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645

불쌍한 우리 언니가 밉습니다.


BY 초보 2001-08-10

전 딸넷집에서 둘째입니다.
언니와 전 결혼을 했고 동생들은 아직 미혼입니다.
저희 식구는 몇년전부터 모두 갈갈이 찢어져 살고있죠.
친정은 지방,언니는 친정근처,전 서울,동생들은 직장때문에
서울에 다른곳에서 자취를 합니다.

서울은 제가 취업을하면서 먼저 올라왔죠.
그땐 형편은 좋지만 아빠가 저희에게 자립심을 키워주신다고
100만원짜리 연탄때는 구식아파트에 방하나만 제가 쓰는집에서 전 객지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주인을 잘못만나 출근하면 연탄불이 꺼져도 자기만 때더군요.
계약할땐 해준데 놓고....
덜덜떨면서 냉방에서 아침마다 얼은 머리를 말리고 손을떨며 화장하고....
돈을 모아 점점 방을 큰대로 옮기고...
번듯한 원룸을 얻었을때 결혼했고 지금은 아이도 낳았죠.

그때 제가 자취하면서 외로움과 꾸질꾸질한 방들을 옮겨다니며
생활하는 그 고생은 지금 생각하면 쓴웃음이 나고 한편으론 내가 어떻게 그 고생을 했나 싶습니다.
언니는 엄마가 구해준 직장을 매일 투덜거리며 나가다 결혼해 회사를 관두고 거의 친정에서 살다시피하고 조카들도 엄마가 다 키워주다시피...
동생들은 직장구해 서울에 올때 아빠가 제가 고생만하다 시집간게 후회된다며 올라오자마자 깨끗한 새 집을 전세로 얻어주셨죠.

아기를 낳고 직장에 다니고 전 요즘 넘 힘듭니다.
바라기만하는 시댁을 만나 기대지도 못하고 아기도 안봐주셔서
어제도 밤에 퇴근해 아기를 안고 동네에 아기봐주실분을 구하러 전단을 붙이러 다녔죠.
옛날같음 젖동냥 다니는 심정으로....ㅎㅎ
사실전 아기낳으면 지방에서 시간 여유가 많으신 아빠,엄마가 처음 한달정도는 좀 올라오셔서 봐주시리라는 얄팍한 기대를 하고있었고 그럴 생각을 부모님도 갖고 계셨었는데 언니네가 또 형부에게 안좋은 일이 생겨 부모님은 언니네를 데리고 살고 계십니다.
그래서 혼자 출산휴가동안 아기를 보면서 너무 힘들고 무엇보다도 두려웠고 직장을 처음 나오면서도 모르는분께 아기를 맡기는 기분이 말로 표현할수없이 괴로웠죠.
지금도 아기는 아기대로 저는 저대로 엉망입니다.
집에 반찬하나 제대로 만들 시간이 없죠.
그렇다고 다 사먹고하자니 버는돈이 아기보는분께 벌써 엄청나가고...
밤에 퇴근해 새벽에 나가고...새벽엔 아기 수유하고...청소랑 빨래도 틈틈히 또 남편에게 약간...

당연한거죠.언니가 더 힘든데....
또 남들도 다 그렇게 사니까....
저희는 그냥 아기문제지만 언니는 안좋은 일이니 부모님이 힘이 되셔야죠...
하지만 왠지모를 기분이 생깁니다.
왜 부모님의 혜택을 언니랑 동생만 받을까요??
이게 무슨 팔잔가 싶습니다.
요즘은 전 주변에 아무도 없는 사람같습니다.
얼마전 아줌마가 갑자기 어딜가신다는데 그 몇시간을 아무도 부를
사람이 없더군요....후후

언니가 안되보이면서도 맨날 모든일을 친정부모에게 의지하는게 밉기도 합니다.
그 때문에 부모님은 매일 눈물로 지내십니다.
언니의 고통이 걸러지지않고 매일 부모님께 표출되기때문에 생활이 그 일자체라 더 괴로와 하십니다.
사실 눈에 안보이면 잠시라도 잊는데 그게 안되는거죠...

저도 뭐 속깊지는 못해 화나는일을 부모님께 전화해 투덜거리니 얼마나 힘드실까요???

어떨땐 부모님이 저희 아기를 보고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고 저희집에 당분간 와계시라고 하고싶습니다.
언니도 불쌍하지만 부모님이 힘드실까봐....
하지만 그건 꼭 저희 아기를 봐달래는것같아 말하지 못합니다.

언니는 첫째라 부모님껜 아들과 같은존재입니다.
형부도 부모님께 잘합니다.

그럼에도 요즘은 언니가 너무 자립적이지 못한것같은 생각도 듭니다.
더불어 형부까지요....

그동안 언니가 너무 형부보다 부모님을 더 좋아하는것같아 이상하다는 생각까지 했었는데 이번일이 있고보니(사실 형부가 저희 부모님께 죄를 지었죠.금전에 관한...) 은근히 형부 위주로만 생각하는 언니를 보며 당연하다 생각하면서도 얄밉습니다.
돈은 둘째고 요즘은 하루 일과가 언니맘대로랍니다.

언니는 볼일로 요즘 바빠서 어딜가도 버스를 안타고가고 엄마나 아빠께 태워달랩니다.
그렇다고 운전을 배우지도 않습니다.
답답합니다.

전 엄마께 그러면 나중에 언니를 위해서 더 않좋다고 말합니다.
언니는 또 괜찮다 쳐도 형부는 안그래도 잘못했는데 언니랑 조카는 몰라도 언니는 형부까지 은근히 엄마 아빠께 생계뿐 아니라 재건을 기대합니다.
시댁에서 하시는 일을 배우면서 밑바닥부터 시작하래도 친정에서 안떠나려 합니다.
부모님께서 뭔가를 번듯히 시작해주기를 바라는것같기도 합니다.
이건 순전히 제생각입니다.

그런 생각이 들면 부모님 재산을 뺏길까봐 제가 샘내는지 아닌지 저자신도 헷갈리기도 합니다.

아!!!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전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아! 하늘이 나를 강하게 만들려고 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