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새벽 1시 20분이 되어서야 남편은 집에 들어왔다.
힘든거 알지만, 내 머릿속이 너무 많이 복잡했다.
그저 눈물만 나고..만사가 다 귀찮고, 멍했다.
남편이 들어오는데, 얼굴을 보고 싶지가 않았다.
화가 난 것도 아니었다.
그 사람이 미운 것도 아니었다.
그저 이런 현실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지금 저 사람은 무엇을 위해서 저렇게 살고 있나...아무말도 아무짓도 하고 싶지 않구나...그저 이런 생각이었다.
남편은 들어오더니, 내 옆에 섰다.
그냥 가만히 있었다.
거실에 나가더니, 한숨을 푹푹 쉬고...뭘 집어 던지고...그렇지만, 난 대꾸할 힘도 기운도 생각도 여유도 없었다.
그냥 조용히 침실로 가서 침대에 누워 책을 읽었다.
편안했다.
남편이 들어와서 침대에 눕더니, 벽을 치고, 침대에서 발을 구르며 신경질을 냈다. 그래서 조용히 책을 들고 거실로 나왔다.
따라나온 남편, 집을 나가겠다면서 소리를 지르고 난리를 쳤다.
혼자 자는거...집에 혼자 있는거...나 생각하면, 돌아버릴 것 같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거 그건줄 알면서, 만삭인 나를 두고 또 나가겠다고 한다.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엉엉 눈물밖에 안났다.
거실바닥에 주저 앉아서 또 혼자 있게 될 이 상황이 두려워서 울었다.
남편은 울다가 소리내서 웃다가 하면서 회사에서 힘들었던 이야기를 했다.
밤을 새워서...오늘 새벽에 출장을 갈 사람이...밤을 새워서... 회사에서 힘들었던 이야기를 만삭에 정신까지 못차리고 있는 나에게...사는 거저차 버거운 나에게 미친듯이 털어놓았따.
듣고 싶지 않았다.
저 사람이 내게 원하는게 뭘까...
힘들었는데, 들어오니, 내가 아는척도 안했다는 것이다.
그래 그래서 미친듯이 화내고 나가겠다고 하고....밤새워 자기 회사 이야기를 쏟아 놓았다.
일밖에 모르는 남편, 일에 쩔어 사는 남편이...임신하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9달을 외롭고 쓸쓸하게 보낸 아내에게...매일 혼자 울고, 힘든 아내에게 자기를 돌아보지 않았다고..밤을 새워...괴롭히고 있었다.
날보고 뭘 어떻게 하라고...
지금 내 몸하나 가누기도 힘든 내가, 자기를 위해 참고 말안하고 힘든 내색 하지 않는 내가, 그래서 결국 미쳐가고 있는 내가...뭘 어떻게 하라고..
결국 난 아무리 우울해도 자기한테 내색해선 안되고, 그저 가만히 있고 싶어도 자기가 들어오면 오랫동안 키운 강아지 처럼 꼬리 흔들면서 반가워해야한다는 이야기였다.
....
힘들어 하는 남편, 회사 이야기...하나도 남편이 가엾어 보이지 않았다.
아니 더이상 가엾어 보이지 않았다.
내가 힘들 때, 힘이 되어 주지 못하는 사람.
자기가 힘들 때, 원하는 대로 해주지 못하는 나.
더이상 말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밤을 새워 울고 웃고, 비오는 밤에 비맞으며 미친듯이 떠드는 남편.
정나미가 떨어진다.
이기적인 사람.
자기 생각밖에 못하는 사람.
남편때문에 행복하다고 생각했던거...오늘, 난 생각이 바꼈다.
내 남편은 나쁜 사람이다.
이혼을 생각해 본 적 있냐고 물었다.
생각해 본 적이 있단다.
그럼 이혼을 하게 되면, 아이문제는 어떻게 할 생각이냐고 물었다.
뒷일은 생각하지 않았단다.
이혼은 생각해 봤는데, 뒷일은 왜 생각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생각하기 싫단다.
왜...왜...
아이도, 그 어떤 물질적인 것도 나누고 싶지 않아서 뒷일은 생각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조용히...
모르겠단다. 그냥 생각하지 않았고, 생각하지 않을거란다.
내가 이혼을 간절히 원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다.
한쪽이 원하면, 이혼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럼 뒷일을 차분히 생각해 보라고 했다.
알았다고 하고, 남편은 몇박 며칠의 출장을 떠났다.
오늘, 난 내 남편이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어제 한숨도 못잤다.
내 남편의 사이코 드라마를 봐주느라고...끝까지 자기 힘든 이야기만 늘어놓는 남편의 어줍잖은 쇼를 구경하느라고...만삭인 나는 , 그리고 내 아기는 밤을 새웠다...눈물을 펑펑 흘리면서.
내 남편이란 사람...다 털어놓았으니, 속이 시원하겠지..
나는 내 문제, 남편의 회사 문제까지 떠앉고, 자기는 말하고 잊어버렸을 이야기 남편이 돌아올 때까지 힘겨워하면서 머릿속에 지고 스트레스 받겠지.
이 집에서 나가고 싶다.
다 싫고, 다 귀찮다.
남편도 소용없고, 다...
어제 남편의 원맨쇼...정나미가 떨어진다.
저정도밖에 안되는 나쁜 사람일줄은...
절대 배려해주면, 안되는 사람..
배려를 해주고 참아주면, 더 못되게 구는 사람.
그게 내 남편이다.
혼자 있는거 너무나 서러워하는거 알면서..그걸 악용하는 사람.
나간다고 할까봐 두려워서 이제 난 내 기분이 어때도 정말 미쳐버릴거 같아도 저 사람만 보면, 꼬리 살랑거리면서 즐거운척 해야 한다는 이야긴데....
이야기만 잘 된다면, 이혼...나 그거 두려워하지 않으려 한다.
지금도 일밖에 모르는 남편덕에 혼자 살고 있는거나 다름없으니까...
일이 중요한 사람은 일과 결혼하면 그뿐이고...내 남편, 옆에 뭔가 붙어 있지 않으면, 자기 하고 싶은거 다하고..그렇게 살 수 있는 사람이니까.
모처럼 쉬게 된 일요일에는 친구들과 골프를 치러 간다는구나.
약속을 햇다고 한다.
그래...요즘 생각이 많이 달라진다.
남편, 나쁜 사람, 이기적인 사람....나 남편에 대한 배려 안하려고한다.
내가 딸랑거리지 않아 집 나가겠다고 하면, 나 이혼하려고 한다.
이혼..그거 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