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826

남편...물리고 싶다.


BY 시덥잖이 2001-05-18

이곳에 올라온 글들을 보니 사는게 정말 기구하다.
헌데 간사한게 인간이라고 이런 이들이 있다니 내가 좀 위로가 되는 건 웬 꼬인 심사...어차피 약하디 약한것이 중생인가보다. 쩝...

울 남편, 3개월의 짧은 연애기간동안 온갖 지극정성, 야 남자가 이럴수가 있구나 라는 탄성까지 나오게 하더니 막상 같이 살면서는 남자가 최고, 여자는 좀 하등한 존재쯤으로 여기고 무시하며 날 자신의 편리한 삶의 도구쯤으로 여긴다.

이곳 어디쯤에 헌서방을 팝니다라는 시 읽어보셨나요. 딱 그짱이예요. 울 남편 더도덜도말고 딱 그 헌서방꼴이랍니다. 내마음과 너무나 잘 맞길래 그대로 복사했답니다. 우리 서방한테 보여줄려구여...
에구 처녀적에 결혼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이었는데 건 우리나라 결혼의 특이한 제도땜이였죠. 결혼하면 여자는 시댁에 속하고 너무도 당연하게 며느리는 시댁가서 일하는 사람, 여자는 아이키우고 집에서 살림하면서 남편 가져다주는 월급으로 살아야하는 그런게 싫었답니다. 근데 아가씨때는 죽어도 모르는게 있었죠. 전 우리나라의 결혼제도 결혼관이 싫었던거지 남자가 싫었던건 아녜요. 결혼하면 여자에게 지워지는 그 엄청난 의무들이 남자에 비해 너무 지나친게 싫었던거지 사랑하는 남편과 재밌고 아기자기하게 사는 것은 좋아보였죠. 그리고 정말 남편이 있다면 이 세상의 무엇과도 맞서 싸울수 있는 든든한 나만의 동지가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답니다.

근데 그것이 아니더군요. 지금은 알았답니다. 수많은 부부들이 있지만 그들 중 정말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되어주는 가족은 얼마나 될까. 그들 중 많은 이들은 그저 세월에 묻혀, 습관적으로 아무 감정없이 살아가고 있다는 걸... 도대체 지금 결혼한 주부님들에게 한번 묻고 싶어요. 우리가 결혼전에 이 남자랑 결혼하면 앞으로 이런일이 있을 것이다. 내 인생이 이렇게 펼쳐질 것이다라는 것을 10%만 알았더래도 결혼했을까여. 그래도 아가씨때는 모르잖아여. 나는 결혼해서 알콩달콩 재미난 가정을 이루고 살아야지. 이렇게 무미건조하게 어찌할수 없어서 그저 사는 것인 줄 안다면 누가 결혼할까 시퍼여. 지금은 결혼하면 따라붙는 여자라서 서글픈 그런 의무땜이 아니라...가장 중요한 내 남편이 남보다 더 못하다는 그런 남처럼 느껴지는 그런 무감각이랍니다. 이렇게 무감각하고 삭막할것 같다면 아무 의무도 없고 자유로운 싱글의 무감각함이 나을 것 같습니다.
정말 이럴려고 결혼 안했는데라고 생각하고 다 물리고 싶지만 그러기엔 또 너무나 많은 조건이 우릴 발목잡고 있잖아여. 처연한 내 새끼들...어찌할 수 없는 함정같이 처음엔 너무나 답답하고 질식할 것 같고 두려워서 숨도 쉴수 없을 것 같더니 이젠 그 증상이 만성이 되어 이젠 제법 숨쉴수 있어졌지만 건 우리가 우리 꿈을 모두 잊어버리고 그저그런 생활에 만성이되어 이젠 있으나없으나 아무런 감정도 없이 나눔도 없이 그저 한 공간에서 살아가는 타인으로서 대하는게 습관이 되버리지 않았는지여...

물론 제 얘기입니다. 행복하신 분들은 이해해주세요. 암튼 첨에 일년은 거짐 반이상을 울고지냈습니다. 이러다 미치는거 아닌가 싶은 순간도 있었구여. 정말 병원만 안갔다 뿐이지 그때는 정말 제가 신경쇠약이라도 걸렸었던거 같아여. 글다 또 어찌저찌 일년, 시댁과 친정을 발칵 뒤집어놓고 울 신랑도 저도 올 설을 기점으로해서 그저 무감각, 일상적 생활을 하고 있죠. 처음보다는 제가 면역이 되어 좀 편해졌지만 문득문득 이런게 사는 것인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두서없이 제 생각을 적었네여. 재미도 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