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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외도 참을 수 없다.


BY 못난이 2001-06-28

결혼 5년하고도 1개월 반이 지났어요.
첫아이를 출산 2달만에 잃고 대인기피증이 걸릴정도로 우울하게 지내다 예쁜 딸을 낳고 극복하여 행복했답니다.
딸을 시어머니께 맡기고 주말에 찾아오기를 1년 4개월 너무 힘들어 우리부부가 직장을 옮겨 시어머니와 살림을 합쳤지요.
그게 작년 3월의 일입니다.

장가 안간 시동생도 있었고 조카(시누이 딸)도 시어머니가 봐 주었기 때문에 갑자기 식구가 늘어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시누네 가족은 딸보러 주말마다와서 일요일 밤 대하역사드라마 왕건이 끝나야 가지요.
그런 와중에 임신을 했지요.
1년이 넘도록 주중은 물론 (직장에 다니기 때문에) 주말도 제대로 한번 푹 쉬어 본 적이 없습니다.
몸은 무거워지고 신경이 예민한 편이라 밤에도 쉬 잠을 못이루는 편인데 낮에는 더더욱 ...

석달전에 아들을 낳았습니다.
1달동안은 우리신랑 다리를 다쳐 애 낳고 힘없는 제가 수발을 들어야했습니다.
2달째 접어들때 다리가 다 낳는가 싶더니 귀가 시간도 늦고 원래 운동을 다녔는데 운동하고 와서도 모임이 있다며 나가서는 새벽에 들어오는 날이 잦아 졌지요.
급기야 쉬는 날에도 행사에 간다며 가더니 다음날 오더군요.

우리남편 착합니다.
성격도 좋습니다.
대인관계도 좋습니다.

집에서 물론 저에게 잘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좀 섭섭했습니다.
아이 낳고 몸이 안좋았고 독한 약먹고 헤롱헤롱 시어머니는 심통을 많이 부리시고 큰아이도 자꾸 보채고 신랑에게 신신 당부하며 옆에서 간호해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한다더군요.
그러나 거실에서 방으로 한번도 안들어 오더군요.
저는 젖 삭이는 약 그거 먹어본사람은 아실거예요. 그거랑 또 다른 약이랑 같이 먹어서 물한모금 마시러 나갈 힘도 없었는데 말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컴퓨터 앞에 앉아서 무얼하다 내가 들어가니 얼른 화면 축소를 하더군요. 혹 야한 사이트를 방문했었나 생각했지요.
그러나 의외로 한미르 메일이더군요.

다음날 우리 신랑은 주로 한메일을 쓰기에 이상히 여겨 한미르를 열어봤죠. 아이디나 암호가 똑같아 들어가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어요.

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
같이 근무하는 유부녀와 사랑의 편지를 5월 7일부터 엄청 주고 받았더군요.
그동안 새벽에 들어온 날은 그녀와 관계를 가진날이었고 쉬는날 행사에 간일은 그녀와 기차여행을 다녀온 것이었지요.
상상도 못한일입니다. 참고로 그녀는 남편과 동갑나기로 3학년 1학년인 딸을 둘 엄마입니다. 더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지요.

아기 낳고 가장 행복해야 하고 가장 남편사랑을 많이 받아야 하는 이 시점에 사랑은 커녕 바람을 피다니요.

당장 전화를 했지요. 부들부들 떨려서 말이 안나오더군요.
그날 밤 남편은 잘못했다더군요.
다신 안그런다고. 상대방에도 말했다고 .
그랬더군요.
메일을 보니 정신적 사랑 운운하는 메일이 몇통 있더군요.
모른척햇지요.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해하는 남편에게 누군가의 전화를 받았다고 둘러댔지요.
놀래더군요. 불과 얼마되지 않앗는데 도대체 누가 알았을가 하구요.

니가 싫어서가 절대 아니었다. 아직도 충분히 널 사랑하고 있다. 순간적인 실수였고 충분히 반성하고 많이 후회하고 있으며 약 1달간이지만 죄책감에 시달렸다는 등 다른 남자들 처럼 잡아떼지 않고 아무 변명도 없이 용서를 구하길래 약 5일만에 용서하기로 맘 먹었습니다.

더이상의 메일의 왕래가 없고 남편도 일찍 귀가하여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와선 아주 친절하게 잘하더군요. 평소에도 큰아이랑 잘 놀아주는데 더 잘 놀고 청소도 안 시켜도 하고.

그런데 1주일전 다시 메일을 여는데 암호가 바뀌었더군요.
이 남자가 눈치를 챘나 생각을 했지요. 의외로 암호를 바꾸는 일은 너무나 쉽더군요. 그러나 볼 용기가 나지 않아 망설이다 이틀전 암호를 변경하고 열어봤더니
비가 와서 어쩌구 저쩌구 비에 대한 감상을 늘어 놓고 그렇게 아름다울수 없는 글을 써서 보냈고 그여자(주말 부부더군요) 감격해서 눈물이 날 뻔햇다는 둥 가소로워서 보기 힘들겟더군요.
그리고 그녀쪽에서 부쳐온 몇통이 메일이 더...
감정의 사치를 최대한 부리고 있더라구요.

