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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의 사랑받기 위한 전략


BY 1년차 2001-05-28

앞의 글들을 읽다가 시어머님께 사랑 받는 비결을 알려달라는 글이 있어 저의 작은 의견을 써보고자 합니다.

시부모님으로부터 사랑 받고 싶은건 모든 며느리들의 소망 아닐까요? 전 오늘로 정확히 결혼 1년된 맏며느리랍니다. 지난 1년을 회상해 보면 즐거웠던 적도 많았지만, 힘든 적, 울었던 적은 더 많았던것 같습니다. 물론 시댁 때문이었던 경우가 많았구요.

저희 시댁은 경상도에 있고 저희는 서울서 살아서 자주 찾아 뵙지는 않는답니다. 그래서 그 무뚝뚝한 시댁 분위기와 시어머님의 퉁명스런 말투로 저도 결혼 초 상처 무지 받았답니다. 요즘도 물론 가끔 상처 받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갑니다. 물론 이 사이트에 많은 분들은 그럼 똑같이 대해라 또는 포기하고 살지 뭐 사랑 받으려 애쓰냐고 하겠지만, 전 그게 아니란 생각을 했답니다.

우선 제가 시댁에 잘하고 사이가 좋으면 저희 신랑과의 사이가 좋아지쟎아요. 누가 자기 부모한테 잘하는데 싫어하겠습니까? 그래서 전 더 적극적으로 나갔답니다.

시어머님께 전화 1주일에 꼭 두번 이상 하구요, 매달 15일에 한번씩 속 툭 털어놓고 편지 한통씩 꼭 씁니다. 물론 아이 사진도 넣어서요. 편지는 전화로 할 수 없는 섭섭함이나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 등을 완곡하게 표현할 수 있는 저의 좋은 수단이 되었답니다.

결혼한 형님(신랑 누나) 가족과 아가씨(신랑 여동생)에게 한달에 한두번 정도씩은 전화해 주고, 저희 신랑 쌍둥이 조카들 어린이날 선물 챙겼죠. 비싼 것 아니어도 좋답니다. 그냥 마음이 중요하죠. 그리고 항상 얘기합니다. 큰것 아니지만 기쁘게 받아 주셨으면 좋겠다구.... 말 한마디가 무척 중요하죠. 얼마 전 임신한 아가씨에게 임신 축하 선물을 이쁜 편지지에 편지 써서 건냈습니다. 물론 할인점에서 그냥 젖병 몇개 샀구요. 뭐 그런것까지 챙기냐 할지 모르지만, 절대 비싼거 아니고, 그냥 저희가 조금 생활비 줄이면 됩니다. 저희 시어머님 무척 좋아하셨습니다.

시댁에 다녀올때는 꼭 5만원이든 10만원이든 봉투에 준비 합니다. 그리고 돈이 적어서 죄송하다는 메모나 편지 꼭 쓰고, 드리면서 그렇게 말도 합니다. 그리고 다음에 형편 좋아지면 더 많이 드릴게요. 라고 희망의 메세지도 전하죠. 그리고 문화 상품권등의 작은 선물을 도련님들을 위해 준비합니다. 한번은 담배 사 피우시라고 2만원도 드린적이 있었죠. 적은 돈이지만 정성이란 생각입니다.
저희 시어머님 말씀은 안하시지만, 얼굴에서 좋아하시는 표정을 읽을 수 있답니다.

적당한 스킨쉽도 중요합니다. 봉투 건네며 손 한번 잡아주고, 얘기 하면서 손 한번 잡아주고.... 다리가 조금 불편하신 시아버님 팔장끼고 혹은 손잡고 걸어가고... 물론 쉽지가 않죠. 신랑을 사랑해 결혼했고, 그래서 새로이 생긴 가족이라고 하는데 갑자기 그게 쉬운가요? 저도 친정에서 장녀라 여우과는 아니지만, 결혼 후 여우가 되기로 결심하고 노력 중이랍니다. 지금도 친정 부모님과는 손잡거나 하는거 못합니다.

물론 제가 말하는 여우는 요리 조리 빠져 나갈 궁리만 하는게 아니고, 지킬 것 다 지키고 사랑받기 위해 애쓰는 그런 여우죠.

요즘도 전화하면 저희 시어머님 가끔 첫마디가 "와 전화했노?" 입니다. 누군 전화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전화합니까? 그런 말 들으면 화도 조금 나고, 기분도 상하지만 전 절대 티 안내고 이렇게 얘기 합니다.

"어머님 목소리 듣고 싶어 전화했죠. 호호호"
그럼 저희 어머님 그냥 웃으십니다.

다른 분들은 연휴나 휴가를 어떻게 보내시는지 모르지만, 저흰 무슨 공휴일이 토요일에 걸렸다거나 하면 거의 시댁으로 갑니다. 물론 여름 휴가에두요. 처음엔 그게 너무 싫었지만, 자주 찾아 뵙지도 못하는데 맏며느리로서 그 정도는 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아름다운 가족 문화를 만드는데 큰 기여를 했다는거 저도 너무 잘 안답니다. 물론 신랑에겐 툴툴거립니다. 그럼 저희 신랑 많이 미안해 하고 더 고마워하죠.

요즘은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시어머님께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시댁에 내려가면 시장에서 이쁘고 비싸지는 않지만 저와 손자를 생각하면서 사놓으신 옷들이 기다리고 있죠. 말씀으로 고맙다거나 너 잘한다란 말씀 절대 안하시지만 그렇게 시장에서 옷 사주시고 하시는게 바로 저희 시어머님의 애정 표현이란걸 잘 알기에 저의 전략은 성공적임을 알 수 있게 되었죠.

자신의 노력 없인 얻어지는 것도 없다는 생각을 갖고 항상 전 노력 중이랍니다. 혹자는 뭐 그러면서 스트레스 받고 사냐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전 저희 가족이 지난 1년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런 여우가 되기 위한 저의 노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희 신랑 저희 친정에 무지 잘하려고 노력 합니다. 그래서 저의 시댁과 친해지려는 노력이 스트레스로만 작용하지는 않는거죠.

여러가지로 시댁과 힘드신 분들에게 조금의 도움이 되었길 바라고, 두서 없이 써내려간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