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주 이곳에 들러 여러분들의 글을 읽곤했던 새댁입니다.
그의 집에 가는 것이 싫습니다.
부모님만 계십니다. 두분다 우둔할 정도로 착하신 분들입니다.
그렇지만... .
너무 지저분하고 위생적이지 못해 그곳에 가는 날이면 난 아무것도 먹지 못한다. 일년에 몇번이나 치울까 말까 그것도 시어머니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방에라도 앉을라치면 내 옷 더럽힐까봐 겁나고 이불을 덮을라치면 내가 지하철의 노숙자가 되는 기분이다.
주방은 정말이지 미치게 만든다. 설거지는 언제하고 안했는지 음식쓰레기들은 널부러져 온 싱크대에 펼쳐져 있고 싱크대의 걸름망은 악취와 이끼로 고무장갑낀 손으로도 만지기가 두렵다.
밀가루봉지며 소금봉지며 기타 조미료 봉지는 내용물이 흘려져 입을 쫙 벌린채 싱크대밑에 자리잡고, 냉장고는 절대 열지않으려 애써지만냄새는 한참 현기증을 느끼게 한다. 반쯤 쏟아진 고추가루 봉지며
뚜껑도 없는 찌개냄비, 유통기한이 며칠이나 지난 유제품, 왜 그리 다들 내용물이 조금씩 쏟아져 있는지 온통 색색깔의 얼룩들...
가스렌지 윗면도 물론 온통 얼룩들, 버너도 막혀 잘 켜지지 않고 구입한지 1년도 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방에도 주방에도 마루에도 발을 어디다 둬야 할지.
처음에는 남편한테 말해서 고쳐 볼려고 계속 잔소리했다.
그는 인정하면서도 몹시 서운한 듯 했다. 갈때마다 시어머니께 그가 대신해서 말했다. 조금은 나아진듯 몇번은 그랬다. 진짜 쬐금만.
남편과 나 열심히 치웠다. 잔소리 해대면서.
그러나 예전 그대로이다. 언제 치웠냐고 그가 물으면 금방치웠다고,어제 청소했다고 둘러댑니다.
포기하고. 매번 식사때마다 내가 안먹는다고 하기 민망해서 외식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할것 같다. 밖에 나갈려고 자동차 뒷좌석에 부모님이 앉았다. 그와 내가 앞좌석에 올라타자 난 구역질이 나서 창문을 내렸고 그는 말했다. 그의 엄마에게. 언제 씻고 안씻었냐? 어제 씻었다고 대답했고 그의 계속되는 잔소리에 내가 미안해서 딴청을 피웠다. 나는 사람에게서 그런 냄새가 날수 있다는게 의문이었다. 그뒤로는 식당에 가면 엄청난 식탐에 주위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는, 정말 죄송하지만 내부모라는게 수치스러울 정도였다.
손톱밑의 까만때, 새까만 발바닥 혹은 양말, 주체할수 없을 정도의 헝클어진 사자머리, 며칠전엔가 먹고 씻지 않은채 둔 냄비에 다시 물붓고 국끓이고, 그리고 두분 심심할까봐 셀수 없을 정도의 파리들.
그들의 천국이다. 없는 곳이 없다 파리가. 모든 음식은 파리들의 차지다. 그 다음이 두분이다.
지난번 명절때 사흘을 머물렀다. 첫날은 굶고 둘째날은 가지고 간 빵을 몰래 먹고 버티었다. 그리고는 어지러워서 식은땀과 오한으로 견딜수가 없었다. 그와 함께 밖에서 저녁을 먹고 또 하루를 견뎠다.
그뒤 일주일을 변비와 불편한 속으로 고생했다.
내손으로 만들어 먹을려고 하니 양념을 쓸수가 없다. 집간장도, 고춧가루도 다른것도 모두 파리떼다. 도마도 식기도.
그래도 겨울동안은 조금낫다. 파리가 없으니.
추우니까 씻는것은 덜할테고 방안 한쪽 상위에는 냄비며 양푼이며 김치통이며 수저등이다. 그것들이 뿜어대는 향은?
식사할때 반찬을 덜어서 접시에 담아내고 끝난후에는 깨끗하게 정리해서 냉장고에 넣을거는 넣고 버릴것은 버리고 그래야 하는게 아닌가.
뭐든 통째로 먹고, 남으면 그냥 덮을거도 필요없고 다음식사때 먹고 또 남으면 또 먹고. 그사이 파리는 아주 바빠지겠지.
넋두리로 말해 보았습니다.
아무리 말해도 그때뿐이고 좀처럼 고쳐지지가 않습니다. 60년을 그렇게 살아왔는데 쉽게 고쳐지진 않겠지만 정말 이런 사람은 처음입니다. 매번 갈때마다 치우곤 하지만 표도 안나고 요즘은 가만 놔둡니다. 자꾸만 말하면 남편이 비참해지는것 같아서 이젠 말도 못하고 시부모한테 울분만 쌓입니다.
정말 착하신 분들인데 가까이 하기가 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