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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어머님은


BY 양심선언 2001-05-29

저 올해 스믈 여덟임다.
시집올때 울 신랑 스믈 여섯, 저 스믈 넷, 백수 시동생하나에 대학2년에 휴학하고 군대간 시동생 있었슴다.
시집 전세 650(신기하죠?)인데 벽두고 갈라진 방 두개, 거실없고, 재래식 공동 화장실에 다세대 주택 속에 갇힌 조그만 스레트 집이었슴다.
울 신랑 고1때 아버님 암으로 돌아가시고 울 신랑 고3때 취업나와 결혼때까정 8년간 직장 생활 하면서 가장 노릇했슴다.
저와 결혼 얘기 오가면서 겨우 겨우 천만원짜리 적금 붓고 결혼무렵 통장에 10번 부었슴다.
그통장을 볼모로 천만원 대출받아 방한칸 얻고 살림 시작했슴다.
시집갈때 쪼매 있던돈으로 생활비 쪼개쓰다가 남편 월급으로 도저히 생활이 안되 저 일나갔슴다.
울 아덜넘 8개월인데 다행히 어머님 덕분에 떼놓고 출근했슴다.
분유값 없어 모유먹이느라 직장가서 시가마다 화장실에서 불어난 젖짜느라 무진장 고생했슴다.
퇴근하면 가슴이 퉁퉁 붓고 머리가 다 아팠슴다.
물론 울 신랑 여자가 아니니 그 고충 모름다.
울 어머님 말씀 안하시니 역시 모름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저 아덜넘 18개월될때까정 10달씩이나 그러고 살았슴다.
결혼 2년째 막내 시동생 제대해서 학비 번다고 동사무소에서 일했슴다.
월 50원 받아서 적금든다 하더이다.
첨엔 하도 기특해서 넘 이뿌더이다. 어쩌다 등록금 문제로 어머님과 트러블 생겼슴다.
울 신랑 할것 다하고 불쌍하게 당하기만 하더이다.
막내 제대해서 옷 없는거 다 암다.
얼마 안되지만 IMF로 신랑 퇴직하고 몇달 쉬었슴다. 밀린 카드빛 갚느라 허덕일때 사실 저 도련님 옷 사입으라고 5만원밖에 못줬슴다.
물론 어머님께 드렸져.
울 도련님 이런말 하더군여.
하나있는 시동생 제대해서 입을옷도 없는디 형수가 둘이나 되도 옷하나 안사주더라.
울 어머님 저더러 언제 돈줬냐 그러더이다.
솔직히 울 신랑 결혼하고 옷한벌 안사입었슴다.
고3때 입던 봄잠바 지금도 있슴더.
싸구려 옷한벌 사는데 몇달이 걸렸슴더.
도련님 울 신랑한테 학비 내가 알아서 한다 큰소리 치더이다.
우쨌거나 그렇게 1년가까이 흘렀슴다.
이듬해 5월 복학을 앞두고 저 많이 울었슴다.
남편과 저 안먹고, 안쓰고 아껴서 도련님 학비, 기숙사비로 250넘게 들었슴다.
돈이 아까워서가 아님다.
울 신랑 맘 아파하는거 속상해서 그럼다.

지금은 어머님과 합쳐 삼다.
울 어머님 한달에 25만원밖에 못드림다.
그래도 울 어머님 그걸루 울 아덜넘 우유값 내주시고 군걸질 시켜주시고 가끔 저희들 먹으라고 삽겹살이나 과일도 사주심다.
솔직히 저 무지 미안함다.
제수입 있을때 어머님께 가끔 몇푼씩 드렸었는데 지금은 하나도 못드림다.
울 어머님 올 56세.
홀로 되신지 벌써 13년 됐슴다.
저도 사람이라 울 어머님 속상하게 해드린적 많슴다.
하지만 돌아서서 늘 후회함다.
착한 며느리라서가 아님다.
죽은 서방보다 병든 서방이 났다는데 얼마나 쓸쓸하실까 생각하믄 울 친정엄니 생각나서 눈물남다.
그저 손주넘 재롱피는거 하나 보고 사시는 삶이 얼마나 고달플까 생각됨다.
울 남편 힘들어 입술 부르틀때마다 울 어머님 표정이 안되보임다.
내아들 귀한데 울 어머님 울남편 얼마나 귀하겠슴까?
솔직히 울 남편 몸살나서 앓을때 저 잠 잘잡니다.
울 어머님? 밤새 한숨 못주무시고 안절 부절 하심다.
저, 돈좀 많이 벌고 싶슴다.
울 신랑 짐 덜어주고 울 어머님 당신 옷한벌 사는데 돈쓸수 있게 해 드리고 싶슴다.
누가 그러더이다.
부모는 잘났든 못났든 부모다.
부모 잘모셔서 망했다는 넘 봤느냐.

그냥 푸념한번 해봤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