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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썼던 남편입니다..


BY 남편 2001-05-14

아...
헛웃음이 나옵니다..
저더러.. 아니 남편들더러 어떻게 하란 말씀입니까?
상가집 갈때 혹여 아내가 의심할까봐 부고장까지 보여줍니다. 회사멜로 뜬것 까지 보여줬구요..
또 접대장소로 왜 룸싸롱이냐고 하시는데 그런 장소를 대리인 제가 잡습니까?
대리밖에 안된 제가 밑에서 까라면 까야되는데.. 그 입장을 그렇게 못헤아리십니까?
집에오면 티브이나 신문보지 말고 대화를 하라고 하시는데 아내가 싫어해서 그건 이제 안한답니다.
그렇지만 제 아내 저한테 하는말들.. 모두다 남의 얘기들뿐입니다.
누구는 어떻다더라 누구는 모한다더라.. 그런얘기 말입니다.
제가 아내 입에서 듣고 싶은 말은 '나오늘 뭐했어...'란 말인데 말입니다. 아내는 마치 온동네 연락통이 된듯 누구네 애는 어떻고 누구네 집은 어떻고 그런 얘기들뿐입니다.
그래도 꾹 참고 들어줬습니다. 전 글에서 느끼셨을지 모르지만 저 아내한테 껌뻑 죽습니다.

아내가 여길 종종들르고 다른 아내분들은 어떤 생각이실까 해서 글을 올려 본건데 실망스럽습니다.
도대체 남편들더러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
영업부 직원은 늘 접대에 시달립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보통 주량이 소주 한병인 제게 양주를 마셔야 하는건 어려운 일입니다. 대리밖에 안된 입장인지라 분위기 메이커도 접니다. 집에서 또 퉁퉁거리고 있을 아내 걱정도 되고 술도 마시기 힘들고 그래도 전 그렇게 할수 밖에 없습니다. 들러붙어서 아양떠는 술집아가씨들 짙은 화장냄새에 속이 뒤집어 져도 분위기 깰까봐 조마조마하면서 있는게 접니다.
한번은 우리 팀장님 아내가 뻔질나게 전화하니까 그러더군여.."김대리 전화좀 꺼놔. 전화벨소리땜에 맥이 끊겨.."라구여..
그럴때 솔직히 전 그렇게 하기 싫은 일 억지로 하면서 아내걱정에 집에 들어섰을때.. 아내가 "오늘두 힘들었지?"이렇게 말해주길.. 바랬습니다. 그런 상상을 하며 결혼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아내에게서 받는건 환영이 아니라 냉대입니다.
저도 말해 보고 싶습니다. 난들 좋아서 이짓하니? 난 술집여자라면 아주 치가 떨리는 사람이야.. 그래두 어떻하니? 난 이짓하기 싫구 이러면 마누라가 불안해 하니까 못하겠습니다. 그러니? 넌 영업부에서 일해봤으면서 내 사정 그렇게 몰라주니? 라고...
아...
저도 집에 일찍 들어가서 서툴지만 절위해 차려놓은 밥상에서 아내와 좋은 말만 하면서 밥두 먹구 저녁에 누워서 텔레비젼도 보면서 세상돌아가는 얘기도 하고 싶고 그렇습니다만.. 어쩌다 일찍 들어가는 날은 토라진 아내 달래주느라 식은땀이 날 정돕니다.
다들 그렇습니까?
세상에 모든 아내들이 다들 그렇게 남편맘을 몰라줍니까?
전 아내를 사랑합니다. 이혼하고 싶은 맘 없습니다.
아내와 결혼하기 위해 아내를 행복하기 위해 길진 않지만 여지껏 정성을 드려왔습니다.
늦을때마다 아내가 화를 내도 사실 내가 회사에서 할일은 이해하지만 기다리는게 싫어서 투정부리는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다른 아내분들의 답변을 읽으니 그게 아니군요..
제가 상가집간다고 하고 바람필까봐 룸싸롱 가서 술집여자랑 2차갈까봐 그런것 때문에 집으로 돌아온 절 믿지 못하고 화를내고 그러는 거였군요.
아.. 아내를 위해서 우리의 행복을 위해서 전 그런 걸 감수하고 있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그게 아내를 불행하게 하고 우리는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었다니..
접대없는 직업을 구하느냐.. 아니면 모든 접대를 외도로 보는 아내를 버리느냐..
저한텐 그 두가지 방법밖에 없는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