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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즐거운 제삿날...


BY 둘째 2001-08-06

제사날 울시갓집 풍경.

시어머니가 시장보고.

나는 퇴근해서 음식장만 시작.

밤11시 되면 왕비형님 오고.

상차리고, 밥먹고, 치우고 2시 넘어서 집에 오고.

잠자고, 아침 6시에 일어나 출근하고.

며칠 피곤해하고...


오늘은 또 시할머니 제사...

일년에 제사만 6번.

언제까지 이런일이 반복되어야 하는지...

제사때마다 매번 똑같다.

내가 갈때까지 시어머니는 아무것도 안한다.

시장봐다 놓은게 썩어가도 안한다.

가만히 손놓고 있다가 '뭐라도 해야하는데, 바빠서 못했다'

말이나 하지 말던지.

내가 가자마자, '니가 왔으니 나는 들어갈란다'

그때까지 뭘했다고 쉰다는건지.


나도 형님처럼 아무일도 안하고 싶다.

형님은 일 못하니까 안하는건 당연하고.

일 잘하는 내가 안하면 무지하게 욕한다.

누군 날때부터 잘하나.

해봐야 느는거지.

나도 형님처럼 성질한번 부려보고 싶다.

나도 성질 있는데...

시가에가면 정말 짜증만 난다.

누가 미운지 잘 모르겠다.

시어머닌지, 형님인지, 시숙인지, 조카들인지...

아무튼 다 보기싫고.

얼굴보면 막 ~~ 폭발할것 같다.

너무너무 싫어서 열이 오르고, 가슴도 막 뛰고.

목구멍에서 끈적한게 올라오는 느낌에 숨이 콱콱 막힌다.

그럴때 심호흡 안하면 죽을거 같다.

아무나 막 때려주고 싶고 그렇다.

병원에 가니까 분노라고 하더라.

말하자면 홧병이지...



시숙은 괜히 조카들(큰시누딸들)한테 난리다.

'숙모 안 도와주냐'면서.

괜히 미안하니까, 나 들으라는 듯이.

그렇게 힘든줄을 잘 아니까 자기 마누라를 늦게 오게 하나보다.

형님은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자기 남편이 그렇게 위해주지.

아들낳아서 시어머니도 떠받들어주지.

맏며느리라고 아무도 뭐라 못하지.

내가 뭐라고 깽알거려도 '흥' 한마디로 무시해버리는 배짱도 있고.

정말 정말 부럽다.

부러워 죽겠다.


한가지 덧붙여서...

오늘 울사무실 어떤 더위먹은 남자가 그런다.

조상님들은 참으로 현명하단다.

왜냐고 그랬더니.

형제들 시집장가가면 서로 얼굴볼 기회가 없는데.

제사같은 좋은 행사가 있어서 그 기회에 얼굴도 보고 만나고...

좋지 않냐고 그런다.

얼굴만 보나. 그사람들 입에 들어갈 음식은 누가 하는데...

남자들이 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사는지. 정말 두렵다.



그건 그렇고.

나도 오늘은 최대한 늦게 가봐야 겠다.

나의 반항을 누가 알기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