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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한잔 마시고...


BY 시러시러 2001-08-12

맥주한잔 마시고...
근데 더 먹고 싶어도 못마시겠다.
울 이제 막 9개월하고도 2일된 아기가 날 애처럽게 쳐다보며 잠도 안자고 안아만 달라고 찡찡 거려서,,,
결국 오늘도 난 아컴에 들어온다.
이럴땐 정말 나가고 싶어도 마땅히 갈곳도 없다.
아컴없이 어떻게 살까?
그나마 작은 위안이 된다.
하소연 해서 해결될 일이라면 백날이라도 하소연하겠다.
결혼 2년이 쬐끔 안되었는데 울남편 벌써 내게 싫증이 났나보다.
잦은 사소한 말다툼이 좀 많았는데 그건 서로 성격차이고 살다보면 둥글게 살겠지 싶어 그냥 심각히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
근데 울남편 그동안 그걸 나한테 섭섭했던걸 맘속에 쌓아놓고 살았는지 갈수록 상황이 나빠지기만 한다.
난 그려려니 하고 넘어가면 남편이 삐지고..
남편이 넘어갈때면 내가 삐지고..
그러다 금방 내지 며칠안에 풀리곤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은 그게 아닌듯 싶다.
난 아무리 남편이랑 싸워도 직접적으로 남편더러 싫다고 한적도 없고 안좋아한다고 한적도 없고 헤어지고 싶다고 한적도 없는것 같은데..
(울 남편 툭하면 헤어지자 소리해서 내가 전에 한번 글 올린적 있음)
근데 이번엔 왠일인지 말다툼뒤 사람이 완전히 변해버렸다.
집에 오면 컴에 들어와 채팅이나하고 (확인안해봐서 누구랑 하는지 뭔소리들을 해대는지 전혀 모름 내딴엔 프라이버시라 생각해 그런걸 터치안함) 잠도 혼자 거실에서 잔다. 어제는 일부러 깨워 방에 데려갔는데 자다가 중간에 덥다고 거실에 나와잔다. 생수먹고 그걸 베고 자길래 베게를 갔다줬지만 구지 생수병베고 잔다.
아기랑은 놀지만 나한테는 말도 안건다.
밥해놓고 기다리면 친구랑 저녁먹고 늦게 들어온다.
오늘도 토요일이라 점심해 놓았는데 안먹겠다며 축구하러 그냥 가버린다. 중간에 핸폰빠테리 교체하러 들어와서 그것만 바꾸고 한마디 말도 없이 나가버리더니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
어젯밤 내가 물어봤다.
"나한테 왜이래?"
"너 나 안좋아하잖아"
"내맘을 **이 어떻게 알아?"
대답이 없이 자는척한다.
"**은 나 이제 좋아하지 않아?"
"음" 의외로 대답이 간단하게 나오는 것이다.
"난 ** 좋아해!" 했더니 돌아오는 답변이
"웃기고 있네"였다.
너무 황당해 할말을 잃어 거실로 나왔다.
나중에 남편이 덥다며 거실에서 말없이 누워자서 내가 방에 들어가 자는데 잠이 안오는 것이다.
분위기가 넘 살벌해 금방 헤어지자 소리 나올까 겁이 날정도다.
아무리 생각해도 남편은 결혼전하고 넘 다르다.
나도 그렇겠지만 왜 함부로 내가 자길 안좋아한다고 판단하고 내게 이러는지 모르겠다. 난 정말이지 그런말 한적없는데..
애키우며 힘들다고 엄살 좀 한게 이 결과인걸까?
아줌마가 되어 점점 단순해지고 바보가 되어가는게 말도 제대로 못하고 이렇게 한숨만 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