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아들놈(4세)의 이부자리를 무심코 밟고 지나간 적이 있었다.
울 어머님 언제 보셨는지 애기 이불을 밟는다고 뭐라하시기에 그냥 지나갔다.
언젠가 남편이 위 잠옷을 욕실앞에 던져놓고 세수를 하러 들어갔다.
무심코 남편의 옷자락을 밟고 지나갔다.
울 어머님 또 보셨다.
얘가 얘가 어디 감히 남편 옷을 밟고 가냐?
쪼금 기분이 상했지만 그냥 지나갔다.
언젠가 울 어머님 남편의 메리야스로 방 먼지를 훔치신다.
속으로 못마땅했지만 그냥 지나갔다.
언젠가 울 어머님 아들넘 옷으로 거실을 훔치신다.
또 못마땅 했지만 그냥 지나갔다.
어제 설겆이를 하다가 바닥에 물이 조금 흘렀다.
뒤를 돌아보니 아들넘 옷가지가 보이길래 어차피 빨것, 저걸루 닦자 생각하고 물기를 닦았다.
울 어머님 말씀하시길,
옛날에는 남자옷은 따로 빨았다.
어디 남자옷을 발로 밟냐?
남자 앞길 가로막는다고 한데 두지도 않았다.
걍 참을라고 하다가 한마디 했다.
"에이, 어머님도 어차피 빨건데 뭘요~"
이렇게 말하면서 오만 인상을 다 썼나부다.
울 어머님 어이없어 웃으신다.
"쟈가 쟈가~ 야야 애비야 쟈좀 봐라~ 옷 밟지 말라 그랬더니 오만 인상을 다찌푸린다~"
나?
걍 킬킬 거리며 웃었다.
솔직히 나 자라면서 울 친정 엄마께 남자, 남자 귀에 못이박히도록 들어서 "남자가 어쩌구~ "하면 열부터 난다.
으휴~
언제나 이런 맴이 없어질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