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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에 바치는 돈


BY 한숨이... 2001-08-02

전 결혼 9년차 주붑니다
아들만 둘 있고 홀엄니에.. 전 둘째랑 연애결혼을 했습니다.그것도 형님을 제치고 우리가 먼저 했어요.나이도 나이니만큼 미룰수가 없어서 할 수없이 먼저 했더랬어요.그런데 워낙 없는 집이다보니 시어머니가 가지고 계신 돈은 맏이 장가 밑천 뿐이더래요.그래서 할 수없이 그이와 난 맨 몸으로 시작했지요.다행히 사원 아파트가 있어서 집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구요.우리 둘이서 연애 시절에 조금씩 모아둔 돈이 약 100여만원 있었거든요.그 돈으로 우린 그나마 희망을 가지고 살기로 했답니다. 남편은 어차피 어머니가 아주버님과 같이 살아야 하니깐 어렵더라도 한달에 10만원씩 생활비를 보태드리자고 하더군요. 그렇다고 우리 아주버님이 직업도 없으신 것도 아니고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우리 남편 정말 착한 효자다..이렇게 생각하고 흔쾌히 그러자고 하였죠.아주버님은 우리가 결혼한 지 열달 후에 중매로 결혼 하셨구요.물론 어머님이 가지고 계신 돈으로 전세도 얻으시고...
다행히 형님 되는 분이 착한 분이 들어오셔서 전 아무 어려움없이 지낼수 있었어요.근데 문제는 제가 드리는 생활비에다 형님네도 마찬가지로 어머님께 일정액의 생활비를 계속 드렸거든요.저희도 10만원에서 물가도 올랐으니까 5만원을 더 얹여 드렸지요.그러기를 9년 동안 계속 했드랬어요..
우리 어머님..아들 둘을 빼앗겼다 싶었는지 형님이나 저나 조그마한 일에도 잔소리를 늘어 놓으시대요. 그리고 우리가 드리는 돈은 어쩌시고 옷도 안사입으시고 한 번씩 냉장고를 보면 먹을 것도 하나 없고 동네 에서 얼마나 두 며느리들을 욕했겠어요.그렇다고 옷을 사다 드리면 마음에 안든다고 바꿔라 하시고 ...그래서 저흰 생신때나 명절때나 항상 어머님께 돈으로 대신했답니다.명절 같은 경우에는 4-50만원은 기본이었어요. 빠듯한 남편 월급에 전 애가 셋이거든요. 요즘 애들 돈없으면 못 키우는거 아시죠!
그렇게 그렇게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이때까지 한번도 빠지지 않고 다 챙겨 드렸거든요.
우리 어머님 ! 그동안 받으신 돈 ...안 입고 안 먹고 안 쓰고...도대체 그 돈은 다 어디다 썼을까!항상 의문이었어요.아들들이 물을 때마다 "돈 없다"라고 딱 잘라 말씀 하셨거든요. 그래서 저나 형님이나 생각했죠."아마 그 돈 다 모아서 나중에 당신 가실때 자식들 주려나 보다..." 그렇게 나마 생각하니 어머님이 참 좋아 보이데요.꼭 돈 욕심이 있어서가 아니라요.
그런데 ..그런데 ..ㅇ참 어이가 없는 일이 생겨 버렸어요.
우리 어머님, 남들이 잘 믿지 않는 종교를 믿고 계셨거든요.
며느리들에게 믿으라고 믿으라고 해도, 집안 싸움까지 해 가면서도 어머님 뜻을 거역하고 따르지 않은 그런 종교가 있었어요.
우리 어머님 ..해마다 자식들이 뼈빠지게 벌어서 준 그 돈,아니 나중에 자식들에게 "쨘"하고 내놓으실줄 알았던 그돈,그돈을 세상에 해마나 받은 그 피같은 돈을 다 그 종교란 것에 갖다 부으신 것 있죠...
안입고 안 먹고 ,동네 사람 두 며느리들 욕 하는 것 들어 가면서 사셨던 우리 어머님,결국엔 어쩌다가 돈의 행방을 들키셨어요.
참 어이가 없더군요...근데도 두 아들 ,어머니가 마음 편하시면 됐다고,자식 잘 되라고 하신 일이니 되었다고,그러고도 계속 형님이나 저나 서리발 같은 남편들 땜에 생활비란 명목으로 계속 돈은 어머님께 들어가고..어떻게 되는지 뻔히 알면서도..
애들 학원 하나 변변히 보내지 못하는 제 심정,옷 한 벌 사 입지 못하는 제 심정, 아시겠죠..
그렇다고 안 드릴 순 없고,수입도 없으시니 드리긴 드려야겠고, 돈은 아깝고, 정말 난감하데요.신혼초 없이 시작한 제 인생이 얼마나 아깝던지,지금까지 어머님께 들어간 돈만 있었어도 ...이런 저런 생각에 마음이 참 어수선하더군요.
남편은 효자인지라 제가 매정하게 못 드린다고 감히 말도 못 붙이죠.
어떻게 생각해야 그 돈이 덜 아까울까요,어떻게 생각해야 그 돈을 아무 미련없이 어머님께 계속 드릴수 있을까요,
정말 가슴이 답답해서 미치겠어요.
이렇게 아컴에 얘기라도 하니 속이 좀 시원하네요...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