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8일 화 (시위 16일째)
비가 안개처럼 뿌리길래 비옷을 입고 나갔다.
카네이션을 달고 지나가시는 어르신들이 보인다.
어버이날이건만 어머님께 꽃을 달아들이지 못했다.
어머님께 죄송하고 면목이 없다.
우리 어머니께선 젊어서 혼자되셔서
육남매를 키우시느라 고생도 많이 하셨단다.
남편이 5살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니 그 고통은
짐작 하고도 남으리라.
그 보람으로 1995년엔 전통명인장까지 받으셨는데
경주시의 강제철거로 인해 30년 전통이 사라질
판이다. 어머니의 대를 잇겠다고 잘 나가던 직장도
그만두고 왔었건만...
어머님! 죄송합니다.
한밤에 딸아이가 전화를 했다.
잔뜩 아픈 목소리로 집(?)에 오고 싶단다.
왜 아프지 않겠는가!
고 3 이라는 것 만으로도 힘에 겨울텐데
엄마 아빠 걱정까지 하고 있으니...
"엄마 아빠 식사는 꼭 하시고요,
잠도 푹 주무셔야돼요. 알았죠?"
딸아이 목소리가 귓전에 맴돈다.
아픈 몸으로 학교 기숙사에 누워있을
가엾은 나의 딸!
언제쯤이면 너희들과 함께 살 수 있겠니...
애들아! 미안해. 정말 미안해.
경주시로부터 집을 세번 철거당하고 현재 노숙을 하고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가족이 모여 살수있는 작은집입니다.
내땅에서 짐승이 아닌 사람처럼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