그날 저녁 남편에게 전화해서 밖에서 날 좀 불러내달라 했지요. 아주 즐겁게 그러마고 하더군요.(저는 지금 육아 휴직중이고 애도 어리고 시어머니와 같이 있는지라 출입이 자유롭지 못합니다.)

조용한 생맥주집(우리 결혼 5년만에 그런 곳에 처음 마주 앉았습니다.)에 갔습니다.
의도적으로 저에게 잘해주고 좋은 말을 많이 건네더군요. 아직 뭘 모르고 말이지요.

우선은 술을 좀 마시고 어떻게 알게 됐으며 최근의 메일 내용가지 얘기했더니 안색이 변하더군요.

그래도 이 남자 착해설랑은 아무말도 못하고 미안하단 말만 계속 반복하더군요.

저희 친정
아래 남긴 글들처럼 술마시는 아버지(지금 정신병원에 가 계십니다)에 병원에서 간병일 하는 엄마 아버지 땜에 자살시도를 3번이나 하고 그외에도 공부 안 하고 속 많이 썩이다 이제 겨우 택시운전하며 맘 잡은 동생 아직 핵생인 막내.
결혼하면서 대출받아 집에 보태주고 시집갔고. 그 대출 다 갚고 또 곗돈타서 500만원 또 대출 2000만원 내서 보태줘도 밑바진 독에 물붓기로 보람도 없는 집입니다.
하여 전 아직도 제 월급으로 대출금 갚고 살며 그런거 다 묵인하여 주고 싫은 소리 한번 안 하는 남편이 고마워서 나머지 월급을 생활비로 다쓰고 신랑한테는 한푼의 돈도 받지 않아 수중에 여유돈 10만원도 없이 빠듯하게 살고 있지요.

그러나 그런일로 시댁 사람들한테는 무척 스트레스 받고 삽니다.
남편은 내가 그런일로 속상해 할때마다 위로 해주었지요.

그런 남편이라 좀 섭섭하여도 시댁식구들이 힘들게 하여도 웬말하면 모두 참고 힘들어도 명랑하고 싹싹하게 대했습니다.

그런데 내가 번 돈으로 친정 도왔고 생활비도(식구가 많아 생활비도 많이 듭니다) 다 감당하는데 내가 왜?

어제는 그녀에게도 남편에게도 메일을 보냇습니다. 그녀 놀라고 황당햇겠지요. 그래도 저보다 상처가 클라구요.
모질게는 못햇지요. 저도 천성이 착한 사람이라 남에게 모진소리는 못합니다.
남편에게도 기껏해야 울면서 내가 그동안 힘들게 살앗던거 기댈 친정이 없어 더 서러워 넋두리나 했을 뿐이지요.
남편은 낮에 집으로 전화도 해오며 저에게 잘 하고 있습니다만 그런 남편이 안스럽기도 하지만 배신감을 참기 어렵네요.

어제밤에도 근처에도 못오게 하고 말 걸어도 안 받아주고 했더니 상처받는 것 같더군요.
결국은 돌아갈 곳이 너 밖에 없다는 걸 모르느냐는 말도 하더군요.
마지못해 사랑도 없이 돌아오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했죠.
결혼기념일날(한달전입니다) 소중한 나의 천사야 라며 메일을 보냈더군요. 몇자 안되지만 간결하고 저를 생각한 마음에 눈물까지 흘렷었는데 그녀에게 절절한 마음으로 보낸 것과 비교하니 제가 그렇게 한심할 수가 없었어요.

이혼하고 싶다고 했죠. 의무감에서 (물론 저를 싫어하는 건아니란 것 또 죽도록은 아니지만 어느정도는 사랑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 인정하지만) 사랑의 표현을 하는 나 말고 그저 바라만 봐도 가슴이 포근하고 사랑스러운 그렇게 끌리는 여자 만나 새출발하라 했지요.

아이들은 내가 맡겠다고
결국 넌 나를 버릴거냐고 이제 자기한테 정이 떨어져서 그렇게도 꼴보기 싫냐고 제발 그러지 말라고 하더군요.

아직 남편이 죽도록 미운 건 아니예요.
그러나 차츰 나도 모르게 남편을 용서해주는 내자신이 미워 죽겠네요.

더군다나 아이 낳고 널부러져 있는 나를두고 어찌 그랬으며
시어머니, 시동생, 시도때도 없이 찾아오는 친척들과 주말이면 오는 시누네 가족 때문에 야한 잠옷 한번 입어보지 못하고 생활에 찌들려 가는 나를 이해하기는 커녕 외도를 한 그에게 참을 수 없는 ...

그리고 남편이 미워서라기 보다 시댁식구 우글거려 항상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쳐있어야 하고 우리 부부사이 갈라 놓은 이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제 긴 넋두리를 모두 읽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좀 울고 토해 놓으니 마음이 다소 후련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