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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용서해야하나


BY kori 2001-06-20

둘째딸의 첫생일, 서울 시아버지로부터 10만원의 현금과 축하카드가 방금 도착했습니다. 그걸 받고 망설입니다. 이젠 용서해드릴까....

결코 돈앞에 마음이 흔들린건 아닙니다. 누군가를 끊임없이 오랜세월 미워한다는건 참 힘든일입니다. 자기자신의 속내를 파먹는 일이지요.

그걸 알면서도 결혼후 한번도 좋아할수 없었던 시부모,
난, 피폐해지는 정신을 추스릴수 없었습니다.

어떻게 며느리 도리라는 미명하에
자신의 삶을 송두리채 엎어버리는 사람들을 끝내 참아만 줄 수 있습니까.

인격모독을 당하면서 언제까지 밝은 미소를 지을수 있습니까.
어린 시누에게조차 문서없는 종취급 당하면서 언제까지 아무감정없이
버틸수 있습니까.

바보가 아닌다음에야, 사람이 아닌다음에야,
자기자신을 포기한 사람이 아닌 다음에야.....

처음 몇년은 나,
사람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뭐 취급당하면서도 절절매며 좋게좋게 생각했습니다.
바아보....

언젠가부터 시부모와 맞대결하게된 나,
내가 바보인줄 알고 있다가, 막 대해도 괜찮은줄 알고 있다가
당황해하시는 시부모....

다행히 남편이 바보가 아니라서
죽일 아들, 죽일 형, 죽일 오빠가 되어준 덕에
시부모님은 더이상 저를 어쩌지 못합니다.

이제는 제 눈치만 보시고,
큰아이 돌잔치때, 친정에서 준 돈으로 부페로 했는데
돈아깝게 잔치는 무슨... 이라고 했던 시부모님이
오늘은 축하금에 축하카드...

언젠가부터 가시돋힌 말들이 사라지고,
너무나 부드러운 말투,
혹여 내 감정 건드릴까 조심조심하시는 시부모님....

압니다.
그게 당신들 본심이 아니라는거,
다만 당신들의 노후를 위해 전략을 바꾼 것일뿐이라는거....

필요에 의한, 계획에 의한 애정표현, 수그러짐들....

다 알면서도, 이젠 용서할까 하는데...
왜 이리 힘이 드는지요.
하루는 용서, 하루는 미움...

용서를 하려고 하니
지난 세월
가슴에 옹박힌 설움들이, 상처들이
갑자기 새록새록 생각납니다.
7년 세월에도 생채기로 남아있는 지난 일들....

용서를 하려하니 억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용서에는 초인간적인 용기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합니다.
아, 누가 쉽게 용서라는 말을 하는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