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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공개..


BY 강요된삶 2001-08-09

제가 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이신 울아빠랑 주고받은 메일입니다.
남편은 S종합병원 수련의이고 저는 초등학교교사입니다.
제가 교사가 된것은 아빠가 선택해주신길이었고 남편감도 아빠가
골라서 교제하다 결혼했습니다.
우리는 자기분야에서 어느정도 자리를 잡기위해 다른데 신경쓸
여유가 없습니다. 저도 남편도 계속 공부해야하는 입장이거든요.
저도 박사과정까지 마치고 싶어서 계속 대학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아직은 아이를 가질때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부모님들이 언제 애낳느냐고 자꾸 여쭤와서 저희를 괴롭히십니다.
아빠한테는 아무리 메일을 드려봤자 너무 고루한 생각이 굳어지신 상태이기때문에 제가 두손두발 다 들고 말았습니다.
답답해서 이곳에 아빠랑 주고받은 메일을 올려봅니다.
다음주에 아빠얼굴을 뵈야하는데 어쩐지 좀 두렵네요..

<아빠께 드리는 메일>
시가에 갔을때도 "애낳아라"소리를 들었는데
방금 엄마가 또 그러시네요. 분명 아빠의 사주를 받고 그러신거겠죠. 정말 왕스트레스입니다.
엄마,아빠 제발 고정하세요.
제가 결혼한건 애를 낳기위해서 결혼한게 아닙니다.
아이는 일하는 여성한테는 애는 걸림돌이자 정말 아무 쓰잘덱없는 귀찮은 존재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면 엄마,아빠는 우리를 왜낳았냐고요?
그거야 가치관이 다르기때문이셨겠죠.
요즘은 다들 평범하게 사는것만이 제대로된 인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결혼하지않고 독신으로 살겠다고 하면 그대로 인정해줄수있는거고 결혼해서도 딩크족도 많으니까 그 나름대로 인정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 내 기준과 생각으로 아이는 인생의 방해물이며 걸림돌, 쓸데없이 돈이 들어가야하는 존재에 지나지 않을뿐입니다.
애를 좋아하는 사람이 애를 낳아야 정상적으로 잘 키울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끔찍하니 생각하는데 어찌 제대로 기를수 있겠습니까?
남의집꼬마가 우리옆에만 와도 확 한대쥐어박거나 휙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그만큼 저는 아이를 싫어해요.

한번뿐인 인생인데 내가 내하고싶은대로하며 살아야지, 주위사람들의 강요로 주위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 마음 추호도 없습니다.

미래의 어느날 우리부부 삶에 아이란 존재가 필요하게 느껴지면 그때 낳더라도 충분합니다. 그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님이 살아온 삶만이 옳다고 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아빠가 내게 보내신 메일>
사람이 살아가는데는 다 가치관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보통 평범하고 대부분이 지켜나가는 가치관이 있는거란다. 네가 생각한대로 나 자신만을 위한 인생을 살아간다면 너무나 이기적이지 않니
어차피 결혼은 나혼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지 않니
둘이서 조화를 이루어야 할것이며 양 가정의 의견과 어른들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야 할것이 아니냐 정 어렵다면 대화와 타협을 통한 조율이 필요한 것이고 그리고 모든 생물은 종족보존을 위한 피나는 노력을 하지 않니 더구가 장남으로서의 손자를 보고 싶어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란다. 가정을 이룬다는 것은 곧 자녀를 두고 어렵드래도 부대끼면서 키우는 재미가 있는게 아니겠니

지금 너같은 생각을 하는 경우는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고 또한 나중에는 후회를 하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니 다시 한 번 세상을 멀리 보고 잘 생각하기 바란다.
모든 것은 생각하기에 따라 다르다는 사실 명심하고
때에 따라서는 내 생각과 좀 다르더라도 양보하고 상대의 의견에 따르는 것도 미덕이란다.
스트레스를 받느냐 아니냐 하는것도 생각하기 나름이니 자신을 위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자세가 너희들에게는 더욱 필요할 것 같구나
나도 선생님들이 스트레스를 무지 많이 주고 있단다.
그러나 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때에 따라서는 허허 웃어버리고 양보하고 그리하여 스트레스를 받지않으려고 노력하니까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단다.
스트레스는 자신을 멍들게 하는 문제이까 -----



<내가 아빠게 쓴 메일>
아빠의 생각은 잘 알겠어요.
그러나 아빠는 너무 어른들 위주로 생각하시는 경향이 강하네요.
특히
<<장남으로서의 손자를 보고 싶어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란다>>
아빠, 정말 너무하신 것 아닌가요?
제가 그집에 손자 낳아주려고 결혼했습니까?
그렇지않아도 저희 시가는 '아들,아들'노래를 부르는데 정말 갈때마다 짜증나 죽겠네요.
오빠랑 저는 아이를 우리가 낳고 싶을때 낳기로 했습니다.
저희둘이 의논하여 결정한것이니 더이상 엄마를 통해서라도 '아이'이야기 별로 듣고 싶지는 않습니다. 오빠도 스트레스 받으니 오빠한테도 그런말씀은 하지 말아주세요.


<아빠의 메일>
자녀를 갖는것은 장본인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만 부모도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거 아니냐 참고하여 가급적이면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 그말이지 강요는 아니니 그리 알거라
너희는 너희 생각을, 어른들은 어른들의 생각을 위주로 하는 게 당연하겠지
아빠가 너무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네 생각이고 나의 입징에서는 네가 너무 한다라고 생각이 된다면 서로의 입장차이가 있게 마련이겠지 그렇지만 서로 원만히 조율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한게 아니겠니
결혼은 대부분이 자녀를 전제로 이루어진게 아닐까
다만 시기나 자녀의 수는 차이가 있겠지만 하여튼 너희들이 의논하여 결정하겠지만 어른들의 의견에 대해서 짜증만 낼것이 아니라 이해를 시키고 대화를 통해서
원만히 해결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료한게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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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입니다.
아직도 숨이 턱하니 막히고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우리아빤 결혼이 아이낳기위해 하는거라는 생각을 하실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