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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본 카드 고지서


BY 우울한 저녁 2001-06-19

정말 속상해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질 않는다.
좀 전에 남편 윗도리를 바로 걸려고 하다가
안주머니에 고지서 같은게 몇개 있길래 정리 해놓을려고
꺼내봤다. 교통범칙금 8만원짜리 하나와 카드 고지서 하나가 있었다.
범칙금이야 내가 이미 본거였고, 문제는 카드 고지서였다.
우리 동네에 있는 모 단란주점 상호로 삼십삼만 오천원, 현금서비스
오십만원. 같은 날이다.
이번 달 결제금액이 백만원이 넘는다.
카드 하나가 그런거다. 다른 건 또 모르지.

너무 속상하다.
2년쯤 전에 몇개의 카드가 얽히고 설키어 사백만원 가까이 되는 돈을
메꿔 줬는데,,,이젠 그런거 없겠거니 했는데.
조그만 가게 하는 남편, 생활비만 받아쓴다.
얼마 벌어 얼마 쓰는지 난 모른다.

아이둘 키우느라 늘 적자다. 근데, 술 퍼마시는데다 기십만원을 뚝딱.
돌아버리겠다. 집에 오면 오는데로 늘 술상을 내가 차려주는데,
꼭 그런데 가서 돈을 그렇게 써야되나.
지금 일이 좀 어렵다는 거 알고 돈 모자란다는 얘기 안하고
어떻게든 살아내려고 하는데.
그냥 모른체 해야할지, 어찌 해야 할지...

허구헌날 그런데 가는거는 아니라는 거 알지만,
지저분하게 술마시는 사람 아니라는 거 알지만,
또 한동안은 그 적지않은 액수가 날 괴롭힐것 같다.
애들 학원비 내면서 '그 돈이면 몇달치는 되는데...'
애들 사고싶은 거 있어도 말리면서 '그 돈이면 사주고도 남을텐데...'

좀전에도 저녁 먼저 먹으라고 전화 왔던데, 또 거기 가는건 아닐까?
시어머니한테 속상한 얘기하면, 더 속상해 하실까봐 말도 못하겠고,
친정식구 누구한테도 더더구나 못하겠어서 여기다가 풀어놔 본다.

남자들 그럴 수도 있다. 그건 약과다. 더한 사람 많을꺼다.
이렇게 생각하믄 좀 나으려나.
그런데 그럴려고 해도 자꾸 자꾸 속상하다.

저녁밥해서 애들 챙겨 먹여야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