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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문제 정말 끝이 없습니다


BY 비 2001-04-30

1년 6개월된 직장생활하는 주부입니다
너무 속상한데 누구에게 얘기할 수 없어 이곳에 적습니다.
어제 시댁일로 남편과 싸웠습니다.
아니 일방적으로 당했다는 표현이 맞을것 같습니다.
어제 같은 아파트에 사는 시댁에 행사가 있어 11시에 갔더랬습니다.
어머니는 6시부터 준비하셨다며 조용히 꾸짓으시더군요
토요일에도 시댁에서 청소를 한 뒤라 늦잠자고(어찌보면 겁도 없는
며느리지요 --;;) 청소하다 보니 어머니께서 10시쯤 와라 한 것보다
늦게 간것입니다.
그게 더 죄송해서 제 나름대로는 열심히 도와드렸습니다.
물론 부끄러운 얘기이지만 아직 할 줄 아는게 없어 전 부치고 거실
쓸고 설겆이하고 음식하시는데 심부름 정도입니다만..
그렇게 저녁 손님을 맞고 10시쯤 되니 정리가 끝나더군요
이주전부터 시댁일로 휴일없이 지낸터라 집에 가서 얼른 씻고 잘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평소 보던 드라마를 보고 가자며 일어날 생각을 안
했습니다. 그런 남편이 미워서 시댁을 나오는데 제 걸음이 빨라졌습니다.
뭔가 화가나면 앞질러 가던 남편처럼 어제는 제가 앞질러 집으로 갔습니다.
씻으려고 준비하는 제게 남편은 소리를 지릅니다.
뭐가 불만이여서 어머니 앞에서 무표정한 표정으로 있느냐고 말입니다.
곧이어 어머니가 왜 니 눈치를 봐야하느냐?
네가 잘하는게 뭐가 있어서 뭘 했다고 생색을 내느냐?
새벽부터 가서 준비를 한 것두 아니고 도대체가 정상적인 사람의
행동이 아니다 등등..
11시가 된 시간에 아파트 떠나가라고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는데
저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사실 남편때문에 화가 나서 표정이 좋지 않았던건 사실이고 그걸
감추지 못한건 잘못이지만 그렇다면 이러이러해서 내 감정이 상한다
왜 그랬니? 라고 물어보는게 순서일진대 일순간에 나쁜 며느리로
예의라고는 모르는 사람으로 몰고가는데는 정말이지 한두번도 아니고
힘이 듭니다.
시부모님 사이가 좋지 않으시고 두분다 건강하신 편이 못되어서 아들이 혼자이다보니 여러가지로 맘이 쓰이는건 이해하지만(1남2녀 입니다) 결혼초 부터 줄곧 남편과 싸우는 화제는 늘 시댁 문제.
그것도 시댁 흉을 본적도 없고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겠다고 한것도
아닌데 남편은 제가 못된 며느리로 보이나 봅니다.
늘상 이런식으로 저에게 화를 냅니다.
저희 남편은 제가 해주는 밥보다 어머니 밥이 맛있는지 저녁먹으러
가자고 하고(참고로 출퇴근을 같이 합니다) 가뜩이나 제 생각한다고
저희 어머니 퇴근 무렵이면 밥 먹으러 오라고 전화하시는데 싫은
내색하면 남편이 싫어하는터라 군말않고 주중에도 열심히 다녀옵니다.
물론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시댁에서 저녁을 먹고말입니다.
사실 모시고 살지 않을뿐 회사옆에서 살다가 원해서 시댁 옆으로
이사 왔고 요즘은 어머님이 당뇨끼가 있으셔서 저녁 먹고 저희 신랑
어머니 모시고 한시간 반가량을 운동하고 옵니다.
그래도 모시고 사는것도 아니니 가끔 피곤하고 짜증이 나도 제가
맏며느리의 그릇은 못되는구나 제 자신을 타이르며 애낳고 살면 더
살가워지겠지, 마음은 늘 시댁생각 하니까 부족해도 이해해주시겠지
하며 사는데 가끔 그렇게 잘해주고 자상하던 남편도 시댁 문제에
있어서만은 절 고양이 앞에 쥐로 만듭니다.
사실 며느리가 죄인입니까? 친정일로 거들자면 직장일 하는 남편
피곤할까 돈 들어갈 일 있으면 괜시리 미안해서 눈치보게 되고
시부모보다 못한 생신상 친정부모 차려드리면서도 남편한테 고마워서
더 잘해야지 마음먹게 되고..
죄라면 대한민국 딸로 태어난게 죄일진데..
나름대로 일하고 와서 수고했다는 칭찬은 고사하고 핏발세우며
화내는 남편한테 상처만 받았습니다.
마지막엔 그러더군요 그렇게 시댁이 싫으면 아예 가지 말라고 그리고
처가집 행사엔 가지도 않겠다고(상가집 한번 말고는 가본 적이 없습
니다 토요일에도 고종사촌 결혼식에 가고 싶지 않다고 해서 저 혼자
다녀왔습니다 )
이번에도 역시 이불하고 가습기 들고 작은방으로 가서 잡니다.
분이 안삭히는지 버릇없다고 큰소리 한번 치며 또 뭐라뭐라 하는데
제 머리속엔 온통 이혼이라는 글자만 빙글빙글 맴돌더군요
이 글을 읽으시는 결혼 선배님들은 그만한 일로 이혼이라니 하고
어이없어 하실 줄 아나 제 맘은 정말 비참합니다.
시어머님과 불화가 생겨도 남편이 제 앞에서 네 마음 조금은 이해한다
고 하면 봄 눈 녹듯 사라질텐데 시부모는 별 말씀이 없으신데 남편이
나서서 저를 가리키려 듭니다.
전 시댁일에 시부모 눈치가 아니라 남편 눈치를 봅니다.
남남이 만나 결혼을 했으니 싸울때도 있는 것이고 부부가 한이불
덮고 자다보면 자연히 화도 풀릴텐데 매번 저렇게 이불 들고 다른
방에 가질 않나 몇날며칠이고 제가 말 시키기 전까지 남보다 더
차갑게 저를 무시하며 지냅니다.
제가 이혼을 생각하고 힘들어 하는건 싸움의 원인보다 그 이후의 남편
태도입니다. 싸움이야 대화하면 풀어질테고 한발짝씩 양보하면 나아
질 문제이지만 짜증이 난다느니 가리킬게 많다느니 하며 저를 질책하는데
정말 셀 수 없을정도의 싸움에 지칩니다
님들!! 어떤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할지 머리속이 복잡합니다.
두서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혹 조언을 해주실수 있을런지?? 정말 우울한 오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