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588

너무 민감한가봐요~


BY 큰며느리 2001-06-11

홀시어머님과 한집에 살고 있어염.
맞벌이를 하는터라 오전 유치원에 갔다오는 아들넘을 오후에 돌봐 주시죠.
저녁밥도 지어놓으시니 먹구 설겆이만 하면 된답니다.
아침밥만 지어먹고 토요일이나 주일에 집안 청소하는것 외에 따로 하는일이 없답니다.
팔자 좋은데 뭐가 불만이냐구요?
어머님은 저희 부부는 둘이 자니 당신은 손주를 데리고 주무시겠다고 해서 그렇게 하고 있지여.
그런데 고 녀석이 자다가 꼭 두세시만되면 깨서 저를 찾습니다.
어머님도 피곤하시지만 그 시간만 되면 저는 스트레스를 받는 답니다.
아이가 울어서냐구요?
아닙니다.
어머님은 아이를 데려오실때 문을 얼마나 세게 여는지 모릅니다.
매일 반복되는데 한결같은 똑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그것도 저 들으라고 일부러 그러는 것 처럼 들립니다.
에_휴_ 손주새끼 금이야 옥이야 키워 놓으니 지 에미 밖에 모르니...
에_휴_ 어째 저라고 지 에미 밖에 모르냐...
그리고는 저희 방 문앞에서 큰소리로 이렇게 말씀 하십니다.
왜울어? 엉? 문열어 달라고 그래!
에_휴_ 다 필요 없다니까~

이러고 나면 저는 잠이 싹 달아 납니다.

매일 밤 반복되는 이 시간이 전 정말 짜증이 납니다.

겨우 뒤치덕 거리다가 겨우 잠이 듭니다.
어머님은 새벽 5시면 새벽기도를 가십니다.
헌데 그때 일어나시면 또 한숨을 쉬십니다.
에_휴_ 에_휴_ 에_휴_
제가 민감한 건지....
신랑은 그럭 저럭 잘 자는 편입니다.
제가 6시 반에 일어납니다.
그 시간에 일어나면 출근시간하고 딱 맞거든요.
헌데 혹 몇분이라도 늦을라 치면 울 어머님 방문 쾅 열고 나와서 쌀을 씻으십니다.
발소리도 무지 크게 내시죠.
울 남편 굶고 갈까봐 그러신답니다.

퇴근해서 해주시는 밥 먹으니까 얼마나 좋냐구요?
살얼음 판입니다.
문을 열면 어머님 안색이 굳어 있답니다.
밥을 먹어도 밥이 어디로 들어 가는지......
간혹가다 표정이 밝은날엔 오히려 더 걱정이 되지요.
언제 안좋을지 모르니까...

퇴근하면 아들녀석 제게 안아달라고 매달립니다.
그러면 어머님 "니가 애기야? 맨날 안아달라고 하게?" 하십니다.
혹 울 남편한테 안아달라고 그러면 "하루종일 떨어져 있어서 보고싶었나 보다"그러시죠.

아래글 보니까 신앙생활 하시는 시어머니에 대해 쓴 글이 있더군요.
그 정도는 아니지만 저 역시 어머님의 감시를 받는 기분입니다.
혹 성미가 적을때면 혼잣말로(제가 들을만한 크기) '도대체 성미를 뜨는 거야 마는거야' 하시고 엄마 홀로 농사일을 하시는 친정에라도 갈라치면 '주일은 빠지면 안된다. 가까운 교회라도 나가라' 하십니다.

시골 구석에 교회는 어디있고 또 일하다가 교회를어떻게 갑니까.
그 많은날 중에 하루 이틀 겨우 보탬이 되려고 내려가는데...

그래도 어머님 이렇게 말씀 하십니다.
"올해 참깨는 많이 심었냐?"
"올해도 고구마좀 얻어 먹어야 하는데"

얻어오는건 무지 좋아하시죠.
그래도 제 친정에 전화해서 고맙다고 하신적 한번도 없어요.

에구구...
어쩌다 사설이 길어졌네요.

그냥 푸념한번 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