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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가 없어


BY 혈압 2001-06-18

울 남편 집 나갔습니다.
옷 다 챙겨들고......
어이가 없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지만 얼마전에
의사한테 경고를 들은터라 조심하고 있지만 마음먹은대로
잘 안되네요.
평소엔 혈압이 낮은편인데 속을 끓이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혈압이 180대까지 올라가는 이상체질이거든요.
큰애가 안경을 끼게 됐을때 울남편 미칠려고 하더군요.
길길이 뛰면서 애 관리를 잘 못해서 애가 안경끼게 됐다구요.
그러더니 안과에서 선천적으로 시력이 나쁘다고 하니까 잠잠해졌어요.
자기가 안경끼거든요.
근데 사건이 또 터졌습니다.
우리 작은 아들이 학교에서 시력이 나쁘다고 정밀 검사를 받아
보라고 한다구요.
그날 부터 침묵중이다가 제가 말을 걸면 엄청 화를 내면 대꾸를 하길래 저도 아예 입을 다물어 버렸습니다.
급기야 어제 애 시력검사 하더니 0.3으로 나왔다고 하더군요
큰아들고 작은아들만 데리고 외출 하더니
아마 시력 검사하러 갔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더니 어제 짐 싸들고 나갔습니다.
나가서 아들 핸펀으로 전화해서 내일 학교 갔다와서
만나자고하더랍니다.
아빠가 나갔는데도 우리 중3 큰아들 편안한 얼굴입니다.
작은 아들 시력검사하고 와서 침대에 엎드려 울길래 왜 우냐고 물었더니 아빠가 말도 안하고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울더군요.
평소에 화낼일이 아닌데도 화 잘 내지요.
화나면 말도 안합니다.
제가 일이 있어서 많이 바쁩니다.
평소엔 아무 불만없이 밥 잘 먹다가도 뭔가 틀어지면
갑자기 제가 밥을 해라는둥 남이 해주는 밥 오죽하겠냐는둥
오만 불평불만이 다 쏟아집니다.
우리집 일하는애 밥 잘합니다.
손님들이 다 칭찬하는 앱니다.
그래서 제가 부엌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하면
그런데 신경쓰지 말고 그시간에 제 관리나 하라고 합니다.
자료나 더 찾고 공부나 더하라구요.
물론 제가 하는일 워낙 경쟁이 심하니까 공부도 많이 해야지요.
근데 왜 그 소리가 꼭 너는 돈 버는데 신경쓰라는 소리로 들리는지요.
결혼초부터 제가 그냥 집에 퍼져 있으면 못 봅니다.
뭘하든지 해야 하고 운전도 안 배우려고 했는데 하도 난리를 치길래
배웠죠 절 위해 하는 소린줄 알고.....
근데 그 다음부터는 저랑 어딜 가면 운전을 안하려고 합니다.
옆에서 책을 보거나 신문을 봅니다.
술마시면 아무리 멀리 있어도 전화 합니다.
심지어 애가 아직 어려서 애들만 놓고 나가기가 겁이나서 밤11시에
택시 불러서 시외까지 3만원에 흥정하고 자는 애들 깨워서 모시러 갔습니다.
그래도 불만 없었습니다. 술마시고 운전하는것 보단 났겠기에요.
제가 뭘 배울려고 하면 자기가 생각해서 못마땅하면 못하게 합니다.
자기가 생각해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면 강요해서라도
배우게 합니다.
두서 없이 써 놓고 보니 정작 해야 할말은 못하고 말았네요.
이혼을 생각합니다.
지금 모든 자금이 현재의 사업에 투자해서 현금화 할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물론 헤어져도 일은 같이 해야합니다.
따로 벌릴수도 없구요.
둘이 같이 해야 하는일이구요.
지금 나간다면 정말 빈손으로 나가야 합니다.
일을 크게 벌인게 처음으로 후회됩니다.
처음대로 자그만하게 했더라면 제가 이렇게 빈손으로 나가서
애들 고생시키지는 않을텐데
큰애가 사춘기라 갑자기 환경이 바뀌어도 적응을 잘 할지
작은애도 그렇고.....
모든것이 두렵고 자신이 없지만 그래도 생각해볼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