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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풀려


BY 못싸우는 여자 2001-07-09

차사고가 났습다.
나는 잘 못싸웁니다. 흥분하면 말을 더듬고 눈물만 납니다.
당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덤버 기스났는데 통채로 다 물어주게생겼습니다.
뭐 그럴수도 있죠 티코인데 덤버 얼마 합니까...

그저 상대방이 잘못인데 나한테 덤테기 쒸운다면
그사람은 그 차로 망하겠지...하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그 차보니 여기저기 긁히고 구부려지고 덤버도 이미 찢기고 기스 엄청 났고....
덤버도 이미 찢겨졌는데...

근데 마음이 잘 안풀리네요.
나 운전 10년에 차사고 첨 냈습니다. 첨이라 경험이 없어서
겨우 덤버 기스난거가지고 진단서를 끊네 어쩌네하는 무식한 사람
다룰 줄을 몰랐습니다.

남편과 신혼때 싸울땐 대꾸도 못하고 울기만 했습니다.
이제 한 8년 살다보니 싸우면 이길줄도 알고 사납게도 굽니다.
울 시숙이 그런 나를 몇번 봤는지 남편은 그렇게 볶아대면서
그 사람도 볶아보지 그랬냐구 하더라구요...

그런 일 있으니 어려울때 힘이 되는 사람과 힘을 뺏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겠드라구요.

노산으로 아이 낳은지 6개월 몸도 마음고 지쳐있는데 이번일로
주변사람들한테까지 상처받네요.
아무리 결혼했어도 역시 사람은 혼자인가봐요. 어려울때 힘이 되는 것은 가족보다 돈인것 같습니다.
그 순간에 내가 티코 덤버로 못갈아줄정도로 쪼들리고 살았다면 나도 교양이니 고상함이니 다 집어던지고 아이앞에서 큰소리 치면서 싸왔을것 아니예요...
아뭏튼 마음이 안풀리네요.
싸우지 못하는 내가 무기력한것같고
나는 덤버 기스난거 가지고 한번도 그런식으로 해결한 적이 없어 내가 너무 세상을 순진한게 사는것 같구요. 언젠가는 어떤 양심있는 사람이 내차에 기스내고 자기 전화번호를 적고 갔드라구요. 전 마음이 훈훈해서 그사람한테 전화 안했어요. 덤버라는 것이 기스나라고 있ㄴ는거지 하면서 말이예요...

내가 정말 바보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