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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속상해서...


BY 한심 2001-06-21

난 2개월된 애기가 있다.
난 백수 남편이 있다.
오늘은 백수 남편이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왔다.
곱게 자는가 싶더니 베란다에 나가 낮에 땀흘리며 힘들게 닦아논 창틀에 오줌을 쌌다.
술마시고 옷장이고 냉장고에 쉬한다는 남자들 말로만 들어봤는데...
너무 기가 막혀서 소리를 질렀더니 취해서 말도 안되는 소리만 지껄여댔다.
그렇찮아도 산후 우울증에 시달리는데...
난 어쩌다 이런 사람과 결혼했을까?
능력도 없고 노력도 안하고 책임감도 없고 그러면서 노는 것만 좋아하는 남자.
누굴 탓할 수 있으랴? 내가 선택한 것을...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요즘은 그 사랑이란 것이 아무 소용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사랑이 밥 먹여주냐는 말이 이렇게 뼈저리게 와 닿을 줄이야...
아직 결혼 안한 친구들에게 난 농담조로 이렇게 말한다.
사랑 그거 다 필요없다. 남자 인간성 다음은 능력있어야 한다고...
나처럼 연애 잘못해서 결혼하지 말고 선봐서 고르고 골라서 결혼하라고...
내가 참 한심하다. 남편은 밖에서 술마시고 비싼 택시비 버리며 집에 들어오는데 난 기저귀 값 아낄려고 매일 힘들게 기저귀 빨고 애기 옷도 못사주고 내 옷도 못사고 결혼 전에 모아놓은 돈으로 남편 카드 빚이나 갑고 있으니 말이다.
속상하다. 다시 무를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러면 이 남자랑 결혼하지 않을텐데...
나보다 더 힘들고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잠들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