.
오늘도 어떤 은행에서 통지서가 날라왓답니다.
이자가 너무 많이 연체되어 있으니 기한까지 아예 원금을 상환하란
통지서요.
길게 한숨을 내쉰 남편은 시댁에 연락을 취해보았지만
시부모님은 오늘도 계약한 땅 보러 가셧는지 연락이 안 되더군요.
이제 저는 아파트 전세금을 빼고, 집이 다 지어질때까지
본가의 1평남짓한 방에서 여름을 보내야 할것 같습니다.
혼수는 다 창고에 넣어둔채로 말이에요.
지금은 저도 감정을 좀 가라앉히면서 조곤조곤 남편과의 대화를
시도하지만 제 남편도 특별한 답은 없는것 같습니다.

빚과의 전쟁을 치루다보면,가족들간의 화목도 깨질테고,
그 속에서 힘들 제 자신을 상상하면서 저는 결혼 후 처음으로
이혼이란 단어를 떠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