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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답답해


BY 속이 답답해 2001-08-11

내 얼굴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잔뜩 구겨져 있음을.
답답해서 터져버릴 것 같은 이 마음을 어찌해야 좋을까?

난 그렇다.
능력없이 눈만 높아 할 일, 못 할일 가리는 것을
아주 안 좋게 생각한다.
2년전부터 월급이나 상여금 날짜가 안 지켜지기 시작하더니
1년전부터는 아예 나오질 않는다.

빚은 빚을 낳아서 이제 더는 어찌해 볼 수도 없는데....
대답은 늘 내 마음은 편한 줄 아느냐. 알아 보고 있다 란다.
날이 갈 수록 웃음 잃어가고, 말을 잃어가는 아내가
못마땅하고 마음에 안 들겠지.
돈 필요하면 말 하란다. 달라빚을 얻어서라도 주겠다고...
나는 할 말이 없다.

나이 많고 학력없는 내가 버는 돈 몇십만원.
그게 전부인데 이 남자는 어쩌자고 술만 먹는가..
술 먹어 해결될 일이라면 술 먹다 죽어도 난 먹겠다.
하지만 그게 아닌데....
더 날 기막히게 하는 것은 이런 상황에서도
마누라가 잘 받아주지 않는게 큰 불만이란다.

난 너무 답답해서 아무 말도 못하겠어
보고 있으면 가슴이 터질것 같아서 그냥 잠시 자릴 피해.
이것 저것 배우고 싶다는 아이들.
엄마 나는 왜 미술학원 피아노학원 안 다녀
엄마 나도 영어 배울래
엄마 승아는 발레도 해. 나두 발레 할래
엄마 나 수영 배우고 싶어
이런 말을 들으면 가슴이 메어와.

육개월이나 일자리 알아 봤잖아
그런데 원하는 자리가 없잖아
아니 받아주질 않잖아
그럼 눈높이를 낮추어야지
언제까지 아무데나 들어갈 순 없잖아 할거냔 말야.

집에 들어와도 재미가 없대.
재미가 없대 재미가.
지금 재미를 원하나 봐.
상황이 어떠해도 그냥 마누라가 호호 헤헤 히히 하면 재미 있겠지.
그런데, 그런데 난 남편만 봐도 가슴이 답답한 걸.

난 싸우기도 싫어
그냥 아무런 할 말이 없어.
할 수가 없어.
말을 하면, 들으면 더 답답해서 살 수가 없거든.
갈수록 내가 살기가 힘들어.답답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