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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갈등일기 2


BY 음 2001-08-14

시댁에서의 밤이 으슥해졌다...

시어머니는...
우리 세가족에게 마루에서 자라고 하신다...
시동생들도 있구해서 그러기 싫었다..
하지만...

남편이 총각시절 쓰던 방은 시동생이 점령해버렸으므로..
우리들이 마루에서 자야 한다고 했다..

이불도 없다..
아이를 눕히고 잠을 청했다..
잠이 오지 않는다..
남편은.. 내 옆에서 자다가 갑자기 일어나서 지네 동생들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마루에서는 휑해서 못자겠다 한다..

이제 막 돌이 지난 딸아이는 밤에 열두번도 더 깬다..
잠자리가 바껴서 그런 모양이다..
처음 울자 시어머니가 나오셨다..

"왜? 왜그러니?"
시선이 곱지 않다...내가 고의로 아이를 깨운다고 생각하신다..
아.. 아닌데...
하지만...교양만점 시어머니는..말씀은..
"어휴... 니가 힘이들겠구나.. 먼 길 와서 잠도 제대로 못자고..."
하시더니.. 들어가신다...

아이가 잠들었다..
그러나.. 이내 다시 운다..
어머니가 달려나오신다..
"왜? 왜? 왜? 애는 왜 자꾸 울리냐? 뭐가 문제냐?"
하시고는 눈물까지 머금고 나에게 달려드신다..
어머니의 그 풍부한 감성에 나는 지레 겁을 먹고만다...
어머니는 꼭 같은 말을 세번씩 반복하신다..

왜 왜 왜...
말해봐.. 말해봐.. 말해봐...
등등등...

그 뒤로.. 아이는 계속 깼다...
그러자.. 어머니는 일어나셔서 나오시지 않고, 안방 문을 쾅 닫고 다시 주무신다..

나는 밤새 한숨도 못자고 뜬눈으로 지새웠다..
아이가 울어 어머니가 다시 깨시면...
맞아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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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너.. 어젯밤에 잠이 부실했지? 어쩌냐? 애가 하도 지네 친가에 안 와서 그런가부다.. 원.. 남의집 같은가보지..니 탓이 크다.."
하신다...

아.. 두렵다...

점심때.. 사촌 아주버님 가족이 놀러왔다..
냉면집에 가서 점심을 해따..

처음 보는 동서는 나를 따라다니며..
"동서는 언제 애 가질거에요?"
하고 묻는다...
딸아이는 인제.. 돌이 지났다..

근데.. 갑자기 딸아이가 엎드려뻗쳐 같은 행동을 한다..
동서가 얼굴에 희색을 띠며..
"어머.. 동생 볼 모양이네.."
한다...

"왠걸.. 쟤는 딸부터 낳은 주제에 급한거라곤 없다.. 난 막내 며느리로 시집와서도 아들 셋을 연년생으로 내리 낳았는데.. 저건... 남의집 귀한 맏아들 차고 앉아서 무슨 똥배짱인지.. 웃긴다.. 하는짓이.."
하고 동서와 맞장구친다..

"어머.. 동서도 잘못한줄 알면.. 곧 애 갖겠죠.. 제가 보기에 동서가 그렇게 경우없지는 않아요.. 작은 어머님..."
한다..

갑자기.. 썰렁한 분위기가 된다..
동서는 분위기를 띄우고자한다..

"어머.. 그럼 동서는 여기 주말마다 오는거에요?"
하고 묻는다..
우리 시어머니는 신이 났다..

'뭐? 매주? 웃기지 마라.. 요번에 본것도 한달만이다... 그것도 내가 겨우 사정해서 온거다... 얘는 여기 오는걸 죽는것보다 싫어한다.. 내가 지 밥도 해주고.. 손에 물한방울 안 묻히게 하고.. 가만히 앉혀놓고 공주 대접해놓는데도 오면 입은 대빨 나와서 웃기지도 않어.."
하신다...

"어머... 동서.. 왜 그래요? 여기 안 오면 동서 할 일이 있나? 자주 와.. 며느리가 돼서 사람이 왜그래요?"
한다...

자기는 서울에 계신 시어머니한테 일년에 한번도 안간다고 남편한테 들었다...

여기까지 대화를 듣고 계시던 시아버지께서 나를 노려보신다...

"너.. 니 형(동서)한테 그렇게 높임말을 받아먹으니 속이 후련하냐? 형님이라고 부르고 너는 존댓말 하고.. 너(동서)는 얘(나)한테 말 놔라... 하여튼.. 지가 먼저 형님 말씀 낮추세요.. 해야 하는데.. 왜 저런지 모르겠다..."

시아버지께서 나를 엄청 야단치셨다..
나는 붙임성도 주변머리도 없어서 그런말은 못한다..
하지만.. 내가 높임말을 받아먹고 싶었던건 정말 아니다..
하늘에 두고 맹세해도 좋다..

하지만.. 시부모님은.. 내가 윗동서에게 높임말이나 받아먹으려는 근본도 없는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신다...

잘 해야하는데..
일이 자꾸 꼬인다...
슬프고 초라하다...