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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억울한 기분이 들때


BY 퉁퉁이 2001-07-09

늘 그렇지만 다시 한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은 몸도 가라앉고, 마음도 가라앉네요.
아침에 일어나기도 힘들고, 출근하기도 짜증나고, 말도 하기 싫구요.

생활이 일주일을 단위로 흘러가는 것 같아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그냥 자고, 먹고, 출근하는 일로 흐르고,
주말에는 푹 쉬고 싶기는 하지만 또 이런저런 일들로 바쁘구요.

지난 주말엔 시누들이 오는 바람에 토요일, 일요일을 다 시댁에서 지냈습니다. 저희 시누들은 시댁일에 전화로 이런저런 간섭을 많은 하면서도 자주 오지는 않는 편이죠.
근데 문제는 그렇게 한번씩 올 때마다 며느리들이 힘들어진다는거죠.

어머니는 날씨도 더운데 음식을 지지고, 데우고 한바탕 난리를 치루듯 하시죠. 시누들은 어머니와 선풍기 앞에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 저랑 형님은 밥상 차리랴, 과일 깎고 차 준비하랴, 술상 차리랴 정신이 없습니다. 그리고 틈틈히 시누 아이들, 우리 아이들 섞여서 싸우고 뛰어다니는 것까지 통제를 해야하죠.

남자들은 밥 먹고, 술먹고 시원한 곳 찾아서 낮잠을 자고, 저랑 형님은 그 동안 또 다음 끼니 준비하고, 청소도 하고, 어쩌나 틈 나면 부엌 바닥에 앉아 커피 한잔 정도 겨우 하죠.

또 우리 시누들, 얼마나들 똑똑하고 정이 없는지, 오랫만에 보는 올케들에게 별로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질 않다가, 대화라고 이런 저런 얘기 하다보면 톡톡 쏘는 말이 일쑤입니다. 그건 우리 시댁 사람들 공통적인 말습관이긴 합니다만. 그래서 그런지 그렇게 시누들이 오면 평소엔 허물없는 어머니도 남처럼 여겨지곤 하죠. 그런거 있죠. 우리식구, 너희들, 이렇게 편가르는 것처럼 말이죠.

어젠 형님도 바쁜 일이 있어 못오시고, 나도 피곤해서 일찍 집으로 오고 싶었지만 어머니가 노골적으로 싫은 기색을 하시길래 저녁먹고 가실 때까지 있으면서 시댁 청소까지 다 하고 돌아왔는데 괜히 남편이 꼴 보기가 싫어지더군요.
저 남자가 뭐라고, 내가 친정에서도 안하던 노동을 남의 집(?)에 와서 한마디 못하고 해야하는지. 당신 딸들 학교 다닐때 똑똑했다고 자랑하시는 어머니께는 당신 며느리는 안똑똑해서 이렇게 사는 줄 아느냐고 따지고 싶어지기도 하구요.

그리고 그런 생각도 들더군요. 우리 친정 올케도 내가 내려가면 그렇게 피곤할까...하구요. 우리 친정 아버지는 며느리가 아까워서 어쩌다 내려간 딸들더러 설겆이 하라고 하고, 당신 며느리는 애기나 보라고 하시는 분인데...

나도 우리 친정에서는 귀하고 대견한 딸인데, 왜 시댁에서는 늘 제일 아랫사람이 되어서 늘 참고, 알아서 기면서 살아야 하는지 괜히 억울해집니다.
어제 MBC 주말연속극에서 김남주가 시어머니와 시누에게 하고 싶을 말을 다 하는 모습을 보니 제가 다 속이 시원해지면서도 한편으론 왜 난 저렇게 못할까 싶기도 하더군요.

시댁 식구들과 정한 한식구가 되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으려면 좀 더 오랜시간 미운정 고운정이 들어야 하려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